강원도 평창 달과 물안개 펜션에서 1박 2일
후배 재혁군의 도움으로 강원도 평창 펜션에서 1박 2일을 보내고 왔다. 비가 무진장 많이 올 것이라는 예상을 뒤로 하고, 태풍만 불지 않으면 가기로 했다. 역시 비는 많이 오지 않았다.
강원도 가는 길은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소식 때문인지, 짜증날 정도로 많이 밀렸다. 220Km 떨어진 목적지를 집에서 9시에 출발해서 3시에 도착했으니 평소의 2배 이상 걸렸다. 길이 이렇게나 많이 막힐지 예상하지 못했다. 비가 억수같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다 같이 믿지 않나 보다.
가는 길에 배가 너무 고파, 맛난 한우고기를 먹었다. 유빈이는 한우를 직감하고 잘 먹는다. 애들이 어른보다 좋은 고기는 금방 아나 보다. 너무 많이 먹었다.
우리가 머물기로 한 달과 물안개 펜션(http://www.moonfog.net/)은 경치가 수려하고 좋다. 재혁군의 외가 형제들이 3개의 펜션을 주변에서 하고 있다. 그 말만으로도 보기 좋은데, 펜션도 좋다.
주변에 잔디밭이 있어 맘 놓고 뛰논다. 이 날만은 부모들이 맘놓고 뛰어다녀라이다. 환경이 사람을 금방 바꾸어 놓는다. 비가 오는 관계로 많이 놀지는 못했다. 그래도 공기 하나는 좋다. 유빈이와 나 모두 킁킁거리던 비염이 사라졌다.
바베큐를 하는데 재혁군의 헌신적인 노력이 빛났다. 작년에도 삼겹살이 바베큐에 쥐약인지 알았으면서도, 습관적으로 삼겹살을 샀다. 막판에 "목살"이 생각났는데, 이미 다 계산하고, 썰어진 상태로 무르지도 못했다. 덕분에 50cm 가까이 올라오는 불길을 뚫고 고기를 타지 않게 굽는 재주를 보여준 재혁군의 투지와 헌신적인 노력은 우리가 맛난 삼겹살을 먹게 해주었다.
집에서 가져간 DVD 플레이어도 빛났다. 비가 오면 아이들이 놀게 없어 심심할까봐 DVD와 플레이어를 챙겼다. 집사람이 유난 떨지 말라는 핀잔에도 굴하지 않고 가져와서, 시간 때우기에 괜찮았다. 인기짱.!!
일요일 아침에는 큰 삼촌댁 토마토를 수확하는데 도움을 주러 갔다. 하우스에 토마토를 재배하는데, 놀랐다. 토마토 줄기의 굵기가 그랬고, 열린 토마토의 단단함과 육질에 놀랐다. 이 토마토를 비싼 가격에 일본에 전량 수출한다고 한다. 재혁군이 부럽다. 나도 배우고 싶다. 삼촌께서는 10년동안 수억을 깨먹으면서 기술을 만드셨다고 한다. 요즘은 외국에서 배우러도 오고, 농촌기술연구소에 강의도 나가신다고 한다. 말로는 떼돈을 버신다고 한다. 사람들은 10년 동안 허망하게 열리지 않은 토마토와 익지도 않은 작은 토마토를 기억하지 않는다. 대신 잘 되는 부러움만 남는다.
집사람에게 우리도 여기 와서 살자고 했다가 핀잔만 먹었다. 유빈이도 학교가야 한다고 싫단다. 왜 학교에 그렇게 가야하는 걸까? 토마토랑 감자랑 배우면서 좋은 공기 마시면서 사는 것도 좋은데, 추위에 대한 대안은 없다.
돌아올때는 일찍 출발했다. 그래도 차들이 많다. 이천에 들려 쌀밥을 먹었다. 맛있기는 한데 비싸다. 가격 대비 맛있는 거로 하면 그럭저럭이다. 집에 돌아오니 4시, 힘들어 잤다. 여행으로 살은 2Kg 가까이 불었다. 완전 죽음이다. 피터지게 운동해야지.
가을에 감자 캘 때쯤해서 다시 한번 가봐야 겠다. 신나는 가을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