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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나

메티스

시장의 탄생 - 270

지식을 중앙에 보고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인류학자 제임스 스콧은 고대 그리스어인 '메티스(Metis)'를 차용했다. 국지적인 지식, 상식, 요령, 실제 기술, 노하우에 대해 표현하기 위해서다. 메티스란 "끝임없이 변하는 자연적, 인간적 환경에 반응하는 광범위한 실제 기술과 체득된 지혜"로 이뤄져 있다. 노련한 선장이 인도하는 배라면 거친 폭풍 속을 뚫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유체역학과 구조적 안정에 해박하지만 항해 경험은 없는 물리학자 보다 메티스를 갖고 있는 선장이 낫다. 스콧도 지적하고 있듯이 위대한 요리사가 요리책을 쓸 수는 있다. 하지만 요리책에는 그가 가진 지식 중 일부만 담겨 있을 뿐이다. 아마추어가 요리책에 적힌대로 요리해 봐야 대가의 맛을 따라갈 수는 없다. 반복과 실천에서 비롯되는 많은 기술은 '직관'적인 것이다. 법칙으로 성문화할 수 없다. 경제에서 발생하는 많은 현상은 메티스를 수반한다. 글로 쓸 수 없는 것이라면 하나의 계획으로 통합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