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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기

드디어 2011년 농사를 시작하다.

3월 19일 드디어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밭에 도착했는데, 친절한 밭 주인이 맛있는 삼겹살을 준비해와서, 일도 하기전에 배가 터졌네요. 아이 좋아라.

드넓은 밭을 조합원(!)끼리 분배했습니다. 눈에 잘 안보이는 외진 구석을 선택했습니다. 생각해두었던 농법을 적용해보고 싶은데, 너무나 상식을 깨는 농법이라, 사람들이 싫어할 수도 있거든요. 역시나 밭을 나누면서 조합원들끼리 갈라섭니다. 어떻게 자식을 낳고 나서, 방치할 수 있는냐? 그렇게 하면 그게 무슨 농사냐 등등.

제가 하려는 농법은 별게 아니거든요.

첫째, 자연 그대로 순환하는 농사를 하려고 합니다.
둘째, 가능하면 토종씨앗을 이용하여 종의 다양성을 지키려 합니다.
셋째, 검은비닐로 멀칭하거나, 농약을 쓰는 행동을 안하려 합니다.
넷째, 자연퇴비와 EM, 퇴비차를 이용하여 영양분을 공급하려 합니다.
관련 내용들은 "기적의 사과", "탱큐 아메바",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기타 다양한 책들과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얻은 지식입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제가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돈을 벌거나 왕창 수확을 얻으려는 목적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사실 저도 올해 처음이라,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꼭 해보고 싶습니다. 기적의 사과는 10년 걸렸다는데, 3년 정도 고생해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을 해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 때문에 논쟁이 좀 심해졌네요. 그래서 느꼈습니다. 제사와 육아는 집집마다 달라 관여하면 안되듯이  농사도 집집마다 다드더군요. 조용히 오랫동안 이어져온 전통 방법이 달라, 콩 심어라 배추 심어라 하면 안되는 것이죠.

아무튼 밭을 할당받고 나서 밭 정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내서 준비해간 감자 5Kg을 심었습니다.  다음날 비가 온다고 하니, 잘 자랄 것이라 생각하니 뿌듯하더군요.

저에게 주어진 밭의 위쪽 부분에는 자연이 그대로 남겨준 당귀 10여 포기와 무수히 많은 미나리가 자라고 있더군요. 그래서 상당부분을 공용면적으로 전환했습니다. 단 1포기를 옮겨심은 미나리가 수천 포기가 그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자라나고 있다는 것, 참으로 자연은 대단합니다.

이번에는 사진이 없는데, 다음부터는 사진을 올려보도록 하지요.
다음번에는 그냥 씨감자를 심어야 겠네요. 그리고 모종도 만들어야 하고, 바쁘네요. 역시 봄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