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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기

[2011-08-27] 밭 정리 작업

밭을 경운기로 깊이 갈았으나, 정리가 안 되서 연속으로 밭을 정리하기로 했다. 집에 들어와서 내일 아침에 7시에 나갈거라고 이야기했다. 원래는 2011년 마지막으로 유빈이와 여의도 한강수영장에 갈 생각이었으나 접었다. 중요한 것을 해야 한다.
 
집사람이 아침 7시에 밥을 준비해두고 깨웠다고 한다. 기억이 없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8시에 집사람의 성화에 못이겨 일어났다. 고맙게도 초밥과 얼음물을 준비주었다. 고맜습니다. 후다닥 챙겨나오면서 모종에 물을 줬다. 정성껏 주면 20분 가까이 걸린다. 하루 하루 잘 자라야 하는데, 그렇게 까지 잘 자는 편이 아니라서 속이 좀 상한다.
 
오늘은 차가 없어, 대중교통으로 광주 탄벌까지 가기로 했다. 어쨌든 한번 가보는 거다. 9호선을 타고 신논현으로 가서, 강남역에서 500-5번을 타고 가면 된다. 네이버는 나에게 2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다고 알려줬다. 강남역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500-5번이 그냥간다. 한번 가면 25분 기다려야 한단다. 500-5번을 타고 나서 탄벌까지 40정류장이 넘는 고난의 길을 가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힘이 쭈욱 빠진다. 한참을 졸았는데도, 이제 모란역을 지난다. 산골길을 넘어서 주욱 가다보니 겨우 도착이다. 물을 주고 8시 30분에 출발했는데 11시 30분이 되어서 밭에 도착했다. 결국 3시간 길이다.
 
도착해서 밭의 사진을 여기저기 찍었다. 어제는 너무 힘들어서 파헤쳐진 밭의 전경을 찍을 힘조차 없었다. 파헤쳐진 밭의 이모저모와 밭에 자생하는 허브와 내가 키우는 고추도 찍었다. 고추가 큰 병에 걸리지 않고 잘 자라고 있다. 아쉬운 점은 고추나무가 크지 않고, 열린 고추도 많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의 실수를 내년에는 꼭 만회하리라.
 


도착해서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인현군이 영준이와 도착했다. 밭 정리 작업을 시작했다. 밭 이랑 하나 만드는데, 어찌나 힘이 드는지. 뒤엎어진 밭을 고르고, 밑에 깔린 풀을 제거하고, 고랑을 만들고, 다시 밭을 다듬고. 하나 하는데 40분 이상 걸린다. 날은 어찌나 더운지, 땀이 주르르 흐른다.
 
 
1시가 넘자 도저히 안되겠어, 라면을 끓여먹고 잠시 쉬었다. 손 끝이 부르르 떨리면서 힘이 안 들어온다. 허벅지에는 힘이 없어서 걷는게 걷는 게 아니다.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날은 시원해질지 모른다. 막걸리라도 한잔 할까 하는 농담에, 그거 마시면 우리는 쓰러진다는 답이 돌아온다. 가져간 물이 3통이 넘고, 이온음료가 3통인데 거의 다 마셨다. 신기하게도 쉬가 안나온다. 모두다 땀으로 나온 것이리라. 농사는 밥심으로 짓는다는 말이 맞다. 먹은 게 부실하니 힘도 나지 않는다. 어른신들의 말씀은 다 받아서 적어 놔야 한다.
 
4시가 넘어 도저히 안되겠어, 6이랑만 만들고 철수하기로 했다. 그 사이에 인현군과 영준이가 알타리 무를 500개 정도 파종했다. 정말 부지런하다. 무를 파종해 놓은 밭에 물을 흠뻑 뿌렸다. 예보상으로는 비가 왔어야 했는데, 비가 안왔다. 힘들지만 마지막으로 물을 뿌려주고 하산했다. 집에 오니 7시다. 정말 빡센 하루다.



무를 파종해 놓고 물을 준 밭

배추 모종을 옮겨심으면서 나머지 밭에 5-6 이랑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 다음 주도 빡센 일정이지 않을까 싶다.
 
일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찍은 사진을 같이 올려놉니다. 감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