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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나

포유류와 파충류

며칠전 EBS에서 진화에 대한  다큐를 졸면서 봤다. 한 가지 기억이 남는데, 곰곰이 생각 중이다. 진화의 흔적을 살펴보면 파충류가 포유류보다 생존에 대해서효율적인데, 승자는 반대로 포유류라는 것이다.

파충류는 알을 낳는다. 낳은 알에서 부화한 자식들을 정성껏 돌보지도 않는다. 포식자가 침입하면 알을 버리고 도망갈 수 있다. 알은 또 낳으면 된다. 위험 회피 전략으로는 정말 탁월하고 효율적이다.

이에 반해 포유류는 알 대신에 자식을 몸안에 들고 다닌다. 태생이라고 한다. 포식자가 공격하지 않으면, 자식에게 안전하고 안락하지만, 위험한 순간에는 무거운 몸은 도망갈 때 짐이 된다. 임신중인 많은 포유류들이 포식자의 습격으로 먹히게 된다.

왜 불리한 전략을 선택한, 또는 선택받은 포유류가 승리했다는 사실은 진화의 역설이다. 포유류가 선택한 번식은 매우 불편하고 비효율적이며, 번식의 주체인 자신들까지도 위험에 빠뜨리는 하수로 보인다. 그러나 자연은 냉정하고 계산 빠르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파충류보다는 위험을 기꺼이 끌어안고 감성적이고 이타적인 포유류를 승자로 선택했다.

계산이 빠르고 합리 또는 효율적인 것이 결코 좋지 않다는 점이다. 위험을 회피하다 보면, 종족 또는 자손에 대한 지식 전달과 보호를 생략할 수 밖에 없다. 포유류는 위험을 감내하면서 비효율을 선택했지만, 긴 시간 동안 자손에 대한 보호와 감성의 연결을 통해 무난히 적응할 수 있게끔 훈육했다.

사회에서, 경제에서 많은 사람들은 성공하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고객을 위해서라면 빠른 계산과 합리성, 효율성을 강조하고 낭비와 감성적인 유대를 버리라고 강조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사회를 저급한 문화 또는 문명으로 개량하거나 개선하겠다고 나선다. 가끔은 혁신하겠다고, 파괴적으로 창조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기간 자연이 우리 인간을 진화의 승자로 남게해준 것은 빠름도 아니고, 효율도 아니고 합리성도 아니다. 서로를 지켜주는 이타적인 본성과 감성으로 끈끈하게 연대하는 능력과 오랜 기간 부비벼 정성들여 훈육하는 자연스러운 공동체 때문일 것이다.

합리와 효율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이제 합리와 효율은 나쁘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계산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전략이 아니라, 진득하게 위험도 감내하는 헌신 전략이 아닐까?

아님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