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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나

혁신, 폐쇄계, 고전

혁신은 고귀한 실패임과 동시에 예상치 못한 성공이다. 이 역설은 영국 사상가 아서 케스틀러가 설명한 폐쇄적 신념 체계closed belief system를 연상하게 한다. 폐쇄적 신념 체계를 가진 사람은 세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모든 것을 설명하는 보편타당한 진리를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둘째, 어떤 증거를 내놓아도 설득당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념 체계를 부정하는 데이터를 자신의 신념 체계에 맞도록 재해석하기 때문이다. 셋째, 비판을 받으면 비판자의 동기를 트집 잡아 비판을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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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폐쇄계의 첫 번째 특징을 충족한다. 혁신은 모든 경제변화를 설명하는 데 쓸 수 있는 개념이다. 경쟁사보다 나은 성과를 낸 기업은 경쟁사보다 혁신했기 때문이고, 못한 성과를 낸 기업은 경쟁사보다 덜 혁신했기 때문이라고 셜명할 수 있다. 혁신은 폐쇄계의 두 번째 특징도 충족한다. 실증적으로 논박할 수 없다. 모든 변화는 혁신이고 모든 불변은 혁신 달성에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혁신은 폐쇄계의 세 번째 특징도 충족한다. 비판자의 동기를 문제 삼아 비판을 무력화할 수 있다. 아무리 혁신하려고 노력해도 경영성과가 나쁜 기업에게는 급격한 혁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거나 진정한 혁신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경영성과가 나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기업에 대한 해법은? 더 집중적으로 혁신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무엇이 혁신인지 모른다. 그래서 저스티스 화이트가 포르노그래피에 대해 언급한 말을 흉내 낼 뿐이다. "보면 안다." 정부, 언론 기업들이 하도 혁신 타령을 하다 보니, 사람들은 많이 혁신할수록 좋은 줄 안다. 혁신 광신도자들이 사방에 출몰했다. 그들은 혁신을 믿으면 성공할 것이라고 외치는 듯하다. 이런 풍조를 본 코코 샤넬은 혁신이 전부는 아니라고 불평했다. "혁신이라고! 사람은 평생 혁신만 하고 살 수 없어. 나는 고전을 창조하고 싶어."

- 291~292, 무엇이 가격을 결정하는가?


사람들은 무엇이 혁신인지 모른다.

나는 고전을 창조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