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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나

축구에 대한 생각


2013년 10월 7일


지난 6월 브라질에서 열린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경기는 브라질이 우승하면서 끝났지만, 세계 최하팀 '타히티'를 보면서 '축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특히 FIFA 순위 세계 1위인 스페인과 타히의 경기는 '축구에서 탁월함'을 알려준 경기였다.


같은 팀 경기이지만, 야구와 달리 축구는 개인보다는 팀의 실력을 많이 다루는데, 나는 야구처럼 축구도 개인의 능력과 실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상대방 골문에 더 많은 공을 넣은 팀이 승리하는 아주 단순한 경기 규칙을 가지고 있다. 많은 해설자와 분석가들이 골을 넣기 위한 선수들의 배치와 작전 등을 중요하게 이야기 하고 다루는데, 그건 세계 정상 수준의 선수들이 경기할 때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본다.


축구가 팀과 팀의 배치, 전술이 중요한 부분이라면, 이는 선수들간의 공을 주고 받는 패스가 중요한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공을 연결하는 기술은 단지 공을 잘 차는 능력으로 평가할 수 없다. 패스를 잘 하려면 크게 4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공을 받고, 공을 잘 지키고, 적절한 위치를 파악하고, 정밀하게 차는 능력이다. 앞에서 예를 든 스페인과 타히의 경기를 보면 왜 스페인이 열심히 뛰지도 않는데도 경기 내내 타히를 압도했는지 설명해준다. 타히 선수들이 매우 열심히 수비하고 달려들더라도 스페인 선수들은 공을 받는 시점에서부터 여유를 보여준다. 스페인이 수비를 할 때는 반대로 타히는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보였다. 이 차이는 아주 작은 곳에서 시작한다. 스페인은 공을 받는 순간 공을 몸에서 어느 정도 떨어지게 놓을지, 어느 방향으로 가져가야 할지, 패스를 할 것인지 치고 나갈 것인지, 상대 수비수가 달려오는 방향과 속도에 따라서 적절하게 따돌리며 이 4가지를 해낸다. 이런 능력은 단 시간에 습득할 수 없으며,  어떤 TV 해설자처럼 경기를 하는 동안 생각하면서 향상시킬 수 없는 기술이다.


공격만을 놓고 본다면 축구의 본질은 상대방 골문에 공을 넣는 행동이다. 본질을 위한 핵심은 위에 이야기한 4가지 기술과 신체적 능력과 조직력을 더해서 모두 6가지다.

공 받기, 공 지키기, 위치 파악, 공 차기, 조직력, 신체적 능력(신체조건, 폐활량, 지구력 등등).


여기서  정밀하게 공차기를 생각해보자. '정확하다'가 아니고 '정밀하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손을 주로 사용하는 야구나 농구와 달리 축구는 발을 사용한다. 손을 사용하면 압박을 받는 경우에도 원하는 위치로 공을 보내기가 쉽지만, 발은 편차가 심하다. 자주 도구를 사용하는 손은 정밀도가 높다. 평상시에 걷고, 달리고, 뛰는 기술을 주로 사용하는 발은 정밀도가 낮다. 우리가 한국 축구에서도 자주 보는 어처구니 없는 패스 실패와 하늘로 뜬 공은 '압박을 받는 순간'에 발을 제어하는 정밀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평소에 연습한 방식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고, 근육들을 제대로 선택하지 못하는 '의지' 과잉의 문제다.


돌파를 하는 순간에 정밀하게 발을 제어하는 능력과 상대를 읽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메시'가 돌파를 할 때 보면 상대방보다 반박자 늦은 시점에 공을 꺽고 치고 나간다는 느낌이다. 수비수가 최종적으로 몸의 방향과 각도로 움직여 관성을 가지게 되어 다른 동작으로 전환을 하기 어려운 시점까지 공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메시는 다른 선수들보다 대략 0.3 ~ 0.5초 정도 더 보고, 그만큼 더 짧은 시간에 방향을 정해서 나갈 수 있는 능력이 가진 셈이다. 상대방 선수의 움직임을 읽는 능력을 가졌더라도, 돌아서거나 좌우로 치고 나가는 빠르고 정밀한 능력이 없다면 스스로 당황해서 엉퀴고 말게 된다.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병폐인 문전 처리 미숙은 나쁜 관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불운한 스트라이커인 이동국을 예로 들어보자. 이동국은 '국내용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데, 같은 상황을 만나면 국내에서는 제대로 골대쪽으로 공을 차는 반면, 외국에서는 어설프게 빼앗기거나 공중으로 뜬 공을 찬다. 

이동국이 뛰어난 공격수이고 골대 근처에서 공을 잡았을 때 10가지 상황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반대로 상대방 수비수는 뛰어나기 하지만 10가지가 아니라 7~8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있다고 하자. 보통 공격을 할 때 2,3개 단계의 구분 동작을 거치는데, 공격수가 첫번째 동작을 취하면 수비도 거기에 따라 반응하게 된다. 이때 두번째 단계로 넘어가는 순간에 누가 더 많은 상황에 대처할 수 있고 이를 몸으로  실현할 수 있는지가 차이를 가른다. 이동국은 국내에서는 7~8개 상황을 처리하는 수비수를 상대하기 때문에 뛰어날 수 있지만, 유럽이나 남미에서는 10~12개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수비수를 만나기 때문에 막히게 된다. 


이 때가 중요한 순간이다. 막히게 되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그러지 못한다. 초등학교때부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면 안 되게 훈련받는다. 경기 중에 실수를 하면 당장 감독이나 코치가 불러서 '똑바로 못할래?'라고 다그친다. 아쉽게 기회를 놓쳐도 혼난다. 특히 중간 휴식시간에는 구타가 행해진다. 지금도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럴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크게 혼난 선수는 새로운 활로보다는 혼나지 않을 방법을 생각해 낸다. 아주 쉽게 보는 장면이 뒤로 패스하기와 일단 때리고 보거나, 우왕좌왕 하다가 공을 빼앗기는 일이다.


이청용, 기성용, 손흥민 같은 선수들은 중고등학교 때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축구를 했기 때문에 이런 장면이 적다. 손흥민이 대표팀에 합류하게 되면 이 두 문화의 충돌때문에 그저 그런 선수처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보통 유럽 팀에서 경기할 때 돌파하거나 패스를 주거나 받는 상황처럼 뛰거나 공을 차면 그쪽에 선수들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팀에서는 후배가 선배를 위해서 좋은 찬스를 만들어서 양보해줘야하는 군대축가 같은 '충성축구'의 잔재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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