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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총파업과 끝난 잔치





파업을 하고 있는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불법 침입한 경찰들의 행동을 두고, 민주노총과 시민사회가 분노했다고 하면서 내놓은 해결책이 2012년 12월 28일 총파업이다. 경찰이 진입한 날은 22일인데, 왜 일주일 가까이 지난 28일에서야 총파업을 한다는 것일까? 이 총파업의 의미는 무엇일까?


총파업이라 하면 노동자가 자본과 계약한 노동을 멈추는 행동으로 전국적인 단위와 전체 산업에 걸쳐 발생한다는 의미다. 정치적인 파업이던 아니던지는 중요하지 않다. 포스터의 문구처럼 총파업이 발생하면 지구의 작은 우물안 세상은 멈추거나 멈추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28일은 토요일

총 파업 시간은 오후 3시


이게 "불법 파업"이라고 단정한 정부와 경찰이 불법으로 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침탈한 행위에 대한 파업의 본질이다.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저 포스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세상은  그래도 멈추지 않고 잘 돌아가니,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는 허망한 사실만 남겠군요.


이제 더 이상 연대와 신뢰를 기대하기 어렵다.

자신들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은 

평일, 근무 시간에 파업조차 꺼려하고

법, 정치, 사회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탈없는, 

게다가 급여에 지장이 없는 토요일 오후를 총파업 일시를 정했을 것이다. 

그 어떤 것도 멈추지 않을 생각이면서 주장은 세상을 멈추겠다고 한다.

우습다.


"철도 노조"와 "민주 노총"이 무엇을 주장했는지 중요하지 않다. 

자신들이 주장한 내용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어떻게 했는지가 중요하다.


총파업 포스터를 보면서 너무 허탈한 생가이 든다. 이 허탈한 생각을 떠올리는 시로 마무리한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 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 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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