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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팅컬처 Cheating Culture

제목 : 치팅컬처
부제 :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
원제 : The Cheating Culture
지은이 : 데이비드 캘러헌
옮긴이 : 강미경
펴낸곳 : 서돌
ISBN : 9788991819283
펴낸날 : 2008년 12월
받은날 : 2008년 12월 17일 
읽은 날짜 : 2008년 12월 25일
지난 11월 21일 블로그에 비밀 댓글이 하나 달렸다.  『치팅컬쳐-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라는 책을 출판하게 되는데 증정도서를 주겠다고 메일을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아 순간 이게 새로운 수법의 치팅-피싱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바쁜 일도 있고 해서 한 일주일 후인 11월 24일에 메일을 보냈다. 그때 아무래도 좀 수상하다 싶어 메일에 이렇게 적었다.

처음에 댓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내가 뭐 잘못한게 있는가..
『치팅컬쳐-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이건 정말 재미있듯 하네요.
꼭 보내주세요. 낚인 건가요?

그리고 한참을 지났는데 소식이 없었다. 당연 크게 낚였다고 생각했다. 변변한 뽑기에도 한번도 걸리지 않는데, 나한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하고, 메일을 보내지 말것을 하면서 후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참을 지나고, 잊어먹고 있는데, 책 포장 비슷한 택배가 왔다. 책을 주문한 적이 없는데, 평소에 오던 택배와는 좀 달랐다. 부리나케 뜯어보니 치팅컬처 책이 왔다. 와우.. 내가 낚인 게 아니었네 하면서 일면식 없는 나한테 책을 보내준 서돌 출판사분들이 너무 좋아졌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뭐 그럴싸한 핑계를 대고 안 보내주는 경우가 많다고들 하는데, 약속을 지켜주신데 대해 감사드린다.

이제 책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책을 읽으면서 영화속에 보던 진정한 미국의 모습이 아름답지 않다는데 안도감을 느꼈다고 해야 하나. 미국인들의 표현중에 "do the right thing" 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미드를 보면 정말 많이나온다. 잭바우어의 24시, CSI 등등. 미국의 자존심과 자긍심이 옳은 일(right thing)을 하는 것이었다고 부러워했는데, 별수 없는 사람 사는 나라였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좀더 잘 살기 위해서, 내가 더 올라가기 위해서 옳은 일을 내팽개치는 평범한 그저 그러한 국민성을 가진 나라였다는 것이다. 영화가 우리가 헛된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정말 무서운 놈인가 보다.

책의 두께가 400 페이지가 넘고, 본문만 400페이에 달하는 데, 이걸 언제 다 읽는가 하는 탄식이 나왔는데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흥미진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월스트리트, 의사, 변호사,학생들, 회계사, 기업 등 사회 전반에 퍼진 속이는 문화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주는데, 3일밤을 꼬박세워 다 읽었다.

왜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가 만연하고 속이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저자는 승자독식신자유주의과도한 경쟁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2등은 기억해주지 않는다는 1등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그리고 80년대 이후 진행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물결속에 과도하게 시행된 경쟁구조. 다음 아고라의 논객 미네르바의 표현대로 메트릭스안에 갇혀사는 천민자본주의의 본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사, 변호사가 되기 위해 부채를 떠안고 사회에 진출해서 시다바리하면서 1등이 되기 위해서 불법을 저지르는 모습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이 남의 나라, 미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은 대한민국과 비교하면 너무 비약일까?
경제적 이익때문에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은 결코 단죄받지 않는다는 점은 우리가 삼성사건에서 보았다.
SAT 시험 시간을 늘리기 위한 불법은 군대면제를 받기 위한 여러가지 불법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다.
교육이 부와 사회적 안정을 꾀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공공연한 과외가 행해지고 있다.
우리는 아직 시행하고 있지 않지만 기부금 입학을 통해서 좋은 교육의 기회를 만드는 것은 계층상승의 기회를 박탈한다.
미국이 1980년대 경쟁구조가 활성화 되면서 사회적인 부의 분배에 문제가 생기고, 중산층이 줄어들고, 빈민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면, 우리는 IMF 이후 그 전철을 받고 있다.



이 책에서는 보수 진영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알려준다.
보수 진영은 미국의 도덕 실추를 소리 높여 비난하지만, 사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지난 25년간 미국 사회 전역에 걸쳐 급증해온 속임수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1990년대 내내 저소득층 미혼모의 병리 현상과 줄담배를 피우는 베이비붐 세대 부모밑에서 자라며 약물에 손을 대게 된 청소년의 방종에 대해 경고했지만,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돈과 지위를 놓고 벌이는 경쟁의 강화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입을 다물었다. 미국은 '문화 전쟁'에 대한 보수 진영의 맹렬한 비난에 정신을 빼앗겨 극단적인 자본주의가 도덕에 미치는 부식성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기업 스캔들이 터졌다. 사람들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지만, 돌이켜보면 그처럼 도를 뛰어넘는 추악한 사건들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던 듯하다. (169-170)

보수주의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정부 구조를 축소해 힘을 약화시킴으로써 기업 스캔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보크와 배네트 같은 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의 '도덕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유혹이 자본주의의 특성이라는 점을 무시하고 이러한 유혹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정책 기조로 몰고 갔다. 규제가 느슨해진 가운데 호황을 이루는 경제는 거짓말과 속임수에 대한 보상액을 올렸다. 증권거래위원회는 재원이 부족해 갈수록 복잡해지는 금융시장을 감독하는데 한계를 보였다. 국세청 역시 예산 부족으로 허덕이며 점점 교묘해지는 탈세에 대처하지 못했다. 규제 철폐가 속출하면서 공공시설, 은행, 통신업, 항공업, 운수업 등 각종 산업 분야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후퇴했다. 민영화 열풍이 불면서 더 많은 정부 기능이 부정행위를 막을 안전장치가 거의 없는 민간 업체로 넘어갔다. 호황기에 정부 규제가 뒷걸음친 데에는 정계로 돈이 흘러들면서 양당 모두 깊이 썩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자유시장 이데올로기는 더말할 나위도 없다.
(173)

와우. 멋지지 않는가. 도덕이란 말 대신에 '잃어버린 10년'과 '좌파' 라는 말만 넣으면 한국 사회에 대한 미래를 그려준다. 왜 갑자기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이야기 하는지. 왜 공공영역의 일을 민간에게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넘기려고 하는지. 아마도 우리 사회의 비전중의 하나가 미국이기때문에 많은 영역에서 우리의 미래 모습은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미국의 부정적인 모습을 다 닮아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는 이 편법과 거짓말을 바로 잡기 위해 새로운 계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게 해법이라는 점에서는 한계라고 보여진다. 그리고 모든 편법의 동기가 경제적인 요인만을 언급하고 있는데, 중요한 동기이기는 하지만 핵심적인 동기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내가 볼때는 우리가 처한 상황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데, 누구도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기적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인간들이 이타적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모든 사람들이 편법을 저지르는 것이 이기적인 행위라면, 규칙과 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이타적 행위라고 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이타적 행위를 하라고 배우고 강요받았지만, 사회적인 경험에서 이기적인 행위, 편법과 거짓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 경제적 효과와 결과를 만들고, 갈수록 사람들이 이기적인 행위를 추구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의 최고 승자는 첫번째 행동에서 이타적행위를 하고, 그 다음번부터는 상대방이 사용했던 전술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상대방의 전술을 보고 파악할 수는 있지만 따라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미네르바의 메트릭스 이론이 맞는지도 모른다.

불경스러운 이야기지만, 이 어려운 시기에 자신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각종 법안들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경제 정책은 엉망이 되고 있는데, 왜 사람들은 그대로 지켜보기만 할까? 그에 대한 답은 자신만은 이 답답한 메트릭스를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과 자신을 얽메고 있는 다른 경제적 문제들을 개인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압박감일 것이다. 그래서는 우리는 계속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않으며, 갖은 편법과 거짓말을 사용하고, 사과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으며(단 유감은 표명한다) 부유층들과 지도층을 떠받는 천민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399페이지 후기 마지막줄은 우리가 많이 듣던 이야기다.

유명한 격언대로 정직은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에도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399)
신독(愼獨) : 어두운 곳에서도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고딩 윤리교과서)



그런데도 사람들은 벌건 대낮에도, 인터넷을 통해 모든 것을 순식간에 다 알 수 있는데도 대놓고 서로를 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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