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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20030401] 미국이 버린 UN에 대한 단상

자꾸 현실에 대한 인식이 내가 보수주의자로 변모하고 있는지 고민하게 한다. 조금 생각의 틀을 바꾸고 나니, 많은 부분에서 현실에서 어떻게 타협하고, 어떻게 현실을 개량적으로 현실 정치에서 도입해야 하는지, 이런 부분들이 고민된다.

과거 콤 선언문에서는 " 노동자들이 단결을 통해서 잃는 것은 그들의 쇠사슬 뿐이요, 얻는 것은 세계 전체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 고 외쳤었고, 1,2차 세계대전에서 전쟁반대를 외치던 소비에트를 중심으로 반전을 위해 참전을 하는 웃지 못할 희극도 있었던 걸로 아는데..

한편으로는 이번 이라크전을 통해서 반전과 반미를 위한 세계 시민 사회의 다양한 연대가 형성된 것이 진보라고 표현하던데.. 과연 그럴런지.. 돌아서면 삶 자체가 전쟁이고, 또 다시 삶의 전쟁 속으로 돌아서서 취업전쟁 부터 교육전쟁, 무역전쟁, 결혼전쟁 등등..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파편화된 삶이 기다리는데..

암튼.. 간에.. 내 의견은 이렇소..


제목 : 미국이 버린 UN에 대한 단상

우선 이번 전쟁의 성격을 자꾸 UN의 체제를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비난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미국은 UN이라는 체제를 벗어나서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점에 대해서는 진보누리에 올라온 글이 있기 하지만, 나는 그글의 견해와는 다른 관점에서 이번 문제에서 미국과 UN 또는 전세계, 지구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선 미국은 이길 수 밖에 없는 전쟁을 하려 했고, 실제 하고 있다. 즉 만만하게 보일 만한 상대를 골랐다는 것이다. 사실 대량학살 무기 같은 경우는 다들 비난 하듯이 미국이 가장 많을 뿐더러, 중국이나 구 소련,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들을 타겟으로 삼지 않은 것은 미국의 의도가 대량학살 무기보다는 그것을 핑계로 승리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다.

그리고 미국은 전쟁의 상대자에게 편이 없을 수 밖에 없는 국가를 선택했다고 본다. 부시의 연설에서 우리편 아니면 적이라는 관점에서 이탈한 방관자들로 기타 국가들을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저 유명한 팍스 로마나의 전법인 디바이드 앤 퀀쿼(라틴어..)를 구현하는 고도의 정치적인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적어도 프랑스나 러시아가 자국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전쟁을 반대했다고 하지만, 일반적인 이분법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결코 그들은 전쟁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방관하고 참전을 거부한 것 일 뿐이다. 만약 적어도 20-30년전이라면 편이 갈려 서로 연합/연맹을 맺어서 싸울만한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UN 안보리에서 그토록 심각하게 편이 갈릴 정도라면..

이번 UN에서 결의안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미국 또는 부시 정부(내지는 미국의 매파라고 해도 될지)는 UN이 새로운 세계질서에서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데 적절치 않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2차 세계 대전의 폐허위에 국가 연합체로 세워진 UN은 한편으로 미국에 대한 종속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비정치적인 기구들, WHO 같은 기구들을 뺀다면 말이다(거의 NGO 성격을 띠는 기구들의 유용성은 따로 논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1. UN 본부가 있는 곳도 미국의 뉴욕이고, 2. 건물도 미국이 기증한 것으로 알고 있고 3. 몇년전까지만 해도 UN 경비의 상당부분을 미국이 납부했었다. (이 이근거는 조사한 것이 아니라 귀동냥이다. 전체적인 상황인식에 대한 근거일 뿐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 못찾았죠)

사실 저런 상황이라면, 표면적으로만 국제기구이지, 실제로는 미국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기구라고 판단해도 되지 않을 런지. 그런데 그런 UN이 미국의 입장을 반대하고 비난한다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UN이라는 정치적인 틀을 버리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런지. 아마도 그 부분은 진보누리의 송태경님의 글에서 나오는 의지의 동맹 같은 형태가 될지 아니면 독자적인 것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이번 전쟁으로 미국이 과거의 낡은 냉전 체제의 정치적 연합체 또는 합의체인 UN을 깨드리고 새로운 정치 질서로 나아가려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역설적으로 생각해보면, UN과 미국의 갈등, 참전에 대한 다른 견해들, 이것들이 국가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서로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즉 본질적으로 UN이든, 이번 전쟁이든 국가 또는 국가주의적인 체계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UN이라는 범지구적인 정치체제가 국가주의의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 그것의 붕괴는 국가주의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소비에트의 붕괴로 발생한 힘의 균형의 균열에서 부터 찾아야 한다 즉 힘의 균형(평행이 아니라) 상태에서는 서로 또는 전지구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국가에 기초한 이익을 서로 협상해야할 시스템 또는 테이블이 존재했지만, 이제는 미국이 거의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는 그런 시스템이 불필요하게 된 것이다. UN이 제대로 동작하려고 한다면, 다시금 미국과 맞설 수 있는 강대국이 있어서 견제가 되어야 하지만, 단기적으로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중국을 염두해 두는 사람이 있기 하지만, 경제적으로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일단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제외를 해두자)
위에서 설명한 역설에 의해서, 미국 또는 UN 둘중에 하나가 낡은 것이 되는 것이 당연한데, 문제는 다시 하나가 다른 하나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그 주도권을 쥔 미국은 낡은 것을 버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역설의 결론이다.

한가지 더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전쟁이 부도덕하냐는 것인데, 전쟁에 대해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할 수 있다면 이긴 쪽이 선이고 진쪽이 악일 뿐이다. 역사상 이긴 쪽에서 전범이 처벌 받은 사례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지구에서 실제로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만들어내는 공식이나 법률은 없었습니다. 종교, 법, 등 모두가 실패했었고, 반대로 그들의 신념, 종교, 법, 가치체계들이 전쟁을 양산했었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