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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원 인생

제목 : 4천원 인생
부제 :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
지은이 : 안수찬,임인택,임지선,전종휘
펴낸곳 : 한겨레출판
ISBN : 9788984313934
펴낸날 : 2010년 04월 30일
구입일 : 2010년 06월 07일 
읽은 날짜 : 2010년 06월 12일

80년대 군부독재의 칼날이 시퍼렇게 날이 선 시절에는 대학생들이 공장에 취업해서 "노조"를 만들고 기타 등등을 하던 위장취업자가 있었다. 위장취업자들은 안기부, 보안사 등에 잡혀서 옥고를 치르거나, 파업을 선동(!)하다 잡혀들어가거나 하던 시절이었다. 세상이 바꼈다는 21세기에도 위장취업을 하는 기자들이 있었으니, 그 결과가 "4천원 인생"이다. 다행히 그들은 잡혀들어가지 않았다.

몇 년전에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나오고, 젊은 세대들의 우울한 삶을 88만원으로 표현한다. 4천원 인생과 88만원 세대는 세대는 다르지만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며칠 사이에 가장 보수적이고 꼴통이라는 조선일보가 "사다리"이야기를 하며 나락으로 떨어지는 빈곤층 이야기를 한다.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한겨레21 기자들처럼 짧지만 한달이라도 직접 체험해봤는지 모르겠다.


4명의 기자가 식당, 마트, 공장, 공장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을 기록한 글이다. 한 공장은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한 공장이다. 머리말 제목이 "가장 본질적인 모순에 대한 생살 그대로의 기록"이다. 난 이 표현을 반대한다. 본질적인 모순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단지 체험한 한 달을 가지고 본질적인 모순까지 체득할 정도로 녹록하다면, 생각마져 그렇다면, 그들은 잘못된 길을 갔을 뿐이라 생각한다. "말도 안되는 엿같은 현장에 대한 생살 그대로의 기록" 이 정도가 적절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으로 산다는 것, 집안의 가장들이 뼈빠지게 일해봐야 얼마 안되는 돈을 받으면서, 하루 하루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버티는 일. 솔직히 안 해봐서 잘 모르겠다. 그런데 불안하고 쫓기는 기분은 알것같다. 

불법 파견 금지, 동일노동 동일임금, 최저임금 인상 등은 "풍족하게" 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와 경제 구조가 고도화될 수록 좋을 일자리는 줄어든다. 줄어든 일자리에 사다리를 대지 못하면 4천원 인생이 된다.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20조를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울해진다. 삼성전자 때문에 먹고 사는 협력업체들이지만, 그 열매는 같이 먹을 수 없다. 100조를 돌파한 들 나아지는 것은 그들만의 삶일 뿐이고, 그들 또한 줄어들 좋은 일자리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분발해야 한다.

나는 "불량고객"으로 삶을 살아왔다. 내가 대가를 지불하는 것들에 대해서 정당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결과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충돌이다. 충돌받는 사람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다. "무슨 저런 꼴통이..." 사다리의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은 잔대가리를 굴려, 힘없는 비정규직들을 "불량고객"에게 붙여준다. 전화 한통을 녹음하고, 평가하고... 난 어쨌든 부당한 대우나 차별을 받지않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피해는 사다리 아래쪽일 뿐이었다. 

"4천원 인생"을 읽으면서 많이 반성했다. 그냥 "차칸 고객"으로 살겠다고. 나와 부딪치는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고, 조용히 살겠다고. 식당에서 음식이 늦다고 따지지 않고, 내 개인정보를 부당한 방법으로 획득하여 판촉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지금 통화가 힘들어요", "관심없어요" 말하고 끊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차칸 고객"은 그래야 한다. 그들과 함께 나누지는 못할지언정,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지는 말자.

다들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외쳐대지만, 좋은 일자리가 사라져가고, 나쁜 일자리만 생겨난다. 내 생각은 아주 단순하게 해결해야 한다. "조금 덜 받기"를 통해서 같이 나누는 문화가 잡아야 한다. 사회가 거대한 "죄수의 패러독스"에 빠져들고 있다. 죄수들이 나오는 방법은 신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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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도 싫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조선일보가 왜 "사다리"를 갑자기 들고 나왔느지 잘모르겠다. 진심으로 국민들 "삶의 질"을 개선하려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경각심을 일깨워서 더욱 더 "패러독스"에 허덕이게 만드려는 것일까?

사다리지수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5/11/201005110214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