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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나

좋아, 그런대로.

"여보,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랑스러우세요?"

어느 날 저녁 아내가 물었다.

"좋아, 그런대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어때요. 특별한 사람들이에요?"

"좋아, 그런대로."

"그럼 당신 회사 셸은 좋은 일을 하는 좋은 회사인가요?"

"응, 좋아. 그런대로."

아내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는 '좋아, 그런대로'의 태도를 가진 사람과 한평생을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그것은 일종의 최후통첩이었고 나는 그 다음 달 셸에 사표를 냈다. 하지만 그 대화는 언제나 내 귓바퀴에서 맴돌았다. 나는 아내의 지적에 동의한다. '좋아, 그런대로'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삶은 단 한 번뿐이고 그러니 그 삶을 영위하면서 그저 근근이 견뎌나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할까? 결국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 질문은 여전히 나를 따라다니는 화두이다.


코끼리와 벼룩, 289-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