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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나

카오스 - 나비효과

29쪽

갑자기 그는 진실을 깨달았다. 고장난 데는 하나도 없었다. 문제는 그가 타이핑한 숫자들에 있었다. 컴퓨터의 기억장치에는 소수점 이하 6자리, 즉 .506127까지 기억되어 있었다. 그러나 인쇄출력할 때는 분량을 줄이기 위해 3자리, 즉 .506만 나타나게 했다. 1000분의 1 정도의 차이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반올림한 3자리 숫자를 입력했던 것이다.
그것은 합리적인 가정이었다. 만일 기상위성이 해수의 표면 온도를 1000분의 1 오차 범위 내에서 읽어 낼 수 있다면, 위성의 운용자들은 운이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로렌츠의 로열 맥비 컴퓨터는 고전적인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은 순전히 결정론적인 방정식들을 사용한 것이었다. 특정한 초기조건이 주어지면 기후는 완전히 동일하게 재현되었다. 초기조건이 달라지면 기후도 약간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수치상의 작은 오차는 한 줄기 미풍과 같았다. 그것은 기후에 중요하고 규모가 큰 변화를 일으키기 전에 분명히 사그라질 미풍이었다. 그러나 로렌츠의 특정한 방정식 계에서는 작은 오차가 대단한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이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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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단지 조잡한 컴퓨터가 착오를 일으킨 데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로렌츠는 컴퓨터나 모델 자체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것이 나트륨과 염소를 섞어 금을 만들어 낸 것과 같은 대사건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로렌츠는 동료들이 나중에야 이해할 수학적 직관에 의해 급격한 동요를 느꼈다. 무엇인가 철학적으로 크게 잘못되었다. 사고방식의 근간이 흔들렸다. 비록 그의 방정식이 지구의 기후를 전반적으로 서투르게 반영한 것이긴 하지만, 그는 방정식 안에 실제 대기운동의 중요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믿고 있었다. 바로 그날, 그는 장기 기상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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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와 60년대에는 사람들이 기상예측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생각했다. 신문과 잡지들은 기상학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찼는데, 단순한 예측만이 아니라 조정과 통제까지 기대했다. 당시 두 가지 기술이 함께 발전하고 있었는데, 하나는 디지털 컴퓨터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위성이었다. 그 두 가지를 이용하는 국제적인 계획이 준비되었다. 그것은 세계 대기연구계획이었다. 인간사회가 기상의 변동으로부터 해방되고, 기상의 희생자가 아니라 지배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옥수수밭에는 기상관측을 위한 돔이 세워질 것이다. 비행기가 구름의 씨를 뿌릴 것이다. 과학자들은 비를 내리고 멈추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