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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폭풍전야 시사회 후기

거의 10년만에 영화 시사회에 당첨되었다. 문자로 "폭풍전야" 시사회 응모하라고 해서,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응모했는데, 덜컹 당청되었다. "폭풍전야"라는 제목이 주는 선입견, 전쟁영화이거나, "폭풍속으로" 같은 영화이거나, 적어도 화려한 액션이나 스릴 같은 것이 있을 줄 알았다. 당첨되고 집사람에게 영화보러 가자고 했더니, 일언지하에 거절. 이런.. 그래서 고팀장하고 뻘쭘하게 봤다. 다 보고 나오면서 너무 허탈해서 너무 즐거웠다. 배꼽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허무함에 웃음도 안 나오더라. 그런데 그게 카타르시스를 준다고나 할까? 

스포일러가 안되게 노력은 하겠지만, 너무나 허탈한 나와 고팀의 마음을 담아, 왜 그런지 밝혀본다.

시사회장 도착 : 10년전에는 단체로 모아서 들어갔는데, 본인 확인하고 티켓을 준다. 편해졌지만 썰렁했다.
팝콘사기 : 음료수만 마시겠다는 고팀의 의견을 물리치고 매콤한 팝콘콤보를 샀다. 먹기만 해봐라.
영화시작 : 화면이 흐릿하다. 선명하지 않아서 느낌이 불안하다. 이거 제대로 찍은건가? 아니면 회상장면.
마술 : 이거 예능영화나 전국을 누비는 로드 무비?
멜로 : 이상한 정사장면. 콘돔을 외친다. 헐. 이건 뭐지.
삼각 멜로 : 남자둘이 여자 하나를 놓고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음악, 예술 : 이상한 악기로 연주합니다. 무슨 악기인지, 무슨 노래인지 모르지만..
소수 문화 : 남자 둘이 동성애로 밝혀지고, 여자가 사라진다.
CSI : 여자가 남자 하나를 총으로 쏴 죽이고 남자가 대신 감방간다.
쇼쌩크 : 감방에서 탈출하려는 남자와 감방간 남자.
의학 : 에이즈에 걸리면 나간다는 .. 그리고 직접 수혈.
프리즌 브레이크 : 탈출해서 나간다. 무죄를 입증하러
종교 : 신부를 찾아가서 졸라 팬다. 신부는 뛰어 내리고. 흠.. 동갑내기 과외하기인가, 구타유발자인가
바다 :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그런 게 나오려나
식당 : 요리로 종목 변경, 쉐프다. 일류
여관 : 송강호가 나왔던 산장영화가 있었는데.. 그런 잔혹 무비?

--- 이때쯤 안 먹겠다던 팝콘 다 떨어집니다. 제일 큰 걸로 샀어야 했다 ---

추적자 : 탈옥수를 찾는 추적 형사들. 흠.. 박진감 있게 추격신이 나오려나?
할머니 : 눈먼 할머니의 등장. 흠.. 반전이 있으려나... 4400..
병원 : 흠.. 하우스박사가 등장하려나. 본견 의학무비로?
겁탈 : 이제 복수전이 시작되려나...

... 그러다가 끝납니다 ....

허탈함. 전쟁, 역사 장르만 빠지고 모든 장르가 다 들어 있습니다.

너무 허탈해서.. 멜로 영화 법칙을 새로 쓴다고 하던데. 이건 멜로가 아닌 데.. 시나리오가 어떻게 씌여졌는지 모르지만, 눈물을 줄줄 흘릴만한 것인가.

너무 어이없음에 그냥 즐거운 영화였네요. 그런데 영화사이트에서 별 다섯개 평가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일까? 정말 별 다섯개일까. 다행인 것은 시사회로 봤다는 것이다. 표를 샀으면, 아마 환불 소동을 벌이고 남았을 거 같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까, 뭐.. 아님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