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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지하철 난투극? 패륜녀인가? 폭력 할머니인가?

며칠 사이에 지하철에서 벌어진 할머니와 소녀간의 폭력 사태에 대해서 말도 많고 시끄럽다. 잘잘못을 따진다고 될 일도 아니지만, 내가 겪은 바로는 그런 일을 벌이겠다고 다짐하고 지하철에 타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점이다.

2-3년 전 일이다. 지하철에 노약자석이 있다. 그 자리에 몸이 불편한 아주머니가 앉아있다. 그 분이 탈 때 봤기 때문에 알았다. 그러나 노약자석의 누구도 양보하지 않는다. 겨우 자리가 나자, 아주머니가 쑥스럽게 앉았다. 몇 정거장 가고 할아버지 한 분이 타신다. 노약자석으로 와서는 대뜸 고함을 치신다. "아니 젊은 사람이 여기 앉아 있으면 어떡해!"... 한참 동안.. 아주머니는 일어 서시려고 한다. 옆에서 그냥 앉아 계시라고 하고, 할아버지에게 설명을 해도 계속 화를 낸다.

동영상을 봤는데, 소녀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 소녀의 잘못은 스스로 방어를 못한 것이다. 99% 이상 잘못은 할머니가 했다. "어린 것"들이라고 하기 전에 연륜에서 나오는 아량으로 감싸안지 못하는 할머니는 할머니가 아니다. 시골에 내려와서 재롱피우는 손자에게 어떤 할머니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 "어린 것"들이라는 말에는 모든 것의 판단 기준을 군대 식으로 "까라면 까"라는 상대를 무시하는 생각이 들어있다. "어린 것"이기때문에 보호받아야 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잘못을 하더라도 너그러이 용서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린 것"들이 제대로 자라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학생인권조례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일부에서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라"는 것이냐고 푸념한다고 한다. 학생은 어쩔 수 없이 맞아야 하는 존재가 되어있다. 생각해보면, 학생이기 전에 인간이고, 국민이다. 교육 목적으로 때려야 한다는 말은, 어리기 때문에 맞아야 정신 차린다는 말과 통한다. "맞을 짓은 있지만, 맞을 놈은 없다"고 생각한다. 학생을 인간으로 생각하고 대접할 생각을 해도 부족하다. 나이 어린 놈들이라고 무시하고, 손쉽게 폭력으로 체벌하여 교육 목적을 달성한다는 모순은 그만되어야 한다. 

지하철에서 자주 벌어지는 싸움은 대부분은 노약자석을 놓고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머지는 좁은 열차안에서 서로 부대끼다 좀 다투는 경우다. 노약자석을 놓고 벌어지는 싸움은 절대적으로 나이 어린 사람이 불리하다. "나이도 어린 것들이, 건방지게, 싸가지". 이 몇 가지 말들로 게임은 끝난다. 노약자 자리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게다가 아주 기분 나쁜 박** 광고 덕분에 젊다면 피해야 하는 자리가 되버렸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모아서 정리한다고 쓴 글이 약자를 도와야 한다 이다.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시라.

마지막으로 내가 겪은 황당한 사례를 기억을 되살려본다. 믿거나 말거나
몇 달전 일이다. 2호선을 타고 가는데, 사당 부근에서 할아버지로 보이는 2분이 타신다. 자리에 앉더니 시끄럽게 이야기를 한다. 어찌나 시끄럽던지.. 그 분들은 곧장 정치 이야기로 간다. "촛불 들고 다니는 놈들은 다 빨갱이다.",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었는데, 망해봐야 한다.", "젊은 놈들은 싸가지가 없다."
주변의 사람들은 하나 둘씩 자리를 피해 멀리간다. 하필 내가 바로 앞자리다. 그런데 목소리 큰 할아버지께서 나를 쳐다보면서 "촛불드는 놈은 빨갱이다", "이놈들은 후레자식이다." 뭐 이런 식으로 손가락으로 날 가리키면서 이야기한다.
"왜 저를 가리키면서 이야기하세요? 저 아세요?"
"뭐라고?"
"저 아시냐고요. 이야기를 하실거면 두분이서 조용히 하세요."
그 다음 반응이 멋지다.
"이 자식이 빨갱이구만. 빨갱이들은 다 때려 잡아야 해."
지금 생각해보면 시비를 걸기 위해서 일부러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손가락질하고, 미끼를 던지는 것이리라. 짜증 지대로다. 
"빨갱이면 어쩔 건데요? 때려 잡으시게요?"
황당함의 극치를 같이 달려준다. 일순 당황하신다. 아무도 그렇게 대꾸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 "조용히 하시죠" 라고 하면서 넘어가려고 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자슥이, 나이도 어린놈이, 너만한 아들이 있어."
"그래서요? 아드님 계시는 거랑, 저한테 반말 하시면서 욕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죠?"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다. 그들은 대부분 "나이", "자식 뻘" 이야기를 꺼낸다. 그리고 까불지 말라는 듯한 뉘앙스를 던진다.
"아니 이런 놈을 봤나, 너네 부모가 불쌍하다"
이제 끝장까지 온 것이다. 그들은 막판에 부모를 끌어들여서 혈압을 높인다.
... 그러기를 한 5분을 했다.
그분들은 신도림에서 갈아타기 위해서 내린다. 목소리 큰 할아버지가 내 앞으로 온다.
"너 내려라. 한판 뜨자!!"
주먹을 쥐고 권투 자세로 말한다.
어처구니, 어의 상실 
그분들을 한번 더 봤었다. 지금은 2호선을 자주 타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을 노리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