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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이마트 피자, 선과 악의 싸움의 경계에서

먼저 이마트 피자로 인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자영업자분들께 어떻게 도와드릴 방법이 없어 미안하다는 말부터 전해드립니다.

2010-11-03 18:10 추가
이마트 피자 논쟁에 대해서 잘 정리한 경향신문 "KHAN과 세상과의 만남" 블로그를 소개합니다. 피자 논쟁을 잘 정리해 놓아서 보시기 편할 것입니다. http://khross.khan.kr/30



이마트 피자로 생계를 위협받지 않으면서 이마트 피자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이마트 피자에 대해서 이렇고 저렇고 입방아를 하고, 정용진 부사장과 쌈박질이니 말이다. 싸움은 트위터에서 재잘거림으로 시작해서, 착한 소비 논쟁으로, 다시 이념적 소비로 걷잡을 수 없더니, 다시 트위터에서 인신공격에까지 이르렀다.

"이마트 피자"의 논쟁의 승자는 정용진 부사장이다. 자본의 자유로운 유통을 보장하는 사회에서 기껏 이마트에서 피자를 판다고 문제삼는 것이 수상하다. 이마트에서 피자를 팔아서는 안된다면, 이마트에서 팔 수 있는 품목은 뭐가 있는가? 이마트에서 왜 "라면"을 팔수 있는가? 이마트에서 왜 "우유"는 팔 수 있는가? 피자가 안된다면 다 안되는 것이다. 라면이 된다면 피자도 된다. 논쟁의 핵심은 기업으로서 사업을 마음껏 할 수 있는가다. 정용진 사장은 트윗을 통해서 자신과 자신들의 기업의 "생존"을 걸고 임했지만, 논객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비아냥"뿐이다. 그러니 승부가 명확하게 갈린다.

이마트에 피자를 납품하는 업체를 두고서도 말이 많다. 족벌 업체에서 납품한다는 것인데, 품질과 가격을 놓고 "정당" 또는 "공정"하지는 않았겠지만, 나름 합리적인 "거래"를 했을 것이다. 그게 계약 아닌가?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논쟁의 승자는 정용진 부사장이다. 싫다면, 이 체제와 맞써 싸우던지, 헌법을 고치던지, 혁명을 하면 된다. 정말 쉽지 않는가!

이마트 사업의 핵심요소는 집중시킨 자본을 유통에 투여하여, 자본 회전율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다른 유통사업들도 마찬가지인 것처럼 규모의 경제를 통해서 효율성을 높이고, 자본 회전 속도와 배송/납품의 속도를 높이고, 그를 통해서 제조 자본을 아래에 두는 것이다. 동네 슈퍼와 구멍가게, 영세한 재래시장만이 유통의 최일선일때, 이마트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는 혁신적인 것이다. 복잡한 단계의 유통의 거품을 걷어내고, 품질과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더 좋을 수도 있는 상품을 제공하는 혁신. 문제는 초기에 도입한 혁신이 "상생"은 염두에 두지 않았으며, 제조 자본과 소규모 유통자본을 아래에 둘 수 있게 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마트의 경쟁요소는 가격, 신선도, 경쟁도 아니다. 이마트의 핵심 경쟁요소는 주차장이다. 이마트는 동네상권을 무너뜨렸다. 왜 동네상권이 무너졌을까? 동네상권은 차를 끌고 함꺼번에 많이 담을 수 없고, 많이 사게 되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들고와야 한다. 이마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타고 도착하면 주차장에 내리고, 카트를 밀고 꽉 채운뒤 주차장에서 물건을 실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까지 온다. 오!! 이 얼마나 예술이고 편리한 세상인가? 동네 상권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 경쟁요소에 접근조차 할수 없다. 
(핵심요소와 경쟁요소를 구분했다. 경쟁은 이마트 같은 대형 업체와의 경쟁요소가 아니라 재래상권과의 경쟁에서 발생하는 비교우위적이며 차별화된 요소다.)

개인적으로 차 없이 산지 벌써 6년이 되어가는데, 차가 있을 때는 이마트에 일주일에 한번씩 가서 약 7만원 정도를 샀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가지 않는다. 가끔 집사람이 필요한 거 사러 장바구니를 들고 간다. 물건은 딱 필요한 것을 장바구니에 담을 정도만 산다. 차가 없으면 그렇게 된다. 아니면 동네 슈퍼나 길 건너 재래시장을 이용하게 된다.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유통업체들은 좋은 일자리나쁜 일자리의 구분을 확실하게 구분지어 준다. 정용진 부사장이 이야기한 것처럼 그들만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와 하루종일 일해봐야 시급 4000원인 사람들과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개인사업자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나쁜 일자리로 구분된다. 우리가 이마트에서 상품을 살 때 마주치는 계산대, 진열하는, 설명하는 모든 사람들이 나쁜 일자리에 속한 사람들이고, 좋은 일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보기 힘들 것이다. (자세한 것은 "4천원 인생"이나 "88만원 세대"를 읽어보길 권한다. 나는 4천원 인생을 읽고 너무 많이 반성했다. 그래서 식당에 가면 조용히 밥먹다 나온다.)

우리 사회가 마르크스의 이야기 처럼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으로 나뉘어졌다고 볼수 있다. 이마트에서 일하는 "좋은 일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노동자인가? 자본가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안정된 일자리와 높은 급여, 좋은 복지 뿐만아니라, 하위의 하청납품업체와 비정규직을 관리한다. 심지어는 스스로 기획을 해서 자본을 굴려 더 좋은 상품을 제조하고 유통까지도 책임진다. 자본의 흐름을 관리하고 조직하는 새로운 계층, 즉 통합자라는 계층이 존재한다. (통합자라는 말은 토플러가 제 3의 물결에서 처음 소개한 것으로, 조금 다른 개념이기는 하지만, 크게 차이는 없어 보인다.) 거대한 사회, 경제적 그물망에서 성공한 자본가, 기업가가 되기는 어렵다. 남은 것은 통합자가 되는가, 아니면 통합자 하위의 비정규직이 되는가 뿐이다. 

통합자가 "좋은 일자리"라면 많은 자리를 만들면 되겠지만, 불가능한 역설이다. 자본은 규모가 커질수록 효율이 떨어지고, 따라서 통합자 1인당 관리하고 책임지는 자본의 규모가 더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좋은 일자리"는 줄어든다. (자본론을 조금 응용한 건데, 워낙에 오래되서 가물가물하다.) 통합자는 1인당 관리하는 자본의 규모와 매출 규모에 비례해서 높은 급여를 받는다. 반대로 자본과 상관없이 기계를 대신하는 교체 가능한 "나쁜 일자리"에서는 시간당으로 급여를 책정한다. 통합자라는 관점에서 보면 "귀족노조"이 "신의 직장"이니 하는 문제가 세대간의 갈등도 그들 자신들만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에 이르는 가파른 사다리에서 떨어질 것인가, 한발짝 올라 설 것인가의 문제는 밑바닥이 너무 잘 보이기 때문에 답이 명확하다. 사다리가 매일 매일 줄어드는 것이 보이면, 탐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넘어지지 않는 사다리에 매달려 하는 것이다. 불행한 일이지만, 20대의 취업, 구직자들에게는 사다리가 더 줄어들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모든 "이마트 피자"의 싸움에 승자는 이마트와 정용진 부사장이다. 그리고 이마트와 신세계 직원들이다. 

지난 19일 신문에 게재된 저희 회사 임직원 복지혜택 확대관련 내용입니다. 직원들이 사랑하는 회사가 될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전진^^ http://j.mp/bakt5n
-- 내용은"내부직원들의 기부터 살려줘야 한다는 판단에서" 임직원에게 할인을 확대하겠다는.
이에 대해서 나우콤 문용식 대표가 
수퍼개점해서 구멍가게 울리는 짓이나 하지말기를..그게 대기업이 할일이니?

이렇게들 트위터에서 인신공격하고 사상검증하고 싸웠다는데, 재밌는 놀인가보다. 몇 가지 사실들을 볼 때, 신세계 직원들이 부럽기도 하다. 저렇게 전면에 나서서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서, 국민들의 피와 땀을 짜 내서 퍼주고, 사상논쟁까지 불사할 정도의 리더가 있으니 말이다. (최대 패자는 문용식 대표가 아닐런지. 정부사장도 반말하고 살겠지만, 품격있는 삶으로 보일 필요가 있으니, 절제했을 거라 본다. 내용과 본질과 무관하게 "반말"하는 문 대표가 불쌍하다)

이마트 피자가 싫으면, 이마트에 안가면 된다. 이마트 피자가 아니라, 이마트라는 대형 유통 할인점과의 싸움을 해야지, 피자만 물고 늘어져서는 결과가 뻔하다. 이마트와의 싸움은 적이 스스로라는 점이 가장 힘들다. 너무나 편리한 쇼핑과 구매의 긍정적인 경험이 자꾸 눌러주는 반복과 중독의 순환을 끊기 힘들다. 장바구니를 들고 동네 재래시장에서 펄떡이는 풍경을 대하고, "조금 더"에서 "조금 덜"로 바꾸면 된다. 항상 어디서나 문제지만 "조금 덜" 갖고 사는 문제는 제어하기 힘들다. "조금 덜"로 바뀌면 삶이 훨씬 여유로워지고,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유통점들이 사라지게 된다.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 유통점들의 약점은 다른 "규제"나 "간섭"보다도 "고객 주차장" 폐쇄다. 근거와 논리는 많다. "환경영향" 평가나 "도로교통 영향 평가"등을 이용해서 "주차장"만 폐쇄시키면 매출 1/3로 떨어질 것이다. 물론 다른 새로운 경쟁요소로 혁신해서 살아남겠지만, 어쨌든 "주차장 폐쇄"만 시키면 되는데, 될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공상일 뿐이다.

난 여전히 "이마트"를 갈 생각이 없다. 그래도 1년에 한 두번은 가지 않을까? 나도 자신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