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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나는 차악을 선택한다

어린 시절 신기루같은  최선을 갈구했다.

1997년 DJ를 찍자는 부모님의 요청에 굴복하여
씁쓸하게 내 인생의 마지막 투표를 했다.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세상 도처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애처로움만 남았다.

누가 더 선한지,
누가 더 착한지,
더 좋은 방법이 없는지를
찾고 헤매는 일은
외롭고, 괴롭고,
사람들로부터 버림까지 받는다.

거의 15년 동안
정치로부터 일탈과 내부로의 침잠,
무식한 경쟁과 무수한 뒤다마의 끝은
거대한 악의 창궐뿐이다.

적이 아닌 사람들에게
적보다 더한 비난과 돌팔매 짓을 하면서
옳다고 우기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내가 찍어야 하거나, 찍고 싶거나, 찍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없다.
조용히 출구조사를 보면서 "그럼 그렇지" 하고 싶다.
찍지는 않아도
떨어뜨려야만 하고, 
응징해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내가 찍어야 할 사람을 믿지는 않지만, 
차악이라도 선택해서 악 그 자체를 응징해주길 바란다.
내 인생의 마지막 투표를 "묻지마 투표"로 한다.
이번에도 응징하지 못한다면,
정말로 조용히 살아야겠다.

밭의 농작물에 물을 주는 수고는
비가 오면 보잘것없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 하찮은 수고가 없다면
농작물은 이미 말라 죽었을 것이고

비가 와도 소용없게 된다.

가난한 이와 밥을 나눔이 그러하다.

- 산 위의 신부님에서 인용.


정치란 차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용기다.

그래서 정치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