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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나

양신(良臣)과 충신(忠臣)

정관 6년(혹은 2년), 위징이 황제에게 절을 올리며 말했다.
"소신은 나를 위해 목숨 바치며 언제나 바른 것을 행하고자 합니다. 그러니 결코 폐하를 속이거나 배반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아무쪼록 저를 양신으로 만드시되 충신이 되기를 바라지는 마십시오."
그러자 태종이 물었다.
"양신과 충신은 무엇이 다른가?"
위징이 대답하기를,
"양신은 후세에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고, 군주가 거룩한 천자가 될 수 있도록 도우며, 자손만대까지 복록을 누립니다. 하지만 충신은 자신은 물론 일가족 모두가 몰살당하고, 군주는 폭군이 되며, 국가도 가문도 모두 멸망하여 오로지 자신만 충신의 이름을 후세에 남깁니다."
태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쪼록 그 말을 지키도록 하라. 짐 역시 국가를 바르게 다스릴 계획을 잊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위징은 양신과 충신을 구별했다. 양신 역시 충신의 품성과 특징을 지닌다. 하지만 이 둘의 결말은 완전히 다르다. 충신은 아름다운 이름을 얻지만 나라는 멸망하고 군주 역시 오명을 짊어진다. 하지만 양신은 군주, 나라와 함께 영광을 누리며 자손만대까지 그 복을 이어나간다. 그것은 바로 위징의 바람이기도 했다. 혼자 충신의 이름을 남기기보다는 군주와, 국가와 함께 번영을 누리고 싶다는 바람 말이다. 결국 위징의 바람이 완벽하게 이루어졌음을 그의 일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정관의 치 -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