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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나

인사와 악수

악수는 미국에서 총잡이들이 서로 무기를 잡지 않았다는 확인을 위한 절차로 발생했다는 설이 있다. 사실인지 어쩐지 모르지만, 어쨌든 서로가 신뢰의 증표로서 "오른손"을 무방비로 내민다는 것은 일리가 있다. 상대방이 왼손잡이라면, 안습이겠다.

우리는 악수를 만날 때 반가움의 표시보다는 서열의 표시로 하게 된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지위가 낮은 사람이 공손하게 두 손을 내밀면서 어깨도 숙이면서 공손하게 해야 하고, 상대방은 허리를 쫙 펴고 한 손으로 악수를 받는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듯이, 악수도 태평양을 건너니 의례가 되버렸다.

요즘 인사를 할 때, 상대방과 눈을 마주쳤는지 확인하기 앞서 먼저 인사를 한다.
그럼 그 전에는 어땠냐고?
아주 비겁한 인사를 했다. 먼저 인사를 하면서 고개를 숙이며 재빨리 시선을 상대의 머리쪽으로 한다. 상대방이 나를 보고 인사하는지를 확인해본다. 정말로 비겁한 인사였다. 내가 상대에게 인사하는 것은 반갑다는, 신뢰한다는 의미였지, 상대방도 인사해야 한다는 전제가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당연히 상대방도 나에게 인사할 것이라는 믿음과 그 믿음에 대한 확인을 했었다. 어이 부끄럽지 않은가?

요즘은 무조건 인사를 하고 본다. 상대방이 같이 인사를 했는지 확인할 길이 막막하다. 멀리서 눈을 미리 마주쳤다면 좋겠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고 어쨌든 인사를 하고 본다. 내가 상대방을 인식했고, 그리고 신뢰의 의미로 인사를 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좀 먼 과거로 돌리면, 동양의 인사는 절을 하는 것이다.
절(을 하는 행위)이 왜 인사가 되었을까?
악수와 비슷한 측면이 있으리라 본다. 절을 올리는(하는) 사람은 그 행동의 순간 거의 무방비 상태가 된다. 절을 하는 동안, 긴 시간 동안 다리를 접고 허리까지 땅에 엎드린다. 일어서기 직전까지 절을 받는 사람이 어떤 짓을 하더라도 피할 수도 없고 인지하기도 어렵다.

상대와 무관하게 내가 무조건 인사를 하는 이유도 똑같다. 나는 무방비로 당신에게 예의를 보이며, 그만큼 당신을 신뢰한다하는 뜻을 담는다. 아주 가끔은 상대방이 바쁘고 주의가 다른 곳에 가 있어 눈치를 못 챈다고 서운해 하지 않는다.

아주 더 가끔은 인사를 하지 않고 지나칠 때도 있다. 나도 사람인지라 인사하다 벌어질지도 모르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나 보다.

진정한 도란 정말 멀고도 험한 곳에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