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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

나는 차악을 선택한다 어린 시절 신기루같은 최선을 갈구했다. 1997년 DJ를 찍자는 부모님의 요청에 굴복하여 씁쓸하게 내 인생의 마지막 투표를 했다.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세상 도처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애처로움만 남았다. 누가 더 선한지, 누가 더 착한지, 더 좋은 방법이 없는지를 찾고 헤매는 일은 외롭고, 괴롭고, 사람들로부터 버림까지 받는다. 거의 15년 동안 정치로부터 일탈과 내부로의 침잠, 무식한 경쟁과 무수한 뒤다마의 끝은 거대한 악의 창궐뿐이다. 적이 아닌 사람들에게 적보다 더한 비난과 돌팔매 짓을 하면서 옳다고 우기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내가 찍어야 하거나, 찍고 싶거나, 찍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없다. 조용히 출구조사를 보면서 "그럼 그렇지" 하고 싶다... 더보기
데드라인 - 역설계와 설계 282쪽 "안타깝지만 그것이 슬픈 현실이네. 오늘도 어느 곳에서는 첫날부터 인원이 과다 투입된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있겠지. 모든 단계를 밟거나 그렇게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설계가 되지는 않을 거고 말이야. 내부 구조는 현실적인 설계 사상이나 검토를 거치지 않고 발전돼 가겠지. 그리고 나서 몇 년이 지나고 어느 날, 제품을 다시 만들어야 할 때 새 프로젝트 개발자 중 하나가 설계를 철저하게 재설계할 걸세. 아마 그 개발자는 실제 설계를 다 뜯어 고치게 될거야. 그리고 나서 그 다음에 일어나는 일은 아주 슬프지." "그 슬픈 일이 뭔데요?" "역(reverse)설계를 할 미래의 그 엔지니어가 그 제품의 실제 설계에 관심을 갖게 되는 첫 번째 사람이 된다는 것이 슬픈 일이지." 그날 남은 몇 시간 동안 톰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