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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나

[20050322] 버스와 지하철 - 난 정말로 버스를 앞문으로 올라타고 쉽다!!

버스와 지하철 - 난 정말로 버스를 앞문으로 올라타고 쉽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탄다. 사는 곳의 위치가 지하철역으로 가는 마지막 정류장이어서, 조금만 늦게 나오면 버스가 서질 않고 지나가 버린다. 분명히 사람이 더 탈 수 있는 공간이 보이는데도 버스는 기사의 안된다는 손짓과 함께 아예 문도 열지 않고 휙 하니 가버린다. 어떤 날은 그렇게 30분간 버스를 보낸 적도 있다.
아침에 타는 버스는 뒷문이 익숙하다. 혹시라도 누가 정류장에 내리게 되면 어쩔수 없이 버스가 서게 되고, 문이 열리면, 잽싸게 올라탄다. 거의 모든 정류장의 사람들이 다 그렇다. 한 사람도 탈 수 없어 보이던 버스에 대략 10여명은 올라탄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계단의 발판에서 발을 올려야만 삑 소리가 사라지고 버스가 문을 닫고 출발을 할 수 있다. 최후에 탄 사람은 힘을 내서 발을 올리고 싶지만, 문 앞에 군집처럼 서 있는 사람들때문에 쉽지가 않다. 다 같이 타고 있는 버스가 움직이려면 앞/뒤쪽에 빈 공간으로 사람들이 한발씩만 움직여주면 될텐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최후에 탄 사람을 원망하는 듯 쳐다본다.
과연 늦게 버스를 타는 사람, 그리고 뒷문으로 타는 사람은 원망을 받아야 마땅한 것일까? 일상적으로 뒤로 타는 사람들은 뒤로 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듯 하다.

어려을 적 내 고향에서는 스쿨버스가 있었다. 국공립을 제외한 사립 중고등학교는 스쿨버스가 있어서 아주 편리하게 학교를 다녔었다. 물론 정해진 시간에 타지 못하면 학교가는 길이 힘들고 고달팠다. 한번에 가는 버스도 없고 새로 생긴 학교들의 경우에는 산 언덕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일종의 놀이터이며 사교장소였다. 일찍 나와서 아이들과 재기차기며 기타 놀이을 즐기며 다른 정보들을 교환하는 장소였었다. 물론 이 스쿨버스에도 학생들이 가득 찰 정도로 태웠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도 학생들을 태우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는 없었다. 반드시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은 다 태워 주었다. 왜냐면 학생들은 학교라는 단체와 학생들의 등교라는 공동의 목적과 스쿨버스라는 공동의 수단이 존재했기 때문에, 한 걸음씩 더 움직여 마지막까지 다 태워주었다.

내가 버스를 타러 가는 정류장에는 사람들이 많이 서 있지만, 매일 낯설다. 물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제껴두고 가는 버스안에 타는 사람들도 낯설다. 그들은 정류장에 있는 사람들하고는 달리 자신들의 목적지에 빠르고 편안하게 가는 목적이다. 나는 어떻게든 지금 정류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버스에 달라 타서 목적지까지 어떻게든 가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차의 문이 열리면 서로 다른 목적과 개인화된 삶이 충돌하게 된다. 버스 안의 풍경을 보면 소수의 앉아 있는 사람들과 그리고 앞 뒤쪽에 충분한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한 사람들, 그리고 앞뒤문 사이에 밀집되어 움직임 조차 제한되어 뒤엉킨 다수의 사람들로 채워진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문 주변에 엉거주춤일까? 사람들의 목적지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들이 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충분한 거리를 확보한다. 이 거리는 경험적으로 얻어지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 때문에 내가 맨 뒤에까지 들어갔더니, 내가 내려야 할 곳에 내릴 수 없었다" 와 같은 경험에서 오는 것이다. 따라서 문 주변은 새롭게 탑승한 신참과 이제는 내릴 고참들간의 충돌이 벌어지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버스를 타려고 하거나 타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들의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가면 좋겠지만, 아침 출근길은 그렇지 못하다. 물론 내가 매우 일찍 6시 30분 정도에 나와서 버스를 탄다면 아마도 앉아 갈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내 개인의 해결책일 뿐이다. 파레토의 법칙처럼 아마도 어느 집중된 20%의 시간에 승객의 80% 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이 문제에 대한 확인은 버스카드 이용 통계를 뽑아보면 확실해 질 것이다. 그런 고급 정보를 가지고 있는 시 당국은 정보에 대해서 공개를 할 필요가 있다.
만약에 그 집중된 시간에 앞서 타는 경우에는 10% 정도의 요금 감면을 해주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승객이 집중된 시간에는 종점에서 시작하는 버스가 아니라, 중간정도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어떻게든 버스에 타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에게 안전과 함께 버스 전체로의 운행 속도를 올릴 수가 있다. 그냥 쉽게 타면 1분이면 될 것을 뒷문으로 우겨 타는 경우에는 3분 이상이 소요되고, 그 때문에 뒤에 버스들은 또 정체되어 더 많은 사람을 태우고 오기 때문이다.

난 정말로 버스를 앞문으로 올라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