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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20050516] 비정규직과 노동시장 유연성

비정규직과 노동시장 유연성

세상이 빠르게 변화한다. 벌써 비정규직이 600만을 넘었다고 한다. 보통 한국 노동자가 1000만이라고들 하니 60%가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변화가 97년 IMF 이후에 급격하게 나타난 현상이고, 5-6년 사이에 거의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니, 10년 이면 강산도 변화한다는 말이 무색할 따름이다. 지난 5월 초에는 정부청사의 청소 아줌마들이 사상 최초로 파업에 들어가 파란이 일었었다. 그 파업의 중심에도 비정규직 고용의 하도급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경제를 주름잡는 쪽에서는 우리 사회의 노동 시장의 구조가 현재 보다 더 유연해야 하며, 더욱 더 비정규직 구조로 가야 한다고 하고, 노동계를 주름잡는 쪽에서는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다는 쪽에 힘을 싣고 있다. 과연 이들 중 어느 주장이 옳은 것일까?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취업기회 및 노동 고용형태와 밀접한 관계가 되어 있다. 현재 유연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든지, 쉽게 고용하고 쉽게 해고 할 수 있는 방법상의 문제만을 거론하고, 그 형태를 하도급으로 인력회사에 하청을 주는 구조를 가져가고자 한다. 유연화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직접 고용의 형태를 취하고, 쉽게 고용하지만, 어렵게 해고해야하는 형태를 취하자고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노동시장은 유연화는 재하청 구조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비정규직 또는 계약직 자체가 하나의 차별적인 수단이 된다. 그리고 인력에 대한 인간적인 관계를 무시할 수 있으니, 사람의 냄새가 사라져버린 계약관계로만 인력을 사용할 뿐이다. 오직 자신의 몸뚱아리와 지식만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에게서 재하청의 연속화를 통한 노동조건의 악화는 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하층으로서 살아가게 할 뿐이다.

비정규직 또는 계약직이 본청 업체에 있는 구조가 된다면 상당히 유연한 구조의 노동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본청 업체에서 다른 조건은 다 같지만, 연속된 고용형태가 아닌 한정된 기간의 고용형태를 가지는 계약직은, 장기간의 노동계약 조건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기업에서 연봉제라고 도입하고 있는 틀은 한시적 노동고용형태와 한국적인 평생근로 개념의 잡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청 업체에서는 관리상의 문제와 이상한 도급 관계에 기인해서 하도급을 통해서 계약직을 선호한다. 즉 동일노동을 하지만, 계약의 당사자가 다르기때문에 법적으로 별개인 노동관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마음을 돌려보아, 누군가 작은 규모의 사업을 하는데, 잠시 인력이 필요해 알바를 쓰거나 계약직 사원을 써야 하는데, 근로계약서까지 쓰는 정규직을 채용할 리 맘무하다. 그런 마음을 가지면서, 기업들에게 모두다 정규직을 써야 한다고 강요하거나 압박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계약직을 채용을 할 때 하도급을 통하지 않고 직접 채용을 하고 동일한 근로조건을 제시한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극대화 될 것이다.

물론 현재의 정규직 자리에 앉아 있는 분들의 반성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자신이 비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직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더 나쁜 자리로 가지 않고, 그 자리를 끝까지 유지하려는 자세가 계속된다면, 그 가지 않으려는 자리는 늘어날 것이고, 그 대우는 더욱 나빠질 것이며, 노동 시장의 경직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문제는 양극단이 서로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이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면서, 자신도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면 문제는 풀릴 수 없다. 계속적으로 힘의 논리만이 있을 뿐이다.

600만의 비정규직과 계약직..!!
그들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악취와 더러움이 가득하고 산업이 멈출 것이다. 단 하루도 그들 없이 살 수 없으면서도 한편으로 그들이 그 자리가 없으면 살 수 없다고 압박하는 더러운 가면을 벗어야 할 것이다. 도로에 화물차가 멈추고, 수출항구가 멈춰서고, 도시에 쓰레기가 가득 넘쳐나고, 일할 사람이 없어 음식점이 문 닫고, 가게도 영업을 못하는 ..

단지 그들은 생계때문에 비인간적인 대우를 참고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