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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며칠 앞으로 다가 온 2010년, 새 다이어리가 없다.


2010년이 며칠 앞으로 다가온다. 올해는 경기탓인지 어쩐지 새 다이어리 구경을 못했다. 어디 다이어리 얻을 때가 없을까 궁리하다가, 2009년 다이어리 생각이 났다.

2009년 다이어리는 풍년이었다. 느낌에 대략 10여권 정도의 다이어리를 받거나 구했나 보다.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이어리를 나누어 주고, 집에 있는 아이에게도 수첩으로 쓰라고 줄 정도로 많았다. 그때 느낌이 여전히 그대로 있으니, 다이어리를 구하지 못한 것이 익숙하지 않다.

경기가 많이 나빠졌지만, 가장 큰 변화는 전직장에서 내가 맡은 역할때문에 다이어리를 많이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결국 내가 2009년에 다이어리를 많이 받았던 것은 "내가" 아니라 "내가 하는 일" 때문이다. 하는 일이 달라지니 곧바로 어디서 다이어리를 구할까 막막하지 않은가?

공짜 다이어리를 바라는 내 자신이 속물일까? 가까운 서점에만 가도 이쁘고 멋진 다이어리들이 넘친다고 하던데. 내가 다이어리를 잘 사용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쨌든 없으면 서운하고, 내 돈 주고 사서 쓰기는 좀 아쉽다. 프랭클린 다이어리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쓸만한 것은 좀 큰 편이라서 살짝 고민된다.

돌이켜보니 내가 다이어리 비스무리한 것을 사용한 것은 군대에서 매일 업무보고를 하면서부터다. 보고 일지를 수정할 수 없으니, 다이어리 노트를 준비해서 2년 가까이 기록했다. 이등병이 뭘 알겠는가? 처음에는 무엇을 보고 해야할지 막막했다. 한달이 지나니 일주일을 계획하고, 반년이 지나니 한달을 계획할 수 있었다. 보고를 잘 했는가는 다른 문제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아침에 다시 보고할 것을 준비하고 준비해도 인사계님의 예리한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그 뒤로 뭔가를 준비하고 계획하는 일이 습관으로 굳었다. 종이에 써야 시작하는 느낌이다. 군대를 졸업하고 나서부터는 A4 이면지를 활용해서 메모도 하고 계획도 하고 뭐든 한다. 딱히 다이어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치는 않는다.

A4 종이에 연필로 뭔가 기록하고 적고 지우고 하는 재미가 쏠쏠찮다. 1년이면 연필 한자루 정도를 적는다. 싸구려 1000원 짜리 연필깍기를 돌릴 때 나는 소리도 정겹다. 많이 쓸때는 1년에 약 500장 정도를 종이에 남긴다. 다이어리는 색인과 요약 용도로 사용한다. 가방에는 항상 종이와 책받침 홀더와 연필을 넣어 다닌다. 메모광은 아니나 메모 예찬론자다.

2009년이 저물지만 공짜 다이어리를 구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공짜 다이어리를 바라던, 남들보다 많은 갯수를 여기 저기 업체에서 받으면서 흐뭇해하던 미련한 내 모습이 이제야 보인다. 그들이 내가 아니라 "내가 하는 일" 때문에 가져 다 준 공짜 다이어리를, 나를 위해서라고 착각했던 미련한 놈같으니. 그들은 공짜 다이어리를 준비하기 위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갑-을" 관계가 아니라 업무와 사업을 같이 하는 "동반자" 관계라며 하던 말들이 마음 속 깊은 소리가 아니었나 보다. 얼마나 슈퍼갑 행세를 했을까? 그 분들께 연말에 전화라도 한 통 넣어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핸드폰이 잘 잡히지 않는다.

올해는 내가 꼭 필요한 이쁘고 간지나는 다이어리를 사야 겠다. 내 인생의 계획과 기록을 적는 곳에 아낌없이 투자하련다. 2010년을 알차게 계획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면서 하나 하나 기록해야겠다. 

공짜 다이어리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