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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스페인전을 보면서 느낀 축구의 수준

6월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보면서, "아! 저게 진짜 세계 정상의 축구이구나!" 하는 감탄사가 나오더군요. 피파랭킹 2위는 그냥 먹는 랭킹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더군요. 답답하다 못해 속 터지는 축구를 하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앞으로도 심히 걱정스럽더이다.



먼저, 월드컵이 왜 6월에 열리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K리그는 한참 달리고 있을 때, 유럽등의 리그는 5월 말이면 모든 리그가 끝납니다. 한달간의 휴식 기간과 팀 구성 시간을 가지고 월드컵에 임하는 겁니다. 이 한달간 어떻게 팀을 잘 담금질하는가가 월드컵에서 성적을 좌우한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예선때 손발을 맞추고 16강에서 본격적인 실력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떨어지면 말짱 도루묵이지요. 2002년의 영광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 그때는 히딩크에게 전권과 함께, 1년 넘는 기간 동안 손발을 맞출 시간적인 여유도 있었지요. 2010년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팀과 선수들은 특별히 조직력이라는 것을, 손발 맞추는 것을 하지 않아도 정상의 기량을 보여주는 경기였습니다. 강한 조직력이 필요하다와 조직력이 강점이라는 이야기는 반대로, 기본기에 충실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뒤집은 것입니다. 우리도 외국에 나가 있는 선수들이 많아져, 점점 국제 경기에 앞서 선수들이 모두 모여 연습하는 기간이 짧아지거나 거의 없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조직력이라는 것을 강점으로 가질 수 없게 된 것이죠. 조직력이라는 이면에는 척하면 압니다와 같은 합숙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데, 점점 합숙훈련이 사라져 가고 있거든요.

다시 스페인전으로 돌아와보면, 스페인의 패스력과 유연한 시야, 자신감 있는 돌파등이 돋보이던군요. 선수들 개개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니, 전문가들에게 물어보세요. 그에 반해 대한민국호는 불안한 패스력, 좁아진 시야, 군대 축구같은 뻥 지르기만 보이니, 이게 정말 국가대표들간의 경기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더군요. 대학교 팀과 국가대표팀의 경기라고 해야 할 정도입니다.

다 같이 유소년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축구만 해온 선수들이라는 가정을 해보면, 그 차이가 어디서 출발하는 것일까 궁금해집니다. 선수들도 이류가 아닌 일류들인데, 기본적인 기량은 거기서 거기일까?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돌파와 공 지키는 능력을 보면, 자신감의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공을 잡으면 저기서 쫓아오는데."라는 불안감이 보이고, 스페인은 "이 공을 뺏으러 오는 저놈을 피해서 보낼 곳이 저쪽이구나"하는 여유가 보입니다. 한두명이 쫓아가도 넓은 시야를 유지하는 것은 자신감에서 출발한다고 보여집니다. 이러다 보니 그냥 보이는 곳으로만 패스하다 보니, 준비가 안된 또 다른 선수가 공을 뺏기거나, 앞쪽으로 뻥 까는 축구만 보여줍니다. 당연히 공 점유율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겠지요. 우리는 길어야 4번 정도의 패스만 가능한데, 스페인은 10회 이상 공격지역에서 자유롭게 패스를 하더군요.

공 점유율에서 연속적인 콤보 패스의 능력은 수비를 괴롭힙니다. 축구는 흐름을 가집니다. 같은 숫자의 선수가 있지만, 공격은 물이 흘러내려가는 흐름을 가지는 반면에, 수비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야하는 흐름을 가집니다. 공격은 빈 곳을 찾아 선수들이 흐름을 이어가지만, 수비는 공을 쫒아 빈 곳을 만들어주게 되지요. 이래서 공격보다는 수비가 한 발이라도 더 뛰게 되고, 더 힘들게 되는데, 중앙선을 넘어선 지역에서 패스는 수비를 피곤하게 만들지요. 스페인은 더 적게 뛰면서 효율적인 축구를 하는 힘이 된거죠.

대한민국 선수들의 좁은 시야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공을 지키는 능력에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고, 상대방이 달라들 때 좁아지는 시야때문입니다. 공을 뺏길 것 같은 불안감은 눈을 공으로 한정짓게 만들고, 상대방 선수와 우리 선수의 흐름을 읽지 못하게 만듭니다. 공을 지키는 능력에 대한 훈련은 아마도 비슷하게 해 왔겠지요. 그러나 과도하게 훈련해온 어린 시절의 경험은 공을 뺏기면 안된다는 강박과 불안감을 가져옵니다. 물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구타와 폭력이 개입한 훈련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어린 시절 형성되는 전전두엽의 조정과 판단 기능이 부정적으로 형성되는 것이지요. 스페인이나 유럽은 자유스러운 유소년 경험으로 긍정적인 경험을 해 온것이라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만시간의 법칙"이라는 전문가 법칙은 사실 살짝 잘못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나 그에 준하는 선수들은 만시간이 아니라 10만 시간 이상 열심히 훈련과 연습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세계 일류의 기량에 미치지 못합니다. 즉 이 만시간을 어떻게 가져왔는가? 긍정적인 경험을 쌓아서 자율적이고 자신감넘치는 판단을 할 수 있게 되었는가? 아닌가로 귀결됩니다. 무작정 열심히 뛴다고 일류가 되지 않습니다. 무작정 오랜 시간 연습한다고 기량이 일취월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과연 16강에 오를 수 있을까요?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3패를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유는 팀 구성에 색깔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저기 괜찮다는 선수들을 섞어 놓다보니, 해외파도 아니고, 국내파도 아니고, A매치 경험 많은 선수들 주력도 아니고 그렇다고 젊은 피도 아닌, 참 색깔이 어중간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운재", "이영표", "이동국", "박주영"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적당히 "비난 받지 않을" 정도의 팀 구성입니다. 감독이라면 "책임"지고 자신의 색깔이나 표방하는 축구에 맞는 팀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빛 좋은 개살구로는 16강 어렵습니다. 이제 거의 막바지라 팀 구성을 바꾸는 것은 어렵고, 행운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함께 하길 바래봅니다. 그래야 치킨을 몇 번 더 먹을 수 있으니, 꼭 16강 고!고! 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