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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홍콩익스프레스에서 차인표를 발견하다

2005/03/24 11:53

가진 자인 우리가 더 가지려고 애쓰는 게 아름다운 야망이라면,
너같은 3류 양아치가 손 벌려 얻고자 하는 건 구역질나는 욕망일뿐이지.
그래, 날개를 달아 줄 테니 날아보렴.
하지만 모든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었다는 것만은 꼭 명심해라.
 -최강혁(차인표역)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 나에게 만사 제쳐두고 보는 드라마가 등장했다. 바로 "홍콩익스프레스"이다. 최인호의 "불새"가 원작인데 그 소설을 읽지 않았던 나에게 소설을 읽어보게끔 만든다. 워낙에 각색이 많이 되어서 원작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여세를 몰아 이 불새가 다시 재판되어 나올 정도이니 미디어의 위력은 정말 심각하게 크다.

홍콩익스프레스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차인표이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라는 드라마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더니, 그 좋다는 미국영주권을 버리고 국방의 의무를 선택하고는, 복무중에 신애라와 결혼하여 한국에 뿌리내리려는 배우가 되었다. 몇년사이에는 한류열풍을 타고 중화권의 인기배우가 되어 있었다.

차인표의 그간의 작품들을 보면 초기의 작품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 만의 정형화된 패턴과 미숙한 연기/발성 들이 보였었다. 대박을 터트린 "친구" 와 같은 영화 캐스팅을 거부하고, 순박한 영화나 대박을 못본 영화들에만 출연하여 어딘가 부족한 듯 하였다.

그런데 홍콩익스프레스를 보면서 차인표가 확 달라졌다. 별반 좋은 이미지와 평가를 하지 않던 내가 차인표때문에 본다고 해야할 정도로 정말 연기력이 풍부해졌다. 순간적인 감정 변화의 기복을 처리하는 것이며, 화가 났을 때도 큰 목소리로 고함치지 않고도 열 받았음을 천천히 느긋하게 표현하는 것에 어떻게 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그의 이런 연기에 찬사가 나올 수 있는 것은 상대역인 조재현과 송윤아의 능숙한 연기가 뒷받침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 조재현과 차인표가 2004년도에 함께 찍었던 "목표는 항구다"에서 함께 호흡을 하고 조재현으로 부터 많은 것을 배우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도 가능하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송윤아"에 대해서도 쓰고 싶을 정도로 많은 변화가 보인다.

홍콩익스프레스 시청자 게시판에 보면 차인표가 연기하는 최강혁에 대해 분리컴플렉스 라는 분석도 보인다. 차가움과 어두움, 그리고 따뜻함을 바라는 다중 인격적인 모습이라고 해야할까?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할까? 최강혁이라는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만들어주고 있다. 가끔씩은 주위를 둘러보기도 한다. 누가 최강혁같은가 하고 말이다.

어제(3월 23일)의 내용은 좀 스토리가 느려지는 듯 하지만, 그 구성은 정말 멋있었다. 차인표와 송윤아가 서로 다른 바다를 찾아간다는 내용이고, 그 언저리에는 과거와 추억이 있었다. 한쪽은 아픈 과거를 허름하고 낡은 주점과 황량한 갯벌에서, 한쪽은 아픈 추억을 봄향기 가득한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아마도 원작의 탄탄함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지난 주까지는 배경음악으로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문세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곡이 나왔었는데, 중독된 듯 하다.

그 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 사람을 몰라여
두근 거리는 마음은 아파도 이젠 그대를 몰라여


날개란..
이렇게 메어서 달려 있는것이 아니라..
살을 뚫고 나와 살의 일부 몸의 일부... 날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 로이(조재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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