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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인생의 퇴로를 끊어 버리다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허정무 감독이 고사성어로 자신의 입장을 표현을 하곤했다.  파부침주(破釜沈舟)다.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싸움터로 나가면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고 결전을 각오함을 이르는 말이다. 배수진을 치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선을 다해 싸운다는 의미다.

최근 5개월 동안 도서관을 다니며 파란만장하게 살아온 인생을 돌아볼 시간을 많이 가졌다.  많았던 인생의 장면들을 흘려보내며, 바둑 복기를 하듯이 묵묵히 생각해봤다. 그때마다 나의 선택은 정말 옳았을까? 결과적으로 보면 위험은 줄였지만, 언제나 내가 포기하는 모습이었다. "왜 그랬을까?"가 화두였다.

최근에 살아온 인생의 모습에서 언제나 후퇴 가능한 여러 선택들이 많이 존재했다. 한 선배의 말처럼 "엄청나게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 처럼 보였을지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어떤 벽에 부딪칠 때마다, 난 다른 퇴로를 찾아 물러났다.  남은 것은 "패배자" 라는 딱지 뿐이다.  너무 많은 선택 가능한 길이 있을 때, 어렵고 힘든 벽에 부딪치면 머리 아프게 어떤 길을 가야할지 밤을 세워야 했다.  그렇다. 시간과 인생을 스스로 선택한 좌절이라는 결정으로 계속해왔다.  그리고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로 위안을 삼었다.

이제는 좀 진실해져야 겠다. 내 자신에게 더욱 진실해져야겠다.
앞으로 내가 후퇴할 길이 없다.
가능한 퇴로를 다 끊어버렸다.
가지고 있던 배도 다 가라앉혔다.
하루 하루 부딪치는 어렵고 힘든 벽들을 피하지 않고 어떻게든 넘어서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에게는 퇴로가 없으니, 넘는 수 밖에 없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남기는 것은 또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를 차단하기 위해 또 하나의 퇴로를 끊는 것이다.

 "실행이 답이다"라는 책을 서점에서 구경했는데,  목차에 "퇴로를 차단하라. 딴 생각을 할 수 없다"가 보였다. 어딘가에 먼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존재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인생의 퇴로를 끊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