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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잡담- 엘리베이터와 공정성

3x층 건물의 2y층에 자리잡은 사무실을 오르 내리려면 무조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엘리베이터는 17층까지의 저층부와 17층부터 다니는 고층부로 나뉘어져 있다.


내가 제일 먼저 타서 2y층을 눌러보지만 뒤늦게 타신 분들을 위해서 엘리베이터는 비둘기호 처럼 모든 층을 다 선다. 이럴 때 마다 왜 내가 제일 먼저 가고 싶은 층을 눌렀는데, 엘리베이터는 선입선출처럼 동작하지 않고 낮은 층에서 높은 층으로 차례대로 움질일까?

이렇게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는 공정한 것일까?
반론들이 많았다.
에너지의 효율성을 위해서 그렇게 움직이게 만들었는데, 꼬우면 걸어다니라는 말까지.

버스도 버스 노선대로 움직인다는 말에, 세계 어느 곳에선가는 승차한 순서대로 목적지를 운행하는 버스가 존재한다는 "검은 백조"의 출현으로 버스도 그런다는 가설은 폐기되었다.

은행에서 순번표를 뽑는 순서대로 고객을 맞아준다는 이야기에, 우수 VIP 고객은 별도 창구가 있다는 가설은 회장님 전용 엘리베이터가 존재하기때문에 폐기되었다.

놀이공원에서 돈을 더 내고 빨리 타는 사람들을 위한 줄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엘리베이터에는 돈을 더 내고 빨리 타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효율이란 관점에서 봤을 때, 나 혼자 타고 문이 닫히고 올라가기 시작한 시점에서 누군가 올라가는 버튼을 누른다고 엘리베이터는 효율을 위해서 내려오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효율적인 논리로 움직인다고 볼 수 없다.

재밌는 비유를 들자면, 내가 긴 줄을 서고 있는데, 내 바로 앞에 사람에게 누군가 다가와서 급한 일 때문이라면 자기가 앞에 서면 안되겠냐고 했을 때, 앞 사람이 수락을 하는 일들이 있다. 나는 그냥 툴툴 거리면서 순번이 밀린다. 논리적으로 나는 전혀 동의하지 않았지만 재수없게 제일 뒤로 갈 수도 있고, 문을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자본주의의 기본 바탕은 "모두가 스스로를 위한 이기심"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라고 한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탄 자신의 빨리 올라가고픈 "이기심"을 위해서 움직여야 하지만, 누군가 (공공이) 공공의 이익을 (효율성을) 위해서 설정해놓은 규제대로 움직인다. 이건 자본주의가 아니다.

큰 건물이다 보니 입주한 회사들의 출근 제한 시간이 다르다. 8시 58분에 엘리베이터에 탄 28층으로 출근하는 사람은 당연히 지각이다. 그 시간에는 거의 모든 층을 거치게 되기 때문에 1분 30초 이내에 목적 층까지 도착할 수 없다.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들 모두가 같은 건물에서 일한다는 암묵적인 하나의 동일 준거 집단이지만, 이들은 우연히 만나 순간적으로 구성된 집단이므로, 소통이나 배려가 이루어질 수 없다. 만약 특별한 준거집단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58분에 탄 사람이 "나 지각해요!"라고 이야기하고  2y층부터 갈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으리라.
엘리베이터에서 "용감하게" 나부터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무엇이 공정한 것일까?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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