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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나

난언 -難言

신 한비는 말하는 그 자체를 어려워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기를 꺼리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저의 말이 주상의 뜻을 좇아 유창하고 조리 있게 줄줄 이어지면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공경스럽고 삼감이 깊으며 강직하고 신중하면, 서투르고 순서가 없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말이 많고 번번이 다른 사물을 거론해 비슷한 것을 열거하고 다른 사물에 비유한다면, 그 내용은 공허하고 쓸모가 없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세밀한 부분만을 꼬집어 요지를 설명하며 간략히 말하고 수식을 덧붙이지 않으면, 미련하고 말재주가 없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주상의 측근에 있는 자를 비판하며 다른 사람의 속마음까지 살펴 알려고 한다면, 남을 비방하며 겸손을 모른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말하는 뜻이 넓고 크며 오묘하고도 깊어서 헤아릴 수 없으면, 과장되어 쓸모가 없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자기 집안의 이익을 계산해 세세하게 얘기하고 구체적인 수치를 들면, 소견이 좁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또한 속된 말솜씨로 상대방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말만을 가려서 하면, 목숨을 부지하려고 주상께 아첨하는 것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그리고 말하는 것이 세속과 동떨어져 괴이하고 허무맹랑한 사실들만을 늘어놓으면, 엉터리라고 여겨질 것입니다. 민첩하고 말재주가 뛰어나며 문채가 번다하면, 사관 나부랭이로 여길 것입니다. 일부러 문학적인 것을 버리고 사물의 바탕 그대로만을 말하면 천하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수시로 [시경]이나 [서경] 같은 경전에 있는 말을 인용하고 고대 성왕의 법도를 본보기로 삼으면, 옛 사실들만 들먹인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이것이 신 한비가 말하기를 꺼리며 근심하는 까닭입니다.


한비자, 難言


가슴에 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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