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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남쪽으로 튀어 - 아나키즘


남쪽으로 튀어를 봤다.

오쿠다 히데오 소설 - 일본 영화 - 한국 영화.

위에 있는 순서대로 좋다.




임순례 감독의 한국영화는 만들다 만 느낌이다.

게다가 화염병을 든 김윤석과 오연수는 80년대 운동권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만 하는 꿔다놓은 보리자루라고나 할까?


할수 있다면 소설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에서 주인공은 일본의 무시무시한 전공투(全共闘)의 전사였던 것 같다. 그가 결혼을 하고 아나키스트로 변신하고, 일체의 권력과 권위에 맞서 싸운다. 그리고 남쪽으로 튀어 조용히 살려고 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아나키스트가 발 붙일 곳이 없어, 또 싸우고 머나 먼 섬으로 떠난다.


강신주가 쓴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을 읽다보면 형이상학과 아나키즘에 대해 나온다.


아나키즘은 개인의 삶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가치를 거부하는 데서부터 성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아나키즘은 철학적으로 초월주의가 아닌 내재주의라는 경향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 87


장자는 유가나 묵가의 사유는 모두 개체의 삶보다는 초월적 이념을 긍정하는 철학, 다시 말해 삶의 유쾌함을 부정하고 죽음의 우울함 혹은 초월적인 가치를 숭상하는 철학이라고 고발했던 것이다. 그래서 장자는 삶을 부정하는 초월적 이념을 표방하는 모든 태도를 '꿈'이라고 비유하면서, 반드시 이꿈으로부터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 93


장자는 무엇보다도 개체의 삶을 위해서 국가주의를 거부했던 사상가로 기억될 필요가 있다. 국가주의는 모든 초월적 이념들의 최종적인 안식처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국가주의가 자신의 존속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초월적 이념들을 선택하고 그 속에 자신을 숨기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자는 최종적인 꿈으로 정치적 위계질서, 즉 국가주의를 설정하게 된 것이다.

- 93,94


사실 꿈의 길, 다시 말해 형이상학의 길을 따르면 우리는 자신의 삶을 파괴하든가 아니면 타자의 삶을 파괴하는 비극적 결말에 이르게 될 것이다.

- 132


전쟁과 갈등, 특히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대규모 살육전이 항상 거대한 무력집단이나 국가에 의해 수행된다는 점에서, 반전 사상은 사실 집단주의나 국가주의에 반대하는 아나키즘으로 귀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나키즘은 기본적으로 개체의 삶을 우선적인 가치로 긍정하는 사유이기 때문이다.

- 173


남쪽으로 튀고 싶지만, 주인공처럼 무단점유를 허용해줄 만한 인심도 없고, 타고 떠날 배도 없다.

무정부주의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을 잊고 사는 것 같지만, 세상으로부터 잊혀지는 것을 감당하는 것이다. 세상이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오래전부터 국민이기 싫었다. 어느 나라든지.

안한다고 안할수도 없고 참 어려운 삶이다.


아님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