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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나

언제 한번 보자


한 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가 전화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우리 언제 한번 보자"고 한다. 이런 경우에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마도 수사적으로 하는 말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만날 날짜를 정하는 버릇이 생겼다. 결과가 좋지 않다.


"그럼 이번주 목요일은 어때? 나는 시간이 괜찮은데...."

"어... 안되는데, 약속이 있는데..."

"그래, 그러면 언제 괜찮은데, 나는 언제든지 괜찮을 것 같은데..."

".... 아무래도 안 되겠네. 내 스케쥴이 꽉차서 시간 내기가 힘들다. 시간되면 다시 연락하마."



다시 날짜를 정하지 않고, 외교적인 수사로 끝내기로 결심하고 있다.

"그래, 그럼 언제 시간되면 보자."


그러던 차에 조선일보 "우리, 지금 당장 만나" 라는 컬럼을 읽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만남에 대한 생각을 나보다 더 애틋하게 쓰고 있다. 글쓴이가 문학 평론가여서일까.


그때 깨달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투명한 미래를 기약하는 것이 아닌 현재에 충실하는 것임을. 지금, 이 순간만이 유효하다는 것을. 그녀는 잘살고 있을까? 친구와의 수다가 유난히 그리워지는 밤이다.


다시 만나는 날짜를 정해야겠다.

"야, 우리 지금 당장 만나자"


우리, 지금 당장 만나우리, 지금 당장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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