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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나

전략의 역사 - 제 7의 감각 전략적 직관에서

우리가 알고 사용하는 전략은 대부분 조미니라는 사람이 만든 전략의 개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 전략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정의한 사람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라고 한다. 내가 생각해봐도 맞는 것 같다.

전략의 역사에서 1810년은 두 가지 이유로 중요하다. 첫째, 1810년은 '전략'이라는 단어가 영어에 들어온 해다. .. 반대로 '전술'이란 단어는 1626년에 영어에 들어왔다. 거의 200년이나 앞선 때였다. 둘째, 1810년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전략가가 된 해다. 그는 당시 서른 살이었고, 지적이고 야심만만한 프러시아 군대의 장교였다. - 106쪽

전략이란 단어가 영어에 들어온 해와 클라우츠제비츠가 전략 이론가가 된 해가 같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1810년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이끄는 군대의 성공이 절정에 달한 해였다. ... 적들은 그를 이기기 위해서 그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전략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도 시작되었다.
.... 그러나 1810년은 공식적인 학문 분야로서 전략이 시작된 해로 기억해야 할 것이다. 19세기 후반에는 전략이 군사 학문에서 비즈니스 분야로 퍼진다. 오늘날 전략은 전 세계 모든 종류의 조직을 위한 경영학에서 주요 연구 분야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전략 분야에서 손꼽히는 고전은 1832년에 출간된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다. - 106쪽

클라우제비츠는 나폴레옹의 성공을 설명하면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추려낸다. 그는 독일어로 글을 썼다. 하지만 이 개념을 위해서 'coup d' oeil'라는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 여기서 '쿠(coup)'는 '쿠데타(coup d' etat)'에 들어 있는 단어와 같다. 쿠데타가 나라를 치는 것이라면 '쿠 되이으'는 눈을 치는 거이다. 즉 한눈에 알아차리는 힘, 혜안을 말한다. 현대적인 신경과학 지식으로 무장한 우리는 클라우제비츠의 혜안 개념이 지적 기억의 섬광 같은 통찰력과 기본적으로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07쪽

장군의 이 쉬운 혜안, 이 단순한 개념 형성의 기술, 전쟁의 전체상에 대한 이 절묘한 의인화는 너무나 완전하고 완벽할 정도로 올바르게 전쟁을 수행하는 방법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우리가 사건들에 압도되지 않고 그것들을 지배하려고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정신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이 포괄적인 방법이 필수적이다. - 108, 109쪽

역사적으로 위대한 공적이 전해 내려오는 훌륭한 지도자들을 이끌어 준 것은 바로 전쟁의 원칙이다. 알렉산더, 한니발, 카이사르, 구스타프 아돌프, 투렌, 사부아의 외젠, 프리드리히 대제 같은 이들의 여든 세 가지 전투 작전들의 역사를 모아놓으면 병법에 관한 완벽한 보고서가 완성될 것이다. - 113쪽
정비석이 쓴 소설 손자병법을 보면, 손무가 고전장을 연구하러 다니는 병법가로 나온다. 고전장을 통해서 승패를 결정지은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는 연구를 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도 보면 한니발, 카이사르 등의 전쟁, 전투에 대해서 너무나 자세하게 고전장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왜 한니발이 승리했는지, 그리고 스키피오에 같은 이유로 졌는지. 역시 고전장을 연구하는 것은 재밌고, 유익한 일인가 보다.

혜안의 네 단계 : 역사적 사례, 냉철함, 섬광 같은 통찰력, 결단력
역사적 사례 : 지적 기억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고 일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수록 우리 뇌의 선반들에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온 예들이 저장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냉철함 :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또는 우리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모든 기대와 이전의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워야 한다.
섬광 같은 통찰력 : 자유로운 머릿속에서는 다양한 과거의 예들로부터 선택된 요소들이 새로운 조합으로 합쳐진다.
결단력 : 이것은 결심, 결의, 의지를 말한다. ... 일을 추진하고 혜안이 작용하게 하려면 결단력이 필요하다. - 114 ~ 116쪽

이제 조미니의 전략론으로 들어가보자.

조미니의 책 <전쟁 기술론(Summary of the Art of War)>은 1838년에 나왔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 나온 후 고작 6년이 지났을 때였다. ... 조미니는 스위스 사람이었고, 1804년부터 1813년까지 나폴레옹 군대에서 참모로 복무했다. 그는 내부자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이 나폴레옹의 성공 전략을 가장 사실적으로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 116쪽

... 조미니의 책은 가장 높은 자리까지 단숨에 올라갔다. 총명한 역사가 에드워드 얼이 말하듯이, 그것은 "현대 군사학의 하위 분과들을 영구적으로 확립하고 그것들을 널리 통용시킴으로써 책 한 권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대단한 성과를 이룬 셈이다." 그러한 하위 분과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전략, 전술, 병참학이었다. 조미니는 전 세계 군사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이 세 가지 분야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입문서를 최초로 만들었다. - 117쪽

클라우제비츠가 우리에게 전략적 직관을 알려주었다면, 조미니는 우리에게 전략적 기획을 알려준다. 조미니는 먼저 작전 기지를 구축하고 "목표 지점"을 결정한 다음, 기지에서 목표 지점까지 여러 개의 선을 긋고 그중에서 적절한 선을 따라 군대를 이동시키라고 말한다. 그 결과 세 가지 기본적인 단계가 정해진다. 우선 우리는 우리의 현재 위치를 이해한다(A 지점). 그리고 나서 이동하고 싶은 위치를 결정한다(B 지점). 그 다음 A에서 B까지 이동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이 세가지 단계가 오늘날 기업 및 다양한 조직들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략적 기획 방법과 동일하다는 점을 알아차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 117쪽

와우. 드디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의 근원에 대해서 찾게 되었다. 바로 조미니의 전략적 기획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글쓴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두 개의 다른 "전략"의 개념이 둘다 옳을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한다.

우리는 이 문제를 두 단어, 즉 '목표'와 '결정'의 대결로 요약할 수 있다. 조미니의 경우 목표 지점에서 적보다 전력이 강하면 승리할 수 있다. 클라우제비츠의 경우 결정적 지점에서 적보다 전력이 강하면 승리한다. 조미니의 전략적 기획에서는 목표 지점을 먼저 선택한 다음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클라우제비츠의 전략적 직관에서는 머릿속에서 전체적인 그림이 합쳐지고 나면 그 그림의 일부인 결정적 지점을 알게 된다. 먼저 목표 지점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는다. - 117 ~ 118쪽

클라우제비츠보다는 조미니가 쉽다. 그 결과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미국군이 갈라져 남북전쟁을 치르게 되었을 때, 양쪽 다 조미니의 이론을 따랐다. 따라서 양편이 똑같이 목표 지점으로 선택한 곳ㅇ서는 어마어마한 유혈 전투가 벌어졌다. .... 제 1차 세계 대전 때도 그런 식의 전투가 지배적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때 미국 장군 조지 패튼만이 클라우제비츠의 결정적 지점을 수용하고 그것을 섭렵했다.

패튼은 안다. 영화로 봤으니까. 그가 저돌적인 장군으로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래야 모든 종류의 군사적인 가능성을 철저히 파악할 수 있으므로, 언제 무슨 일이 생기든지 간에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비슷한 예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아주 오래되고 심히 조잡한 형태라 할지라도 반드시 전쟁사를 읽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애쓰지 않아도 군사학의 가장 난해한 문제를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자연스러운 순서로 주제를 따라가면서 정신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패튼, 120쪽

클라우제비츠를 학문의 기틀을 다진 사람으로서 예우하는 새로운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비선형성 연구 분야다. 비선형성 학자들은 평범한 분석 도구를 사용하여 예측에 들어맞지 않는 불규칙한 패턴들의 현상을 연구한다. ... 비선형성 연구에 관한 최고의 기관은 아마도 산타페 연구소일 것이다.

전략이 클라우제비츠를 통해서 산타페 연구소까지 이어진다. 이건 엄청난 분야다. 복잡성에 관해서 최고의 연구기관인데, 거기서 전략론이 필요하다니. "부의 기원"을 보면 산타페 연구소가 어떻게 해서 출발했는지 알려준다. 흥미롭다.

전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흥미진지하다. 더 나아가면 포터의 전략 이론도 나온다. 그리고 MS, Apple, Google 같은 기업들의 혁신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다. 만들 것인가 찾아내서 통합할 것인가? 요즘 떠오른 아이폰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무엇을 만든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요소를 합친 무엇인가 찾아내 통합한 것일 뿐이다. 전략 참 재밌다. 

이 책을 강추강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