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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해병대 총기 사고에 대하여

해병대 총기 사고로 인해 안타까운 젊음이 쓰러졌습니다.
깊은 슬픔을 함께 합니다.


2005년도 GP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군대에서 "밤의 권력"을 이야기했다. 여전히 이 "밤의 권력"은 현실에서 탁월하게 대한민국 군대의 일상을 잡고 있다. "밤의 권력"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병사들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해결하겠다고 나서봐야 필요 없다.

해병대 2사단이 넓은 경계지역을 적은 인원으로 막고 있다는 사실은 백번, 천번 칭찬 받아야 한다. 적은 인원, 강한 군기를 바탕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장기간 유지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폭력과 따돌림을 눈감을 수는 없다.

해병대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계최강, 국가의 전략적 기동부대, 귀신 잡는 해병 등 많은 구호에서 볼 수 있듯이 자부심으로 뭉친 조직이다. 이 자부심이 해병대의 독특한 "기수 문화"에서 출발한다. 전임 해병대 2사단장도 "기수"가 해병대의 핵심이라고 한다(지난 주 어느 TV 토론회에서). 군대에서 기수를 근거로 하면 안된다. 군대는 계급에 근거를 해야 하고, 이게 상명하복이다, 군대의 질서이다. 가까운 분들 중에 해병대 출신분들의 이야기로는 "예비군 훈련"에서도 여지없이 "기수"와 "밤의 권력"이 존재한다고 한다. 

해병대가 진짜 자부심으로 넘치는 부대가 되려면, "기수"와 같은 사적인 권력과 질서를 버리고, 스스로 자발적인 노력과 헌신으로 멋진 군기와 전투력을 지닌 부대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에는 할 일도, 버려야 할 악습도 많다.

해병대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앞으로 해병대의 지난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올바른 변신과 발전을 기대한다.


[20050623] GP 총격사건, 밤의 권력이 군을 지배한다
 

GP 총격 사건에 대한 수사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다. 추리소설과 같은 추측부터 군대 경험담까지.

여기서 한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한국군의 2중 구조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낮과 밤의 권력을 쥐는 놈이 다르다는 점이다. 정상적으로 낮에는 지휘계통에 따른 권력, 명령체계에 따라 움직인다.그래서 별 다른 문제점이 없이 돌아가는 것 처럼 보인다.

밤이 되면 정상적인 지휘계통은 힘을 잃어버린다. 지금도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최대 권력자는 병장 3-4호봉 과 밤을 통제하는 일직하사가 되겠다. 이 밤에는 낮에 벌어졌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평가가 일어난다. 옥상에 집합도 하고, 보일러실로 끌려가기도 하고, 누구는 화장실로 직행하기도 한다. 밤의 권력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길어야 3개월, 짧으면 1-2개월에도 끝난다. 즉 짧은 기간동안 행사할 수 있기때문에, 거의 무조건적인 학습과 경험에 의해 행사 방법과 노하우등을 따라하기 마련이다. 쓰바 병사들이 무슨 리더십이니 관리니 이런 교육을 받지 않으니 당연할 따름이지만, 교육을 받았다는 초급 장교들은 병사들보다 관리를 더 못한다.

이 밤의 권력 문제는 한국군의 의무병(징집) 제도와 일본군 잔재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일과시간이 끝났는데도, 근무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항상 긴장해야 되는 상황. 개인적인 자유시간은 하나도 없는 관리방법, 20명 이상이 좁은 내무반에 생활하고, 일과이후에도 잔업 및 작업에 동원되는 노후한 시스템, 이런 것들을 최대한 잘 관리, 운영하기 위해서는 장교들은 밤의 권력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다.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고만 안터지게 하라는 암묵적인 방관을 한다. 그래서 사고 터지면 그때서야 부랴부랴 ...


일부 장교들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미군의 경우는 근무시간 이외에 자신이 필요하다면 군장을 메고 연병장을 도는 놈부터, 놀러 다니는 놈들..(그래서 미군기지주변에 유흥시설이 많다. 장교/하사관만 이용할 수 있다면 그만한 시설이 유지할 수 있을까) 월급좀 더 받자고 한글 공부하는 놈들, 상황실에서 졸지 않기 위해서 플레이보이 보는 놈들.. 아무튼 주어진 의무와 이외의 자유시간이 명확히 구분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군은 의무와 자유시간이 혼재되어있고, 공적/사적으로 자유시간은 관리되어야 하는 시간일뿐이다. 그렇다고 그 시간까지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사적인 밤의 권력을 없애는 방법은 공적인 낮의 시간과 밤의 근무시간에만 공적인 군의 체계가 동작해야하고, 밤 또는 휴식/자유시간에 대해서는 긴장을 늦출수 있는 방안이 도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능한 장교집단은 큰소리치고, 군장메고 집합, 조인트까고, 휴가제한 엄포, 영창 보낸다는 협박 말고는 병사들을 리더로써 이끌 재주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오죽하면 장교-병사의 관계를 장교-사병이라고 부르겠는가? 덜떨어진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