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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진보와 사람의 도리: 곽노현에 대한 생각

시끌벅쩍한 곽노현 사건의 핵심은 진보도 사람의 도리도 아니고, "2억원을 주고 받았다"라는 사실이다. 문제의 핵심을 다른 영역으로 바꿔치기 하려는 사람들이 존재하며, 그들은 항상 현실적인 "사건"을 "가치"의 문제와 결합시킨다. 결국에 문제를 따라가보면, 그들은 "이념",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사실"을 해석할뿐이다.

"곽노현은 진보인가?"라는 질문
"곽노현=진보" 라는 사람들은, 보수와 꼴통우파와 맞서 곽노현을 지켜야 한다는 결론부터 내린다. 반대쪽은 곽노현이 "진보"이기 때문에 끌어내려야 한다는 결론에서 출발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프레임"이라고 부르며, 우리 사회는 "색안경"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조금만, 한 발짝만 "프레임"으로 부터 떨어져 자유로워지면 곽노현 사건은 진보이든 꼴통과는 아무 상관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진보"이기 때문에 "지켜야 할" 또는 "때려 잡을" 대상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치나 이념에 따라 사건을 왜곡시키며, 그 결과로 미래의 불확정된 "이익"을 얻는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곽노현은 잘못을 했는가?" 질문
"그렇다"라는 답을 해야만 한다.
"잘못을 하지 않았다"라는 대답을 하는 사람들은 "사람의 도리"라는 방패로 방어를 한다. 같은 논리를 사용하면 2MB가 자신만의 삶의 역정과 경륜(!)에서 우러나오는 "사람의 도리"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어야 한다. "사람의 도리"라는 것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만 하고 할 수 밖에 없는 행동에 밑바탕이 되는 길"이라는 의미일텐데, 세상에 만고불변의 그런 "도리"가 존재할리 없다. 그런 "사람의 도리"는 자연인으로서, 이해관계를 떠나 있는 자연인 자체일 때나 가능하다. 투표로 선출하는 선출직 관료-공무원을 정치인이라 본다면, "교육감"은 실제로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상의 다툼을 하나로 정리하고 집중시키는 일이 주임무이다. 정치인은 한정된 자원을 시민이 요구한 여러가지 일들을 
선택과 집중하며,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결정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이유로 정치인이 "사람의 도리"를 남몰래 했다고 하면 믿을 사람은 없다. 정치인의 "사람의 도리"가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라면 모두들 박수를 칠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사람의 도리"를 통해 "이익"을 본 사람이 지난 선거에서 경쟁자였고, 자신에게 후보를 양보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지나가던 개도 돌을 던질 것이다.  "박교수" 처럼 모진 삶의 풍파를 겪고 고통을 당하면 살아가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왜 그들은 도와주지 않는 것일까? 

진보와 사람의 도리를 방패막이 삼아 곽노현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자가당착에 빠지고 있다. 스스로가 이야기하는 논리가 이전의 논리와 다르며, 앞으로도 자신을 옭아메는 밧줄이 될 것이다. 짧은 안목으로 "사람의 도리"를 옹호하는 것은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면 무엇이든지 "선"이라는 선각자의 영리함때문일까?

다시 "진보"로 이야기를 돌아와서, 곽노현때문에 "진보란 무엇인가?" 논쟁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사퇴"를 주장하면 낡은 진보이고, "옹호"는 새로운 시민 진보라는 주장이 있다. 어처구니! 사퇴와 옹호 모두 진보와 아무런 상관도 없으며,  개인적인 소신과 관심의 표현일 뿐이다.

한 가지 재밌는 주장이 있어 소개한다.

진보적 가치는 ‘원칙’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신뢰’입니다.

우리는 이미 저들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합니다. 우리는 그들보다 정의롭습니다. 그리고 양심적이며 선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보다 진보한 지식인들이며 그것은 오랜 세월 검증되어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입니다. 많은 국민들 역시 그것을 알기 때문에 국민들께 그것을 설명하려고 고생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원칙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우리가 굳건히 믿는 것입니다.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uid=66490&table=seoprise_13 
독고탁, 서프라이즈 운영자 


진보적 가치가 '원칙'에 있다는 말에 어의상실. 진보든 보수든 자신들만의 가치가 있다.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에 이들은 평행선을 달린다. 보수는 그들의 원칙을 지킨다. 그게 다른 집단의 눈에 욕 나올 정도의 정신 나간 원칙이라도 일단은 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맘에 들던지 싫어하든지의 문제이고 선택의 문제이다.
 

"우리-진보" 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요?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런지? 우월하다는 말의 뜻은 앞선다는 뜻일 뿐 절대적으로 도덕적이라는 말은 아닌데, 그럼 어떤 부분에서 비도덕적이라는 뜻이다. 나머지는 별로 따지고 싶지 않고. 진보 스스로가 도덕적이고, 정의롭고, 양심적이서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다는 말에 도대체 뭐하자는 것인지. 그런데 왜 2MB가 대통령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정치의 영역에서, 정치적인 정파로서 진보가 저런 말도 안되는 것을 "가치"라고 우기면서 정치판으로 나간다면 백패한다. 정치에서는 그렇게 보이게 포장하며, 현실은 스스로에 대해 속이지 않는 양심의 정도가 아니라 드러났는가 아닌가로 나타날 뿐이다. 저런 이야기를 하니 2MB에게 더블스코로 진다. 그 정도 반성은 했어야 한다. 진보의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한 정의가 없어 단언하기 어렵다. 나도 한 줄로 정리하지 못한다. 그러나 곽노현 사건과 독고탁의 저 문장들은 "진보"가 아니라는 것은 안다.

곽노현 사건의 진짜 핵심은 "교육청"이라는 토건-공구리 집단의 이해관계라고 봐야 한다. 그동안 임명직으로 전해지던 권력이 선출직으로 바뀌면서 숨어있던 꿀단지가 드러났는데, "진보"에게 뺏앗긴 꿀단지를 찾고 싶을 뿐이다. 교육청은 큰 그림에서 교육을 바꿀 수 없다. 서울, 경기도 교육감들이 교육부에 맞서 싸운 것은 "무상급식", "평가", "해임반대", "학생조례" 정도다. 교육청은 학교 단위의 토건 사업을 발주하는 기관으로 규모는 작지만 수량이 많다. 그래서 숨어 있던 꿀단지가 드러났다고 표현한 것이다. 꿀단지에는 곰이 꼬이기 마련이고, 곰이 꼬이면 꿀단지는 깨지기 마련이다. 교육청이 사학의 비리를 제어하지도 못하고, 교육과정을 독립적으로 개편하지도 못하는데 교육의 개혁과 공평한 교육을 생각하고 있다면 접어두시길.

곽노현이 싸울 생각이면, 더 당당하게 맞써야 한다. 이 2억원 싸움은 배짱 싸움이고 누가 모진가에 대한 문제다. "너희 중에 죄 없는자 돌을 던져라"는 각오로 광장으로 나서야 한다.  좀 아플거다 "진보 vs 보수"의 프레임을 깨고 나와야 한다. 그 동안 있었던 고위공무원 재산신고, 국회청문회에서 범법 사실에 대해서 덮고 갔던 사례 뿐 아니라, "너희들은 받아 쳐 먹은 놈들 아니냐." 라는 반격을 해야 한다. 청렴하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다면 서로 평생의 금융 거래, 재산 형성 과정, 학위 등등 모든 것을 다 까고 이야기하자고 해야 한다. 곽노현이 72학번이던데, 그 당시에 행해졌던 "비리 또는 실수"로 국가에 봉사할 만한 자격이 있다는 인재들이 막상 공직자로 선발하려고 보면 흠집이 드러난다. 그때는 그랬지다. 싸울 거라면 곽노현은 더 지저분한 "진흙탕"으로 판을 끌고 들어갈 필요가 있다. 그럴 생각이 없이 버티기라면 더 버티는 것은 무리다. 그냥 내려오는 것이 좋다.

아님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