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지금이 게이츠가 IBM과의 계약서에 서명한 때로부터 6년이 경과한 1987년이라고 상상해 보자. 아직 초창기인 PC 산업이 이제 막 폭발적 성장기로 접어들었다. 그 어느 기업도 마이크로소프트만큼 급격한 성장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러나 MS-DOS는 이제 자연적 수명 주기의 종료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고객들은 그래픽과 신세대 컴퓨터의 보다 향상된 성능을 더 잘 이용할 수 있는 대체 운영체계를 찾기 시작할 것이다. S곡선에 변화가 다가오고 산업은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전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지만 1987년 현재 수익성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위치는, 그것을 탐욕에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기업들과 비교해 볼 때 3억 4,600만 달러 규모의 잔챙이에 불과했다. IBM은 자체적으로 강력한 멀티태스킹 OS/2 체계를 개발하고 있었고, AT&T는 널리 호평을 받고 있는 유닉스 운영체계의 사용자 친화적 버전을 창출하기 위해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와 제록스를 포함하여 다른 여러기업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었다. 휴렛패커드와 디지털 이퀴프먼트 코퍼레이션은 독자적인 유닉스 버전을 추진하고 있었다. 애플은 여전히 위협적인 상대로 다른 기업들을 능가하는 혁신을 일관되게 추진하였고 그래픽 성능이 매우 뛰어난 매킨토시의 판매 또한 호조를 보이고 있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마이크로소프 앞에 놓인 몇 가지 대안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대안, 게이츠는 윈도우라고 불리는 새로운 운영 체계 구축에 투자함으로써 사운을 걸고 엄청난 도박을 감행하여 DOS 사용자 기반을 이 새로운 표준으로 이동시킨다. 이는 경쟁자가 독자적인 운영 체계로 핵심 고객에 이르기 전에 실시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두 번째 대안, 게이츠는 시장의 운영 체계 부분에서 나와 이를 대규모 재원 조달 능력이 있는 경쟁자에게 양도하고 그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의 역량을 민첩성이 보다 중요한 소규모 어플리케이션에 집중한다. 세 번째 대안, 게이츠는 회사를 매각하거나 주요 경쟁사와 제휴한다. 세 번째 대안으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독립성을 상실하겠지만, 이러한 조치는 아마도 게이츠가 어떤 회사를 자신의 파트너로 선택하는가에 따라 시장 지배력의 균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모든 대안은 한벌 실행에 옮기면 돌이킬 수 없는, 이른바 비가역적 행동 경로에 대한 엄청난 개입이고, 위험을 수반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통념은 게이츠가 대안 1을 선택했고, 그 도박이 큰 성과를 가져다주어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스크톱 운영체계에 대한 지배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으며, 반독점 규제 기관들과 싸우면서 그 이후 10년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다. 게이츠와 그의 경영진이 행한 조치는 이보다 훨씬 흥미롭다. 이들은 동시에 6개의 전략적 실험을 추진했다.
첫째, 마이크로소프트는 계속해서 MS-DOS에 투자했다. 비록 모든 사람이 그 운영체계의 사멸을 예측했지만, 여전히 막대한 고객 기반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고객들이 운영체계의 전환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DOS의 각 버전은 점진적으로 이전 버전보다 강력해졌다. DOS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진화하면서 얼마 동안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했다.
둘째, 마이크로소프트는 IBM을 현실적 위협으로 여겼다. 빅블루(IBM의 별명)는 1987년 이래 하드웨어 측면에서 여전히 지배적인 기업이었고 운영체계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되찾기를 원했다. 그러나 IBM은 단독으로 그러한 일을 진행하는 데는 위험이 따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영화 <대부 2>에서 "친구를 가까이 두라. 하지만 적이라면 더욱 가까이 두라"던 마이클 코를레오네의 대사처럼 게이츠와 IBM은 IBM의 OS/2 운영체계 프로젝트를 합작 사업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
셋째, 마이크로소프트는 유닉스 역시 IBM만큼은 아니지만 위협으로 간주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T&T를 포함한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유닉스에 대한 공동 사업 참여에 관하여 논의했다. 이 논의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대안은 계속 유효한 상태로 유지되었고 마이크로소프는 계속 당시 진행 중이던 일에 관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로 인하여 마이크로소프트의 대 유닉스 전략에 관한 억측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유닉스 옹호자들에게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결과적으로 유닉스의 발전을 더디게 만드는 이점이 있었다.
넷째, 유닉스 제휴 게임을 하는 것 이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유닉스의 PC 부문 최대 판매자인 산타크루즈 오페레이션이라는 회사 지분의 과반을 매수하였다. 따라서 유닉스가 도약하게 될 경우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장에서 적어도 한 가지 자체 제품을 갖게 되어 있었다.
다섯째, 게이츠는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투자를 철회한 게 아니라 자원 압박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 사업을 함께 키워 갔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 매킨토시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최대 공급자 위치를 구축하여 애플 자체를 추월했다. 이를 통해 애플이 자신의 독자적인 운영체계를 추진하기 위해서 시장에서 불연속성을 이용할 경우, 이에 대한 위험 분산용 대비책을 마련한 것이다.
여섯째, 게이츠는 윈도우에 대규모 투자를 실시했다. 윈도우가 전 세계에서 최고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는 DOS에 기반한 것으로 DOS 어플리케이션과 후방 호환되었으며 OS/2나 유닉스처럼 멀티태스킹 능력도 갖추었고 매킨토시처럼 사용하기 쉬웠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윈도우가 PC 운영체계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계속 유지시켰다는 점이다.
게이츠가 창출한 것은 집중적인 한 판의 도박이 아니라 전략적 대안으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였다. 게이츠가 한 일을 해석하자면 그는 우선 최고의 PC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겠다는 높은 수준의 열망을 설정했고, 그 다음에는 그러한 목표가 실현할 수 있는 전략적 실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전략에 대한 실험 포트폴리오 접근 방법에서 몇가지 일반적인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첫째, 전략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실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면 경영진 내부에 현 상황에 대한 공통의 이해와 공유하는 열망이 있어야 한다. 둘째 사업계획을 차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양한 사업 계획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가 나올 수 있다. 셋째, 조직은 시장에서의 환경과 유사한 선택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사업 계획은 확산되고 성공하지 못한 계획은 폐기되는 과정이 확립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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