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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나

부의 기원 - 기업의 존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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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존재 이유

그러면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앞에서 협력이란 하나 더하기 하나를 셋으로 만드는 비제로섬 게임이라는 마술적 효과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과업과 협력을 나눔으로써 우리는 사람들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같이 이루어 냄으로써 그 보상을 얻을 수 있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조차 왜 우리가 뭉쳐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우리는 왜 프리랜서로서 일이 있으면 서로 모여 일하고, 일이 끝나면 흩어지는 형태를 취하지 못하는가? 우리는 왜 그보다 항구적인 합명회사나 주식회사와 같은 조직체를 만드는가?

이러한 질문은 1937년 젋은 변호사 로널드 코스가 그의 저명한 논문 "기업의 본질"에서 제기한 것이다. 코스는 이에 대해 매우 간단하고도 통찰력 있는 해답을 제시하였다. 사람들은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조직을 만든다고 하였다. 만약 주택 건설업자와 목수가 어떤 특정한 사업에서 한 번 같이 일하고 헤어진다면 둘 사이엔 그 일을 위한 계약서만 작성하면 된다. 그러나 그들이 반복적으로 같이 일하고자 하는데 그런 계약을 계속 반복해서 체결한다면 여러 가지 비용이 계속 들어갈 것이다. 그 경우에는 어떤 형태의 장기적인 조직적 관계를 만들어 같이 일하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들 것이다. 합명회사를 만든다든지, 아니면 한 사람이 사주가 되고 다른 한 사람이 피고용인이 된다든지 하는 관계가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간단히 말하자면 코스가 말한 대로 프리랜서가 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든다면 모두가 프리랜서로 활동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을 조직해서 일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든다면 사람들은 그렇게 할 것이다.

이러한 코스의 아이디어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조직은 어떤 경우에는 협력의 메커니즘으로서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개별 계약으로는 확보할 수 없는 사업 계획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 된다. 요약하면, 조직은 사업 계획 공간을 활용하는 더 유용한 수단이며, 따라서 부의 창출에서도 더욱 더 효과적인 수단이다. 조직을 만드는 데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계약의 불완전성'이다. 변호사가 아무리 똑똑하다 하더라도 계약서가 모든 불확실설을 규정할 수는 없다. 사람 사는 사회라는 것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협력의 내용이 복잡할수록 계약의 불완전성도 높아진다. 계약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프리랜싱의 경우에는 하나의 사업 계획 공간에서 매우 간단한 역할만 담당하게 된다.

둘째,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투자 자산의 억류 현상'이다. 앞에서 본 대로 부의 창출은 불가역적인 자원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 간혹 그러한 개입은 특정한 자산에 대한 투자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용어로부터 알 수 있듯이 그러한 자산은 생산 과정에서 어떤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고안된다. 그래서 다른 용도에는 쓸모가 없다. 예를 들어, 피자 오븐은 피자 굽기에 매우 유용하나 다른 요리에는 별 소용이 없다. 불완전 계약의 문제는 여러 사람의 프리랜서가 모인 경우 언제든 계약이 깨지기 쉽고, 손해 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프리랜서들은 자산의 소유자에게 계약 조건을 개선하지 않으면 그만 두겠다고 위협할 수도 있다.(이 자산은 다른 용도에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계약이 깨지면 자산 자체의 가치가 소멸될 수도 있다) 그러나 회사 자산을 공동 소유화하고 그들 간에 이윤 배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조직은 특정 자산에 투자해서 돌이키기 어려운 개입을 하는 위험을 줄일 수가 있다.

셋째, 조직은 특정한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그런 구조를 제공한다. 어떤 프로젝트는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예를 들면, 신약을 발견하고 시험하고 생산하는 것은 10년 혹은 그 이상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들은 중간에 그만두기도 하고, 퇴출되기도 하고, 다른 회사로 옮기기도 하고, 병에 걸릴 수도 있고, 혹은 죽을 수도 있다. 만약 글락소스미스칼라인사가 누군가가 그만둘 때마다 기업을 해체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일이 추진되지 않을 것이다. 구성원들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협력 구조를 만듦으로써 조직은 프리랜서들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사업 계획을 추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넷째, 조직은 집단 학습을 가능케 한다. 우리는 학습을 개별적인 활동으로만 생각해 왔다. 그러나 1950년대 여러가지 실험 결과 프랑스의 과학자 프에르 그라세는 조직도 학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인간 조직은 복잡하기 때문에 동물학자인 그라세는 매우 간단한 형태의 조직을 갖고 실험을 하였다. 그의 실험 대상은 불개미였다. 불개미들은 집을 지을 때 흙으로 기둥을 쌓은데, 그 기둥은 집의 구조를 떠받치고 통풍을 가능케 한다. 놀랍게도 그러한 기둥 사이의 간격과 높이는 매우 일정하였다. 불개미의 지적 능력은 높지 않고 상호 간 의사소통 능력도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도 어떻게 집단적인 작업을 배웠는지 그라세는 놀랐다. 불개미의 활동을 조심스럽게 관찰한 결과 그라세는 불개미는 공동의 작품을 통하여 일하는 방법을 학습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서로 협력하여 정보가 내재된 인공재를 만들고 내재된 정보의 신호에 따라 행동한다. 건축 설계사의 예를 보자. 한 사람이 설계도를 수정하고 그것을 또 다른 수정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 다음 사람은 설계도를 엔지니어에게 넘기고 그는 또 다른 엔지니어에게 수정을 위해 넘긴다. 결국 그 설계도는 집단 학습 과정을 거쳐서 수정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설계도(협업의 결과물)에는 정보가 내재되며 집단 학습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조직은 행위자가 변하더라도 집단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는 여러 가지 문서, 도표 컴퓨터, 그리고 다른 물리적인 인공재를 가지고 있다. 제 3부의 논리를 따르자면 조직은 도식들(여기서는 사업 계획들)의 저장고, 혹은 이것들에 대한 집단 메모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학습과 적응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학습은 특정한 목적을 염두에 둔 지식의 획득을 의미하는 반면, 적응은 환경으로부터 받는 선택의 압력에 대응하여 스스로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적응을 위해서는 지식의 획득이 필요하고,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학습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학습과 적응 사이의 차이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논리상 필요하다. 다음에 보겠지만 조직은 대개 학습 능력이 좋은 반면 적응에는 문제가 많을 수도 있다.

코스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우리는 조직들로 구성되어 있는 경제가 프리랜서 간의 계약으로 되어 있는 경제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조직은 개별적으로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다양한 사업 계획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조직화하는 방법(사회적 기술)이 진화하면서 우리는 더 복잡하고 세밀한 조직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다시 더 복잡하고 부를 창조해 내는 그런 사업 계획을 발견하고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