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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제목 :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지은이 : 박노해
펴낸곳 : 느린걸음
ISBN : 출판사
펴낸날 : 2010년 10월 16일
구입일 : 2010년 10월 16일 
읽은 날짜 : 2010년 11월 08일

시집을 사두었다가 한참 동안 만지작 하며 방 구석에 밀쳐두었다. 근 20년만의 시집을 대하는 것도 두렵거니와 시 304편이 주는 압박감과 10년의 세월을 묵혀온 글이 무게를 더해왔다. 시와 시집보다는 내 삶에 대한 질문을 한다. 

지난 10년 동안 나는 무엇을 해왔는가?
앞으로 10년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답을 시집이 주지 않을 것이다. 

밀쳐두었던 시집을 보기 위해서 오파장 형광등을 샀다. 최근에 책을 보면 눈이 아프다. 약 3시간의 사투 끝에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건너뛰지 않고 다 보았다. 읽지 않고 보았다. 

최근에 본 김훈의 글이 가슴에 먹먹함을 흔들어 뒤섞어버린다면, 박노해의 글은 감성적이고 가슴에 흘러다닌다. 가슴 이곳 저곳을 흘러다니다가 뿌리를 내리고는 거기서 자리잡고 자라버린다.

편집자가 어떻게 편집을 했는지 궁금하다. 304편의 시가 어떤 의도로 자리잡고 있을까? 그냥 무작위일까? 아닐 듯 한데, 뭐 중요하겠는가?

아직도 박노해는 전향서로 벌어진 논쟁에 대해서 불편함을 시 여기 저기에 드러내고 있다. 내 생각에 그냥 삶이 그런 것인데, 자꾸 돌아보고 미안한 감정을 가지면 불편함이 말을 꽃피우지 못하게 한다. 돌아보니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참으로 속절없고 미안하다고.  이 시뻘건 21세기에 실패한 혁명가가 어느곳에 숨어들어 다시 한번 혁명을 시도할 수 있을까? 그래서 혁명은 젊은이들의 것이고, 노쇠한 혁명가는 젊은이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조용히 역사를 지켜보고 있겠다고 하는 것은 아닐까?

3시간을 넘겨 다 보고 나니, 울적해진다. 마침 담배가 떨어져 새벽 2시에 찬바람 속으로 편의점에 가 담배를 산다. 담배 하나 피우며 세월은 참 빠르다 생각한다. 너무 추워 밤하늘을 올려다보기도 싫다. 매서운 바람들이 내 뺨을 치며 물어본다. 

앞으로 10년 너는 무엇을 하면 살 것이냐? 정신 차려라!


이제 정신 바짝 차리고 시집을 읽어야 겠다. 언제 다 읽을지 기약없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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