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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20030612] 겨울연가와 오월의 노래

겨울연가와 오월의 노래


- 넘버3, 2003.06.12

부제 : 당신의 깃발은 도대체 무엇인가?

1. 겨울연가와 오월의 노래
2003년 초 백수로 지내던 시절 할 일 없이 케이블 TV 만 보던 시절이 있었다. 정확히 기억 나지 않는 어느 날 새벽 혼미한 정신으로 리모콘을 돌리다가 어느 채널에서인가 '겨울 연가' 재방송이 지나가는데, 더 이상 채널을 돌릴 수 없이, 정신이 번쩍 들면서 '겨울 연가' 애들이 미쳤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배경음악으로 삽입된 피아노 연주곡이 흔히들 알고 있는 '오월의 노래'였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음악을 선정한 관계자들이 제정신이 아니고서는 신성한 '오월의 노래'를 대중 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 편곡 또는 변주곡 형태로 삽입할 수 있다는 것은 도전 이상의 모험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때까지는 정말로 이러한 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2003년 오월이 다가오면서 아는 선배로부터 '이루마' 라는 사람이 연주한 'Whne The Love Falls' 라는 음악을 소개 받으면서 원래 음악이 따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겨울 연가'에서 삽입된 음악에 대한 개인적인 나름대로의 '정치적인 부담'을 덜게 되었다.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원곡을 나름대로 변형하여서 삽입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만 증명했다고 한다면, 당장에 쳐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게 되는 시점에서 혹시나 해서 요즘 유행인 지식 검색을 통해서 이 노래 또는 곡조에 얽힌 역사를 알게 되었다. 꽤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듯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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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제목이 ..Qui A Tue Grand' Maman
불어로..누가 할머니를 교살했는가..? 라는 무서운 뜻이지만
가사는 자연파괴에 대한 위험을 얘기한거라고 합니다...
할머니의 정원이 사라지면서 할머니께서 시름시름 아프시더니 결국 돌아가셨다..
누가 할머니를 죽였는가 하는.. 의미심장한 내용의 가사를 담고있는 곡입니다..
샹송 가수 Michel Polnaroff가 부른 곡이 유명하구요.
우리나라가수로는 오태호씨가 기억속의 멜로디 앞부분에 이 멜로디를 넣었죠..
그리고 오월의 노래에서 이 멜로디에 가사를 붙였구요....
이루마의 when the love falls 라는 연주곡은 겨울연가라는 드라마에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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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샹송곡을 듣고 싶은 분은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에서 파일->URL 열기 메뉴를 클릭하신 후 http://www.mukebox.com/link/link_play2.asp?sid=49130 을 넣으시면 원곡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겨울연가에서 사용된 연주곡은 웹에서 들으실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mp3 가 있긴 한데..
그리고 오월의 노래를 듣고 싶은 분은 http://dongari.knu.ac.kr:7777/index/오월의노래/ 여기서 오월의 노래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2. 5월의 주인은 이제 누구인가?
지난 5.18 기념식에 노짱이 참석을 하려다가 한총련 아해들이 정문을 점령하는 바람에 뒷문으로 입장하고, 그로 인해 기념식이 20분이나 지연되어 커다란 문제가 되었던 일이 있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 한총련 합법화가 물건너 가는 듯 하다.
이 사건을 통해서 한가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오월의 노래'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오월의 혁명'은 더 이상 '권' 또는 '진보' 세력들의 소유물이 아니라, 기성 정치권으로 편입되어서 국가권력의 것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광주를 사랑하는 많은 시민들, 권들께서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내 기억에는 노짱과 DJ를 제외한 어떤 정치 지도자들도 그렇게 자유롭게 또는 운동권 또는 광주시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서 자유롭게 망월동을 방문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국가 원수라는 위치로 또는 기념식을 위해서 정치인들이 자유롭게 '망월동'이 아닌 '5.18 묘역' 인가로 가지 않는가? 그 방문을 위해서 그 혁명, 항쟁, 또는 운동의 계승자라 자처하는 '한총련' 아해들은 '똘아이'가 되어버리고, 그 똘아이들을 짓밟고 노짱과 그를 위시한 정치인들이 계승자가 되어 버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았던가?


3. 5.18 은 민주화 운동인가 민중항쟁인가? 아니면 미완의 혁명인가?
자! 당신은 5.18의 성격을 위 3개중 무엇이라고 평가하고 있는가? 다들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아주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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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움직여 가는 행위
항쟁 : 하나의 상태에서 그 상태를 유지하거나 다른 상태로 옮겨가기 위한 행동을 가로막는 타자와 맞써 싸우는 행위
혁명 : 현대적인 의미는 국가권력을 빼앗기 위해서, 특히 그 권력을 빼앗는 주체가 피지배계급일 경우에, 국가권력과 그에 동조하는 무리들과 맞써 싸우는 행위
- 넘버3의 황당한 마이너 백과사전 5.18 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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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으로 모두가 동의할 수는 없겠지만 수긍할 수 있는 수준에서 그 3 단어에 대한 의미 차이를 중심으로 써 보았다. 다들 이 글에 나온 의미보다 더욱 명확하게 구분되는 단어의 뜻과 차이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대충 이 정도 선에 마무리하고 싶다. 그렇다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다시 역사를 훓어보면, 이 5.18 에 대해서 특별법을 만들기 위해서 조금은 국회가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몇몇 국회의원들이 '민주화 운동'이 아닌 '민중 항쟁'으로 하자고 했던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머리가 나쁜 걸 이해해주시길.) 그러나 결국에는 특별법의 이름에 '민주화 운동' 이라고 쇼부(!)를 보게된다. - 특히나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쇼부라는 말을 많이 쓰게 된다. 이때는 단지 승부를 보는 것보다는 양자가 정치적인 결단을 할 때가 많기 때문에 적당한 단어라고 생각된다. -
많은 5.18 관련 운동단체와 운동권들이 5.18 관련 특별법 제정을 요청한 상황에서 어찌되었든 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고, 거기다가 보상과 기념일까지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그에 관련된 자료를 백과사전 등에서 찾아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필요한 부분만 발췌, 요약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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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1979년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하여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행위에 대한 공소시효정지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한 법률(1995.12.21. 법률 5029호).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국가 기념일.
1997년 4월 17일, 5·18 주범들에 대한 반란 및 내란죄가 확정된 뒤, 같은 달 정부에서 5월 18일을 ‘5·18민주화운동기념일’로 제정 발표하고 그해 5월 18일 정부 주관 아래 첫 기념일 행사를 가졌다. 기념일 행사는 행정자치부가 주관하며, 광주광역시 5·18 묘역에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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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시 한번 물어보자. 5.18의 성격은 무엇이라고 생각되나? 아직도 항쟁이나 혁명이라고 생각하는가? 불행히 적어도 현재의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에서는 운동일 뿐이다. 누군가 격하시키려고 맘을 먹는다면, '바르게 살기 운동'과 같은 선상까지 추락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면 '운동'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는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움직여 가는 행위이지, 결코 그 전의 상태가 부정적인 것만을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제 아무리 '민주화 운동' 이라고 격상을 시키더라도 그 운동의 대상이 되었던 '비민주화된 상태의 조국'이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 그렇다고 그것이 긍정적이라는 것만도 아니다. - 그 만큼 그 특별법의 성격을 규정짓는 명칭은 두리뭉실하게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만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비록 전두환 일당이 반란 및 내란죄로 확정되었다고 해서, 반대로 그들을 쉽게 말해 '처단' 또는 '단죄'했던가? 그 살인마들에게 죄를 규정한 것은 불행히도 5.18 이 아니라 12.12 사태가 주요한 요인이 아니었던가? 만약 5.18이 적어도 '악'을 응징하기 위한 '선'의 행동이었다면 민주화든 항쟁이든지 간에 그 피해자들에게는 '보상'이 아닌 '배상'이 주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보상'과 '배상'의 차이는 언급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믿는다. 그 당시든 지금이든간에 적어도 국가권력은 그 당시의 피해자들에게 적법한 행위는 아니더라도 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거나 그렇게 밀어부치기 때문에 '보상'을 선택 또는 강요했던 것이다. (실제로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보상을 주장하던 사람들에 대해서 의구심을 잃지 말길 바란다.)

자! 마지막으로 물어보자. 당신은 5.18의 누구의 것이라고 생각하나? 적어도 당신이 그 5.18을 역사적인 사건으로, 한국 사회의 변혁을 가져오는 전환점으로, 그리고 민중들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제 그 생각을 지워버려야 할 것이다. 이제 5.18은 그 수많은 학살을 다시 정치적인 합의라는 이름으로 쇼부쳐가는 정치인들의 것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듯 하다.

4. 나오면서
군대에서 제대하면서 읽었던 소설로 기억하는데,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서 '학교에는 깃발이 없었다' 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당신의 깃발은 도대체 무엇인가? 거리에 휘날리는 오 필승 코리아의 깃발인가? 아니면 그것도 당신의 깃발이 아니라고 한다면, 당신의 깃발을 버렸는가, 잃어버렸는가? 당신과 우리의 적들은 우리들이 꼭 쥐고 있어야 할 깃발을 그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유린하고 있다.
꼭 어느 정당을 꼬집어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민주노동당이 이런 사실을 깨닫고 있다면 '민주화 운동' 이라는 허울에 찬 특별법을 적어도 '민중 항쟁'이라는 이름의 특별법으로 새롭게 발의를 해주기 바란다. 그것도 아니라면 적들의 손으로 들어간 5.18 만이라도 다시 찾아주길 바란다. 어차피 '학살자' 처단 또는 단죄는 당신들이 못하는 거 아닌가? 물론 하고 싶지도 않겠지만 !!
그 썰렁하고 을씨련스럽던 망월동 묘역이 그립군요. 바쁘다는 핑계로 광주에 가더라도 자주 찾아보지 못했던 곳인데. 그냥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찾아가 이름없는 묘지 앞에서 괜히 힘을 얻었던 기억이 이제 묻혀야 하는가 봅니다.
YIRUMA의 'When The Love Falls'는 이런 시점에서 정말로 시의 적절한 연주가 아닐 듯 싶다. 원래 샹송의 곡조도 잃지 않고 있지만, 거의 군가나 행진곡 수준의 '오월의 노래'를 이렇듯 애절하게 연주한다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된다. 싫다면 어쩔수 없다. 그에 관한 기사는 http://news.naver.com/news_read.php?oldid=200306100000182100013&s=225,4673&e=336,4791 에서 보면 된다. (환경의 날인 5일 서울 중구 명동 한복판. 시원스러운 피아노 선율이 땡볕으로 달아오른 거리에 퍼져나갔다. 새하얀 그랜드 피아노 앞에서 멜로디에 빠져 있는 연주자는 25세 청년 피아니스트 이루마. 그의 손끝에서는 드라마 ‘겨울연가’의 여주인공 테마곡으로 잘 알려진 ‘사랑이 떠나갈 때(when the love falls)'가 흘러나왔다.)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CF에 나오는 인물인 듯 하다.
그가 어쩌면 5.18과 '오월의 노래'를 알게된다면 어쩌면 언제가는 새롭게 그 곡을 다시금 해석해서 연주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어쩌면 억측이지만, 그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 어째 끝이 그 사람 소개로 끝나는군. 쓰바 ~


- 우리에겐 내일이란 없다. 밀리면 끝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