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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20070111] 노무현 대통령 4년 연임 원포인트 개헌에 대해서

노무현 대통령 4년 연임 원포인트 개헌에 대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5년 단임제에서 4년 연임제로 헌법을 고치는 발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치는 다시금 개헌논의로 불 붙었다. 20년 전에 전두환이 체육관 투표로 유명한 간선제 헌법을 지키겠다는 호헌을 발표해서 6월 민주항쟁으로 일어섰던 역사에 비춰 보면 정말로 감회가 새롭다.

언론이나 정치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정략적이라는니, 의도가 불순하다는니, 다음 정권으로 넘기자는니 말이 무성하다. 그리고 찬성과 반대로 갈라서서 날마다 싸움이 생긴다.

이야기들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들을 정리해보자.
1. 5년 단임제는 87년 상황에서 정치권이 장기 독재를 막기 위해 합의한 내용으로, 20년이 지난 지금 시대 정신에 맞지 않다.
2.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가능하다면 비슷한 시기에 해야 국가의 힘과 역량, 자원을 아끼고 잘 사용할 수 있다.
3. 바로 이 시점이 아니면 20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 꼭 해야 한다.
4.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고, 줄곧 이야기 했기 때문에 정략이 아니다.
5. 임기가 끝나려면 1년도 체안 남았는데, 지금 개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략이다.
6.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낮기 때문에, 대선을 준비하는 고도의 승부수다.
7. 발의를 제안한 대통령이 득을 보지 않기 때문에 정략이 아니다.
8. 필요하다면 탈당을 하겠다.
9. 연임제를 통해서 책임 정치를 할 수 있다.

우리 나라 민주주의가 발전했기 때문에 4년 연임제로 가야한다는 주장은 너무 황당하다. 제도는 하나의 형식일 뿐인데, 민주주의가 발전했기 때문에  5년 단임제를 그냥 두면 문제가 생긴다면, 그게 어디 발전인가? 연임 선거때 그 동안 수행한 것을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너무 정치인들을 위한 발상이다. 차라리 국민소환권을 도입하거나 노무현 대통령이 겪은 탄핵 절차가 있는데, 굳이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있나? 그리고 우리에게는 3.1, 4.19, 5.18, 6.10 등 여러 차례 집권 정치 세력들이 잘못한 정치 행위에 대한 항쟁의 경험이 있는데, 그건 하지 말고 오직 선거때까지 기다리란 말인가? 정말로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정치가 성숙했다면 차라리 하야를 시키는 것이 났다. 나쁜 대통령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

책임 정치를 수행하는데, 단임제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어처구니가 없다. 2004년 대법원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787 판결"은 "다만 국가행위 중에 고도의 정치성을 띤 것이 있고, ..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에 대하여는 이른바 통치행위라 하여 법원 스스로 사법심사권의 행사를 억제하여 그 심사대상에서 제외하는 영역이 있다." 이 있다. 이 처럼 고도의 정치행위에 대해서 사법부도 심사대상에서 제외한다는데, 책임은 어떻게 지겠다는 것인가? 선거에서 떨어지면, 그게 책임지는 자세인가? IMF, 카드 위기, 부동산 급등에서 보았듯이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넘어갔다. 만약 사법부에서 사형을 선고해서 그 통치자가 죽음으로 책임을 졌다고 해서, 이미 쓸모없는 정책과 그 정책으로 인한 피해자들은 누가 구제할 것인가? 선거를 통한 책임정치 실현은 입바른 소리일 뿐이다.

연임제가 절대 선의 제도인지도 불분명하다. 미국의 대통령 제도는 임기 4년, 중임은 가능하고, 3선은 헌법으로 금지한다고 한다. (http://cafe.naver.com/rookey/641) 우리 헌법에도 연임제를 했었다. 그러나 결코 좋지 않은 결과들을 남겼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경험적으로 좋지 않은 제도라고 판명된 제도를 다시 도입해야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게다가 헌법학자들 사이에는 의원내각제가 더 좋은 제도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아예 이번 기회에 의원 내각제를 하는 것은 어떨까?

87년으로 합의한 정치적 해결책이 이미 낡아 버릴 정도로 4번의 평화적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개헌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건 개인적인 가치 평가의 기준일 뿐이다. 이제 겨우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가능하고, 군부->민->여->야->여 형식으로 교체가 이뤄졌다. 아직 정권을 잡았었던 야당이 다시 정권을 잡는 경험은 없다. 또한 한 정치권력이 3번 정도 계속해서 정권을 유지하는 경험도 없다. 단지 87년 헌법 개정이 대통령 선거와 임기에 관한 것만 규정한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이고 특징적인 것이 대통령 선거와 임기일 뿐이다. 87년 헌법 체제가 낡았다고 주장하려면, 단지 대통령 임기뿐 아니라 그 때 개정했던 다른 문제들이 어떻게 낡았는지 증명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20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필요하다면 20년이 아니라 100년, 1000년도 기다려야 한다. 아직 논의도 충분하지 않은데, 단지 20년 이라는 말로 긴급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려 하는 것은 바보스럽다. 우리나라가 20년 하고 없어질 나라인가? 아니면 좀 더 긴 안목을 가진 나라여야 하는가?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정책을 보면 1-2년도 못 내다보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20년, 백년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국민들이 정말로 필요하다면 필요할 때 언제든지 하면 된다. 필요하다면 국회의원도 총사퇴하고 투표와 임기 시기도 조정하면 된다. 왜 그런 방식은 도입하지 못하고, 정치 일정과 예상에 맞춰야 하나? 정말 나라와 국가를 위해서 임기와 선거 시기를 조정하자는데, 설마하니 정치인들과 국회의원 나리들께서 반대하겠는가? 그래서 언제든지 필요하다 싶을 때 충분히 논의하고 개헌하면 된다. 그래야만 정치인들이 이상한 정략을 들고 나오지 않는다.

여소야대라는 틀이 국정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과 여대야소 국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MBC 백분토론에서 참석자들이 충분하게 잘 설명을 해주었다. 정치란 권력간에 견제가 있어야 하고, 그 견제와 권렵 분립을 잘 조정하고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정치가일 뿐이다. 그런데 국회가 도와주지 않아서 정책 수행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은 유아적인 생각이다. 선진국들은 일부로 선거차등제를 도입해서 대선/총선을 중간 중간 시행하여 적절하게 권력 분립과 견제를 수행한다고 한다. 좋은 제도다. 차라리 임기를 중단 선언하고 그렇게 하자고 했으면 진정성을 백번이고 믿겠다.

발의를 한 대통령이 득을 보지 않기 때문에 정략적이지 않고, 순수한 것이다고 하는데, 세상 헛 살아나 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말해주듯이 증명할 방법이 없다.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사람 속으로 들어가서 모든 것을 속속들이 들여다 보지 않고서는 믿을 길이 없다.

또한 모든 정치적인 행동에 대해서 정략적이지 않다는 주장에 더욱 의심이 간다.  개헌 발의가 정치적인 행동이 분명하고, 다른 정치 세력들이 하지 않기 때문에 한다고 했을 정도로 정치적인 행동인데, 왜 정략적이지 않다는 것인가? 모든 정치적인 행동은 정략적이다. 이 관점에서 보아야 모든 것이 쉽게 증명된다. 이렇게 보면 정말로 순수한 정치적인 행동이 있을 수 있다. 왜 자꾸 정략적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지, 그 이면에 난 순수한데, 너네들은 지저분하다라는 우월, 선민의식이 깔린 것은 아닐까?

한나라당이 토론에 일절 응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게 독재라고 주장하는데, 그런 생각이 독선이고, 아집이고, 독재이다. 분명히 대통령이 밝혀듯이 법적인 권리와 절차를 이용해 합법적인 권한을 행사한다고 했다. 역시나 한나라당도 그들이 가진 합법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토론만이 민주주의가 아니다. 토론이 싫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진정한 민주주의다. 토론하자는 사람이 토론을 거부당했다면 왜 토론이 거부당했는지 생각하고, 고치면 된다. 상대편에게 독재라고 하면 토론은 불가능해진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한국 사회, 정치가 연임제를 받아들일만한 여건이 안되었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정치인인데, 무슨 문제만 생기면 당적을 버리고, 거국중립내각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선거때면 더욱 많이 주장된다. 대통령과 대통령이 속한 당이 기존 체제에서 치뤄지는 선거에서 안 보이는 도움을 받기 때문에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그럼 미국은 뭐냐?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을 타고 유세하러 다니고, 백악관 참모들이 선거운동하는데, 완전 불공평하고 부조리한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는거네!!
우리가 연임제를 시작하면 바로 그 부분에서 막힌다. 선거를 앞두게 되면, 현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놓아야 하고, 당적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야 모두 불공정, 불공평이라고 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매일 같이 TV, 신문에 대통령, 청와대 근황이 나올 것인데,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같은 당에서 경선을 하면, 다른 대권 주자들이 가만 있겠는가? 그리고 선거에 접어들게 되면 다른 당이 가만 있겠는가?

한 가지 더 살펴봐야 하는 것은 매우 정략적인 것인데, 현재 대권 주자라 불리는 어린용들이 이 사태를 어떻게 보고 계산할 것인가 추정하는 것이다. 어쨌든 개헌이 무사히 통과되어서 4년 후 내가 대통령 후보로 나서야 하는데, 저 막강한 후광을 이길 방법이 있는가? 당연히 모든 대권 주자들이 "이길 수 없다"를 들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반대다. 지금 당 후보 경재에서 떨어지더라도 5년 후에 다시 도전하고, 3수도 가능한데, 연임제는 그 길이 막힌다. 그러면 열린 우리당은 왜 찬성인가? 대권 주자들이 1-2%대 지지도인데, 지금 안되는 것과 다음에 안되는 것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못 먹는 감인데, 찔러서 되면 좋은 것 아닌가? 4년 후 문제는 그때 생각하자는 것일 것이다. 정말로 20-30% 지지도를 가진 후보군이 있고, 4년 후판세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사람이 있다면 손쉽게 찬성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내쉬의 게임이론을 도입해서 추정해보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우리 정치 현실은 이미 권력을 잡은 사람들과 도전자가 공정한 게임을 하지 않는다. 새로운 정치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권력자와 그의 기득권과 싸워 이기고, 유권자에게 선택받아야지, 모두 동일한 선상에서 출발하자는 것이 이상적인 공평주의다. 자신보다 앞선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이득을 상쇄할 만큼 매력적이지 못하고 정열적이지 못한 사람이 선거에 나서는 상황이 우스운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특정 시점에 발의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이 문제다. 그냥 논의를 시작해주세요 하고, 꼭 필요합니다 하고 했었야 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모든 것을 국민에게 맡기겠다고 하고 논의를 활발하게 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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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작성 예정) 왜 정략적인가. 노무현 지지자들의 정략적인 행동으로 정략을 살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