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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기

[2011-09-03] 배추 모종 심기 1일차

드디어 날이 다가왔습니다. 배추 모종 3500개를 밭에 옮겨 심기로 한 날 입니다.
올해 초에 5000 포기 정도를 심어서 팔자는 이야기에 넘어가서, 무턱대로 3,500개를 준비했습니다.
모종을 사면 편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하자는 생각에 모종도 직접 했습니다.

막상 모종을 해놓고, 밭에 까지 옮길 일을 생각하니, 아무래도 비용적으로 거의 비슷하던군요.
아침에 용달을 불러 싣고 왔습니다. 용달마다 가격차이가 상당합니다.
12만원은 거절하고, 8만원에 왔네요. 기사님이 친절해서 톨비하시라고 오천원 더 드렸습니다.
배추가 잘 커서 수확할 때 인연이 되었으면 하네요.

아침 7시에 모종을 다 싣고 출발했습니다.
8시 10분 모종을 내리고, 아저씨는 돌아갔습니다.
모종을 내려놓으니, 이런 모양입니다. 마음처럼 심난합니다.
이 많은 모종을 어떻게 심을까. 아주 빡센 하루가 되겠구나.


모종을 그늘진 곳으로 옮겼습니다. 이거 옮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모종 크기가 차이나는 것은 아마도 거의 확실하게 상토때문입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2주전에 심어 놓았던 무가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잘 자랍니다. 너무 귀엽죠.


지난 주에 영준이가 심어 놓은 알타리무도 잘 자랍니다. 1주일만에 싹을 내고 자라다니, 빠릅니다.
중간에 알타리가 없어서 자세히 봤더니, 아무래도 홀라당 빼 먹었나 봅니다.
영준이가 힘들었나 보네요.

아무도 오지 않아, 혼자서라도 심기로 했습니다.
먼저 구덩이를 빠고 물을 흠뻑 적셔줍니다.
땅이 메말라서 수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모종에 적당한 수분을 계속 공급하려면 물을 흠뻑 줘야 합니다.

첫번째 이랑에 물을 흠뻑 준 모습입니다. 물 주기가 쉽지 않아요. 계곡에 내려가서 물을 떠와야 하고요.


드디어 처음 심은 모종입니다. 예쁘고 사랑스럽죠.


첫번째 이랑에 다 심었습니다. 약 100포기 정도 되네요.
정말 힘들어요




배추 모종을 빼내서 자세히 보면 하얀 실뿌리가 보입니다.
피트머스 상토를 사용해서 꽉 압축을 해놓으니, 뿌리가 안에서 양분을 쪼옥 빨아 먹나 봅니다.
저 하얀 뿌리가 다치지 않게 심어줘야, 배추가 잘 자라게 되는 거죠.


중간에 인현군과 재혁군이 영호와 민준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일에 탄력이 붙습니다. 
영호와 민준이는 여기 저기 뛰어다니면서 신나하네요.
영호는 배가 아프다고 응가를 다섯번이나 합니다. 뭘 먹었길래 그럴까요?

점심때 라면을 끓여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민준이도 잘 먹네요. 라면을 잘 안먹었다는데... ㅋㅋ

강남 농부의 대표주자, 재혁군이 밭을 정리합니다.
밭을 제대로 못 갈아 엎어서, 일일이 삽, 괭이 등으로 밭모양을 만들어주고 골라주어야 합니다.
실제 모종을 심는 시간보다, 밭을 만드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힘듭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다 심었습니다. 8이랑을 심은 듯 합니다.
힘들어서 얼만큼 심었는지도 기억이 안나요.


집으로 가기 전에 남긴 기록 사진. 열심히 했지만 아직도 밭의 많은 부분이 남았습니다.
내일 또 열심히 해서 다 심도록 해 봐야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강변 올림픽대로를 타고 오는데, 석양이 너무 멋있어서 사진을 찍었는데, 똑딱이라 달리는 차안에서 잘 안 찍히네요. 그래도 감상하세요. 너무 멋진 하늘이었습니다. 멋지고 힘든 하루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