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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기

[2011-08-26] 경운기로 밭 갈기

드디어 밭을 갈기로 한 날이 다가왔습니다. 밭을 갈아엎어 깔끔하게 정리하고 배추와 무를 심자는 다수의 의견에 따라, 밭을 갈기로 했습니다. 로타리를 치면 밭의 지렁이까지 모두다 죽어 없어져서, 쟁기로 깊이 갈기로 했습니다.
 
광주 농업기술연구소에 들려서 경운기와 쟁기를 빌렸습니다. 경운기는 만원, 쟁기는 오천원, 합이 만오천원입니다. 그런데 밭까지 옮기려고 용달을 빌렸는데, 왕복 10만원입니다. 으악. 배보다 배꼽이 큽니다. 연구소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신기해 합니다. 로타리가 아니고 왜 쟁기를 사용하는지, 젊은 사람들이 제대로 하기 힘들텐데, 그래도 사용방법을 열심히 설명해 주십니다.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용달차에 실어서 경운기를 옮깁니다. 여름 내 내렸던 비에 올라가는 길이 다 패여서 어렵게 올라갑니다. 만오천원을 내고 오는 사이 기사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깻잎을 따다 드렸습니다. 맛을 보시더니, 어떤 거냐고 물어보시고 더 따 드십니다. 당연히 시장에서는 맛볼 수 없는 향기 그 자체이니, 손이 갈 수밖에 없지요.
 
경운기를 내리고, 밭에 넣고 일을 시작하려는데, 기사분이 부릅니다. 올라가보니, 차를 돌리다 수렁에 빠지셨습니다. 갖은 애를 써서, 별의 별 방법을 동원해서 차를 빼려고 했습니다. 결국에 인현군까지 와서 4명이 힘을 다 써서 1시간만에 차를 빼내었습니다. 힘 다 쓰고 남지 않았네요. 곤충 잡기에 푹 빠져 있던 유빈이 마져 걱정하는 눈빛입니다.



경운기로 밭을 갑니다. 쉽지 않습니다. 제대로 일자로 가지도 못합니다. 자꾸 푸욱 푸욱 빠집니다. 땅이 안 갈아도 좋을 만큼 좋다는 증거겠죠. 한편으로는 너무 좋은 땅에는 고무바퀴가 못 버틴다는 결론이죠. 어쨌든 열심히 갈아봅니다. 인현군이 고등학교 때 배운 트랙터 솜씨를 발휘합니다. 와우. 그런 숨은 재주가 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부럽습니다.

 



유빈이도 한 몫 거듭니다. 경운기 쟁기에 올라타서 이리 저리 같이 돌아다닙니다. 밭은 갈아 엎어지는데,보자니 답답해집니다. 갈수록 중구난방으로 갈아집니다. 잠시 쉬면서 라면 끊여 먹으먹고 밭을 또 갑니다.




5시까지 갈았는데, 다 못갈았습니다. 1/3은 안 갈기로 하고, 수로를 내기로 했습니다. 수로를 내기 위해서 울타리를 걷고 풀을 다 제거했습니다. 울타리를 따라 경운기로 물길을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5미터를 남기로 경운기가 진창에 빠집니다. 빼내려고 해도 더 빠집니다. 산에서 스며든 물이 진창입니다. 모두들 어처구니가 없어집니다. 또 빠지다니. 경운기는 6시까지 반납해야 하는데, 이거 못 빼내면 끝장인데. 결국에 30분만에 빼내었습니다.
 
힘이 하나도 안 남습니다. 경운기를 용달에 실어보내고 너무 힘들어 수다를 떱니다.

돌아오는 길에 막국수집에서 국수를 먹고 또 수다를 떱니다. 형의 재미있는 농사에 대한 이야기와 사업 방향을 듣고, 다들 재밌어 했는데, 유빈이가 집에 와서 그대로 집사람에게 해줍니다. 아쿠아 파닉스, 아쿠아 팜, 아쿠아 푸드, 메기, 지렁이, 열기구, 산에 아로니아 등등.. 들은 것을 그대로 이야기하더군요. 물론 집사람은 어처구니 없어 합니다.
 
밭을 제대로 못 갈아서, 다음 날 인현군과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대로 두면 밭에 작물을 심을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어찌나 피곤하고 힘든지, 그냥 쓰러져 자서 아침에 겨우 일어날 정도 였습니다. 온몸이 욱씬 거리고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였는데, 참 농사란 힘든 일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은 날입니다. 내년에는 제대로 잘 갈아 엎을 수 있게 연습도 좀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