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메이션 만화는 아이들을 위해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아이 손을 잡고 영화를 보러 가면 가끔은 어른들을 위한 우화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Wall-E 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 우화로 생각한다.
현재 지구상에서 번창하고 살아남은 동물들의 대부분은 오랜 기간동안 굶주림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동물들의 생존 본능에는 지방을 축적해두었다가 먹을 것이 없을 때 지방을 이용해 버티기 하는 게 당연했었다. 현대에 들어 인간만이 이 지방 축적의 메커니즘이 생존에 불리한 거추장스러운 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라는 시기는 풍요롭다.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기아선상에 있다고는 하지만, 가깝게는 100년 이전의 사람들과 비교하면 충분히 먹을 것에 대해서 풍요롭다고 말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해서 오랫기간동안 진화를 통해서 만든 최적의 해법인 지방 축적은 풍요로움 때문에 해악으로 되고 말았다. 과도한 지방 섭취가 몸에 계속 축적되어 비만을 불러오고, 그 비만은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라고 한다.
한 가지 더 문명이 가져다 준 위기가 있다. 바로 유비쿼터스에 대한 동경이다. 요즘 지하철, 버스에서 보면 많은 사람들이 PMP, DMB, 핸드폰을 통해서 TV나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자동차에는 네비게이션이 달려있고, 더욱 더 많은 이동기기에 시청 가능한 기능을 추가하는 경쟁이 치열하다.
지루한 출퇴근 길에 드라마를 보면서 간다. 와우 멋진걸!!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나 보다. 그러나 하나도 멋지지 않다고 생각한다. 점점 더 디지털화되고 점점 더 기계에 익숙해지면서 삶의 여유는 물론이거니와 생각하는 기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Wall-E를 보면 비만과 유비쿼터스에 대한 풍자가 있다. 몸은 꼼짝하지 않고 모든 것을 알아서 다해주는 기계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떤지 보여준다. 모두가 똑같은 복장에 똑같은 장비를 이용해서 대화하고, 항상 원하는데로 움직여주는 탈것을 이용한다. 그리고 화상을 눈앞에 펼쳐주니 뭐든 다 볼 수 있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실현시키고자 하는 기술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Wall-E의 모습처럼 살아야 한다면 단호하게 거절하고 싶다. 자기 스스로 몸을 가누지도 않고 고민하지도 않는 삶이란. 게다가 스스로를 움직일수도 없는 나태함이란.
우리 인류의 생존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적은 '전쟁'이나 '질병'이 아니라 '비만'이다. 비만도 질병으로 분류하기는 한다. 그러나 수천만년 또는 수억년 동안 우성인자로 남아있는 지방축적의 메커니즘이 우리 몸을 살찌우는데, 우리 몸이 단 50년 만에 과도한 지방을 축적하지 않고 배출하는 진화를 하기에는 너무 짧다. 물론 인류 중에는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열성인자를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의학계에서는 그 유전자를 찾아서 진화의 시간을 단축시켜 비만을 없애는 신기술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언제될까.
어쩌면 우리는 다시금 뒤뚱거리면서 대지를 걷는 연습부터 하지 않을까?
그런 날이 오기전에 살도 빼고 먹는 것도 줄이고 해야 겟다.
그리고 디지털 기기도 멀리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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