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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생각

2003년도에 쓴 글을 찾았습니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글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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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불법의 기반위에 서 있는가?

화물연대의 파업 과정과 그에 대한 노짱 정부의 대응을 바라보면서 대한민국은 과연 합법적인 시스템들로 돌아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화물연대의 파업과 포항에서의 공장 진입문 차단이 불법이라고 하는데, 그 불법으로 몰아세운 사회 특히 경제의 시스템이 불법위에서 돌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힌다. 또한 그런 불법적인 시스템과 불법적인 상황에 대해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취하는 방식이 불법적인 시스템은 그대로 용인하면서, 불법적인 상황만 제거하려는 것을 보면서 과연 이것이 적법한 법 집행의 결과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화물 연대의 파업을 보면서, 자본주의의 법 질서, 특히 사유재산의 보장이라는 기본적인 질서를 깨뜨린 초강경한 불법적인 시스템인 지입제도라고 하는 불법적인 시스템이 한 나라를 떠 받치는 물류의 핵심이 되었다는 것을 보면서 아이러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가진 재산을 내 이름으로 등록하지 못하게 하고, 그로 인해서 타인에게 그 소유를 위탁하게 하고, 스스로 종속적인 굴레와 멍에를 지고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 참으로 합당한 사회 시스템인지, 그리고 사유재산의 보장이라고 하는 기본적인 질서를 지키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또 하나 화물에 대한 다단계 를 금지한 법이 휴지조작으로 구겨지면서 고작 1/3 만 일하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적어도 수십년간 방치한 행정 관료들과 감독자들이 우리 사회의 법 질서를 지키려고 하는 의지가 있었는지 정말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뻔히 있는 것을 알면서도 새로운 법을 만들어 해결하려고 시도하지도 않은 금배지들은 경제를 지키고 사회를 수호하려는 사람들인지 의문이 든다. 또한 강력한 기소권을 들고 있으면서도 현행법을 아예 까놓고 무시한 다단계 화물 소개 알선 업자들을 수사/구속하지 않았던 검찰은 어떻게 앞으로 법을 집행할 것인지

그런데 정작 문제는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현실이 잘못된 것인지 법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면 지입이나 다단계 금지 조항이 악법이라도 대다수의 화물 소개/지입업자들은 이 법을 지켜야 하며, 소수가 이 법을 어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법 조항이 악법이 아닌 모든 면에서 거의 타당하다면 아마도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 법을 어겼어야 할 것인데, 현실은 소수도 아닌 그 누구도 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법을 어긴 대가가 고도 성장의 결과로 나타나며, 물류 비용의 절감이라고 하는 경제적인 지표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위의 사항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특히 화물이나 운송과 관련된 업종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지입이나 다단계 알선과 같은 방식의 시스템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택시 업계에서 파업에 있어서 단결력이 약화되는 측면중에 하나가 같은 택시회사내에 지입 차량으로 등록되어 있는 차량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들은 거의 개인 사업자와 같기 때문에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만 개인택시와 같은 형태라고 보면 될 듯하다. 그들이 택시 파업이 되면 동참하기 보다는 부제해제에 한몫 챙기지 않을까? 그리고 대부분의 학교 스쿨버스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지입이다. 적어도 내가 어려서 살던 고향에서는 그랬다. 그래서 일요일이 되면 그 스쿨 버스들은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부업에 동원이 된다. 또한 작은 화물을 운송하는 화물차 들 또한 대부분이 지입으로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정도되면 아마도 거의 모든 운송수단에 지입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는 않지만, 많은 택배업체의 말단 영업소에는 지입 차량이나 알선/소개로 운송하는 차량들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큰 업체에서는 대형 도시간의 커다란 물류 시스템과 기간망과 구축을 하고, 아무래도 소규모망은 영업소에 넘기는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택배업체에 대한 예는, 아님 말고라는 표현을 쓰면 안되는데, 아무튼 추측이다.)

그런데 이런 지입을 통한 경제 활동은 비단 운송업계 뿐 아니라 사회 전반, 특히 경제 활동 구조에 합법적인 시스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업하는 것처럼 모든 비용을 자신이 다 부담하고, 매출/매입만 회사에서 대신 처리해주는 판매형태도 있었던 것을 보았습니다. 다들 덜렁 책상 하나 배정받고, 의료보험비부터 각종 경비를 개인이 부담하고, 심지어는 소속된 회사로부터 물건을 매입해서 판매하는 것 까지. 아마도 그 유통을 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영업사원들이 자격증을 획득할 수 없는 전문적인 분야에서는 영업의 일반적인 행위의 상하보다는 자격증의 우선이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닐런지..
(검색엔진을 통해서 확인해보니, 지입 자체가 불법이 되는 것은 지입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운수사업법의 체계 라고 하네요. 졸라리 어려운 법 체계인 듯 하네요, 같은 차량이라도 어디서는 합법이고, 어디서는 불법이라니)
그런데 왜 이러한 형태의 지입제도가 불법이라고 고지된 분야에서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끝으로, 오늘도 늦은 시간 택시를 타고 오면서 행해지는 1분마다의 불법을 보면서, 그리고 거의 모든 차량들이 불법으로만 다니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길 건널 때 꼭 파란불(녹색불이 맞죠) 켜지고 차들 다 서는 거 확인하고 건너라고 친절하게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작금의 현실이 너무 슬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