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뜨거운 감자

약자를 도와야 한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월요일 집에서 아이가 이야기한다.

오늘 유치원에서 배웠는데, 지하철역이나 길에 보면 빨간 옷 입은 사람들이 종 흔드는데, 거기다가 돈을 넣어줘야 한데. 불쌍한 사람이니까 도와줘야 한다고 그랬어.

허거덩 놀라운 일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무엇을 판단할 수 있을 거라고 명확하지 않은 사실을 진실인양 이야기를 할까? 선생님이 이야기했으니, 진실인줄 알고 있다.

어렸을 적 약자를 도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학교에서, 집에서 들었다. 노인을 공경하고, 어렵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그런 줄 알았다. 청소부 아저씨의 무거운 짐수레가 오르막길에서 헉헉 거릴때 밀어주고, 할머니의 무거운 짐을 들어주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년초 폭설로 지하철에 사람이 많이 붐빈다.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작은 실랑이를 목격한다. 어떤 때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나이 어린 놈이..., 집에 가면 너만한 아들이 있어.", "뭐라고, 한번 해보자는 거야?", "넌 아버지도 없냐.." 등등. 내 생각에는 상대방에 대한 거친 폭력이다.

지하철 한칸에는 72개의 좌석이 있다. 그 중 12개는 예약되어 있다. 그 자리는 노약자석이다. 그러나 노인석으로 운영된다. 모 CF 광고에서 "우리는 젊잖아" 하는 소리에, 다들 앉지 못한다. 내 경험으로도 젊은 장애우 한 분이 앉아 있다가 70대 노인에게 호된게 개, 짐승 취급 당하는 것을 보았다. 며칠 야근과 철야를 하고 집에 갈때 앉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산에  가시는 분과 어쩔수 없이 잠도 못자고 일하다가 집에 가는 사람과 누가 약자일까?

약자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주변에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모두가 약자처럼 보인다. 아침마다 지하철 입구에서 무가지를 내미는 아주머니가 계신다. 길을 막아서면서까지 강권을 한다. 약자다. 내가 하나 더 받아주면 더 일찍 집에 들어가셔서 언 몸을 녹이시리라. 지하철에서 내려 올라가다보면 입구에서부터 찌라시를 내미는 할머니들이 보인다. 내가 하나라도 받아가면 그 분들도 일당을 더 많이 받으실거다. 조금 더 가면 은행에서 나온 직원들이 보인다. 하나라도 받아주고 상품 가입해주면 그들도 편하게 살 것이다. 길가에 노점상 하시는 분들이 보인다. 아침에 토스트, 저녁에 따끗한 꼬치어묵이라도 팔아줘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마케팅 전화들. 고객님.. 안녕하세요. 이번에.. 상품 파는 거다. 대부분 비정규직이고 수당을 받는 분인데, 이것도 하나 가입해줘야 하나. 세상은 이상하다. 모두가 약자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보다. 주변에 약자가 넘친다.

진짜 강자들이 사회적 기업, 공헌이라는 명목으로 약자를 돕겠다고 나서고, 이를 선행이라고 보도한다. 그들은 남들 일하는 시간에 하루를 빼고 봉사를 한다. 아. 그 회사들은 사람이 넘치나 보다. 개인들이 기부한 금액에 대해 메치펀드한다. 아, 돈도 많나 보다. 검정 연탄을 나르고, 음식 봉사를 하고, 집을 고쳐주고 한다. 정말 필요한 일이다. 그들이라고 없으면 그분들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꼭 필요하다. 봉사에 나선 사람들은 뿌듯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다른 약자들을 압박하고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서 과다한 이익을 얻는 것 뿐이다.

예로부터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어느 누구도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고민이 많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정말로 약자들을 위해서 헌신하는 단체에 기부를 하기로 했다. 이런 저런 단체들을 저울질하다가 나눔문화를 선택했다. 난 나눔문화가 잘 할거라고 믿는다. 우리 주변에는 약자가 너무 많다. 아주 소극적이지만 2009년 삶의 방식을 바꾸기로하면서 한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다.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