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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제목 : 자전거 여행
지은이 : 김훈
펴낸곳 : 생각의나무
ISBN : 9788984987272
펴낸날 : 2007년 06월 22일
구입일 : 2010년 06월 07일 
읽은 날짜 : 2010년 06월 15일

김훈 작가가 직업을 자전거 타는 사람이라고 한다는, 무척이나 자전거를 사랑한다는 말은 오래전에 들었다. 
자전거를 좋아해서 샀다는 것은 너무 뻔한 거짓말이다. 특가도서로 무려 51% 할인이어서 아무 생각없이 샀다. 김훈 작가를 살짝 멀리하고 있어서, 그렇게 관심 가는 책은 아니다. 내가 읽은 작품은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개" 뿐이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는 그냥 멀리하고 있다.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자전거 여행을 사면서 바램은 좋은 자전거 방랑 여정길을 소개해주면, 나도 한번 가봐야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첫장부터 바램은 산산이 깨어지고, 가슴속에 알수 없는 막막함이 자리잡았다. 김훈이라는 작가를 좀더 멀리해둘까 생각도 해본다. 싫은게 아니다.

내가 두번째 책을 읽으면서 느낀 소감이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읽고 있다. 글들이 가슴에 시리다. 단단히 벼르고 벼른 문장이다. 꾸밈도 없고, 군더더기도 없다. 읽으면서 빠져들지만, 찾아보니 자전거 여행 2권도 있다고 한다. 올 여름은 김훈 작품으로 나볼까 생각해본다.

책 표지에 있는 "연필로 꾹꾹 눌러 쓴 우리시대 최고 수준의 에세이" 라는 말을 절감하게 된다.

김훈의 현의 노래, 칼의 노래가 그냥 씌여진 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오랫동안 우리 산천을 돌아다니고, 자료를 수집해서 하나 하나 작품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 않은 작가가 있으련만, 두발로 산천을 품어본 사람이라 더 그렇다.

김훈의 글을 읽고 있으면 머리가 아프다. 가슴은 시리고, 먹먹해진다. 마르고 마른 먹먹함이 있다. 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하고, 날카로운 칼로 헤집은 느낌이다. 주로 사용하는 반어법과 대조법은 삶의 지혜를 뛰어넘은 도의 경지라고 할까. 

갈때의 오르막이 올때의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가고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17


단순한 문장이다. 가다, 오다, 내리막, 오르막, 땅, 비긴다. 평탄하다. 7개의 단어로 저런 문장을 쓰는 수법이란, 그런 문장이 전해주는 전율이란.

김훈이 관심을 갖는 것은 정말 다양하다. 봄에 피는 꽃, 길, 바다, 철새, 옛 지명.. 우리가 그냥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을 두 발로 기어이 바퀴로 가 본다. 느낌을 꾹꾹 눌러 전해준다. 

오르막길 체인의 끊어질 듯한 마디마디에서, 기어의 톱니에서, 뒷바퀴 구동축 베어링에서, 생의 신비는 반짝이면서 부서지고 새롭게 태어나서 흐르고 구른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모든 길을 다 갈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나가는 일은 복되다. - 19

김훈을 읽으면서 신문기자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으로 직업을 바꾼 것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장 하나 하나에서 느껴지는 치열함과 고뇌가 나에게는 먹먹함으로 다가온다.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난다. 자전거 여행 2권을 사기로 맘 먹었으나, 미루는 이유다.

추천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자전거만 생각한다면 비추다. 비추를 빼면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