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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결정의 비밀

제목탁월한 결정의 비밀
부제 : 뇌신경과학의 최전방에서 밝혀낸 결정의 메커니즘
원제 : How We Decide 
지은이 : 조나 레러
옮긴이 : 강미경
펴낸곳 : 위즈덤하우스
ISBN : 9788960862104
펴낸날 : 2009년 10월 20일
구입일 : 2010년 07월 20일 
읽은 날짜 : 2010년 08월 03일

재미있는 주제다. 심리학 + 뇌과학 + 진화론을 결합한 책이다.
그러나 책의 인쇄상태가 별로다. 화가 나서 던져 버릴 뻔 했다. 글자가 번졌다. 나만 그런가? 앞부분 책 상태는 실망스럽다.

언제부터인가 이성보다는 감정을 믿게 되었는데, 사회와 학문이 이야기하는 이성에 반하는 행동이어서 말을 안꼈다. 감정보다는 감성이 좋은 표현같은데, 아무튼 감정 또는 감성이 이성보다 실존적이고 과학적임에 분명하지만, 가방끈이 짧아 과감하게 주장하지 못했다.

르네상스 이후에 18세기를 지나면서 과학의 눈부신 발전은 인간의 이성에 대한 확신을 하게 되었고, 인간은 항상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로 간주되었다. 자신의 생각을 반추하고, 계획을 세우고, 도덕을 가지고 있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게 좋은 것만은 아닌데 하는 생각은 그냥 잡생각이었을 뿐이다.

과학의 시대에 활동하던 학자들은 인간의 합목적인 이성과 합리성이 세계를 변화시켜 이상향으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고, 그 믿음을 많은 사람들이 따랐다. 현대의 많은 경제학자들, 통계, 사회학자들, 경영자들도 같은 믿음의 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냥 듣기 좋은 소리일 뿐이다.

토론을 할 때, 선입견과 결론을 가지지 말고 이야기하자고 한다. 그러나 결론 없이 토론을 할 수 없다. 결론을 생각하지 않고는 자기 주장을 펼 수 없다. 토론의 주제가 정해지는 순간, 아무리 순수한 인간이라도 좋고 나쁨, 싫음의 결론을 감성적으로 가지게 된다.

이 책은 이제 나에게 허상인 이성이 아닌 감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자신있게 감정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에 소개된 근거로써의 실험들은 여러가지 다양한 책들에서 인용된 소재들이 다르게 해석되고 적용된다. 그렇다고 완전하게 다른 것을 가져다 인용하는 것은 아니고, 새로운 해석과 후속 연구들이 뒷받침된다. 

도움될 것라 추정하는 책들.
뇌, 생각의 출현 - 박문호, 휴머니스트
꿈꾸는 기계의 진화 - 로돌프 이나스, 북센스
이타적 인간의 출현 - 최정규, 뿌리와 이파리
기타 다향한 최근의 심리학 책들.

이 책으로 통해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정당편향성이다. 한국사회에서 우파, 좌파의 문제는 극적인 "정당편향성"으로 나타나는데, 이에 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그 둘들만의 사회가 되고 있다. 정당편향성의 문제에 대해서 잘 설명하는 부분을 인용한다.

민주당 지지자들과 공화당 지지자들은 모순되는 증거 앞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 웨스턴은 유권자들이 뇌의 합리적 기능을 사실을 분석하는 데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히려 그들은 이성을 자신의 당파성을 정당화하는데 활용했다. 실험에 참가한 유권자들은 제시된 증거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후보자의 실책을 너그럽게 용서했다. 그 순간 그들의 뇌에서 보상 회로가 작동하면서 쾌락을 유발하는 감정이 물밀 듯이 쇄도했다. - 323

이러한 사고 과정은 유권자들의 견해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당 편향성이 강한 유권자들은 스스로가 합리적이라고 확신한다. 비합리의 반대가 합리다. 하지만 따져보면 우리 모두 합리화에 능하다. ...

바텔스는 정치와 관련된 정보를 더 많이 알아도 당파성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유권자들이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것을 확증하는 정보만을 습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보가 공화당의 논점에 부합하지 않으면, 예를 들면 클린턴 정부의 재정 적자 감소가 세수와 지출에 관한 자유방임주의 고정관념에 들어맞지 않았을 경우 그 정보는 편의상 무시된다. 바텔스는 "유권자들은 자신이 생각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은 사실들을 만들어내거나 무시함으로써 이미 내린 결정을 합리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일단 지지 정당을 결정하고 나면 사실과 정보를 스스로의 이데올로기에 적합하게 이리저리 편집해버린다는 뜻이다.
그 순간 합리성은 커다란 장애 요소로 바뀐다. 그 이유는 우리가 믿고 있는 신념은 뭐든 정당화하려 들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전두피질은 정보를 걸러내는 통로, 곧 받대되는 의견을 봉쇄하는 방어벽으로 전락한다. - 324 -325

당파성과 이데올로기가 중요하다. 이데올로기를 선점하고 당파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인간적이다. 객관적이고 탈이데올로기를 주장하는 것은 그대로 이데올로기적이다. 우리는 탈이데올로기를 주장하는 다수의 사람들의 이데올로기에 고립되고 있는지 모른다. 실제로 그들은 탈이데올로기를 통해서 자신들을 위한 이데올로기를 충실하게 챙기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재밌고, 지루하지 않다. 비행기, 전쟁, 포커, 정치, 경제 등 다방면의 사례들이 흥미를 준다. 그렇게 깊은 전문지식이 없어도 읽을만한 책으로 추천이다.(강추는 관심있는 분들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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