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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주의자를 위한 경제학 : 경제학은 경제를 예측하지 못한다? = Economics for skeptics

2011/05/24

회의주의자를 위한 경제학 : 경제학은 경제를 예측하지 못한다? = Economics for skeptics


회의주의와 경제학을 같이 다루어서 뭔가 재미있는 것이 있을까 싶어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추천평이 멋있기는 한데, 책을 읽다가 실망스러워 덮었다.

같은 학문의 길을 걷는 경제학자로서 존경을 표한다. 대학에 몸담지 않은 ‘재야’ 학자가 이렇게 처절히 절규하는 동안 우리의 ‘잘난’ 경제학자들이 얼마나 이지 고잉easy going하였는지 참으로 부끄럽다. 
외국의 경제학자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의 대표적 독창적 경제학 저술이 무엇이냐?” 고 물어올까 봐 내심 걱정해왔다. 과문인지 모르지만 국내 경제학자 중에 주제와 상관없이 상당기간 동안 천착하여 저술한 ‘대작大作’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미래경제학’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추천평에 주목하는 것은 경제학자의 반성과 "독창적" 이라는 표현과 "대작"이라는 말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반성만 있고, 독창적이지도 대작도 아니다. 감히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근거는 책이 엉망이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학이 경제를 예측하지 못한다는 말은 30년전부터 나왔고, 그래서 복잡계 경제학이 등장한다. "부의 기원"을 보면 왜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이 경제학에 대해서 "과학이 아니다"라는 평가를 하는지 자세히 나온다. 상당히 많은 부분 경제학은 "과학이 아닌" 주관적인 학문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경제학자와 경제 관료는 여전히 밥 먹고 사는데는 문제가 없다.

저자 "최용식"이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교사였다는 것이 어떤 가치를 가지는가? 노무현의 참여 정부의 경제 정책이 예측가능했거나 또는 공정한 무엇이었나? 아니면 저자의 "가르침"이 정책에 반영된 것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책장사의 광고 문구일 뿐이다.

대작이기는 하다. 같은 말들이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지겹고 고루한 652쪽이나 되니, 대작이기는 하다. 만약 분량이 대작을 결정짓는 거라면 1등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 말고는 대작인지 졸작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저자는 "미래경제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문제를 매우 간단하게 만든다. 이전의 경제학은 "사이비"이고, 자신의 "미래경제학"은 과거의 경제학이 아니기 때문에 과학이다. 엿장수들이나 하는 표현이다.

미래경제학은 과거 "사이비 경제학"을 극복하기 위해서 매우 복잡한 시스템으로 이해하게 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카오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카오스는 예측 불가능한 무엇이다. 선형적인 시스템이 아니고 비선형 시스템이다. 따라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사상시키고, 중요한 부분만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특정 부분에서만 카오스를 도입한다. 경제가 복잡한 참여자와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면, 그 자체가 카오스이기 때문에, 카오스 또는 복잡계로 접근해야 한다. 저자의 접근법 자체가 틀렸다.

저자는 경제를 설명하기 위해서 물리학의 운동에너지를 도입하는 등, 과학의 영역을 차용하는데, 에너지, 운동등 매우 단순한 이론뿐이다. 그러면서 최근의 행동경제학등을 폄하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만약 저자가 물리학을 제대로 차용하거나 한다면 상대성이론이나 빅뱅, 쿼크 등을 도입했을 것이다. 물리학은 어쨌든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이론, 대통합 이론을 찾아내기 위해서 치열한 노력을 하는데, 저자는 너무 안일하다. 호킹의 위대한 설계만 읽었어도,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것을 설명한 부분을 찾았을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몇 군데 있다. 과거의 경제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냥 과거에 그렇게 되었다는 것, 왜 그렇게 되었는지, 주요한 요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도움이 된다. 나머지 별루다.

예측이 가능한 경제학이라면, 내일의 주가지수를 알려주면 증명된다. 한달 내지 6개월의 주가지수와 경기동향을 알려주면 믿어 주겠다. 난 선물에 투자하겠다. 물론 틀리면 배상하는 것으로 하고. 그럴 자신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