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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시 하나

읽어버린 것들





잃어버린 것들

- 박노해


노래방이 생기고 나서

사람들은 방문을 벗어나면

노래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내비게이션이 나오고 나서

택시 기사들마저 모니터를 벗어나면

길눈이 어두워져 버렸다


컴퓨터가 나오고 나서

아이들은 귀 기울여 듣고 기억하고

가만히 얼굴을 마주 보는 법을 잃어버렸다


자동차 바퀴에 내 두 발로 걷는 능력을 내주고

대학 자격증에 스스로 배우는 능력을 내주고

의료 시스템에 내 몸 안의 치유 능력을 내주고

국가 권력에 내 삶의 자율 권력을 내주고

하나뿐인 삶으로 내몰리면서 나는 삶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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