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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지하 벙커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와 사목지신(徙木之信)

웃기는 회의를 지하 벙커에서 한다고 합니다. 따고난 본성이 땅속에 굴 파고 다니는 것이어서 인가 봅니다. 회의 이름도 비상경제대책회의입니다. 무슨 전쟁난 것 처럼 괜한 호들갑입니다.

그런데 몇 가지의 의문점이 있습니다.
경제가 괜찮다더니 "비상"까지 붙일 정도로 어려웠나, 왜 지금까지 별일없다고 발표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제는 모두가 어렵다고 하니, 대빵도 어렵다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것 같은 사실만 인정하겠습니다.
청와대 안에 조직들도 많은데 "비상" 이라는 말을 붙여 새로운 회의를 만들면 좋아집니까?
왜 대책 회의를 왜 깊은 땅속에 있는 지하 벙커에서 해야 합니까?
핵심은 경제를 꼭 살리는 것인데, 열심히 하고 있다는 모습만 보여주고, 흔히들 이야기하는 간지나는 사진 찍으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비상경제대책회의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만들어진 회의입니까? 
그렇다면 그 법률은 무엇입니까? 책임과 권한은 어디까지입니까? 
그냥 생각나는데로 만들어서 회의 내용을 실행하여 국정에 반영한다면
헌법과 법률위에 굴림하는 초헌법적인 회의입니다.
전두환은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서 "국가보위입법회의"를 만들었지만,
이미 권력을 들고 있는 분들께서 무엇을 찬탈하시려 합니까?

 
진나라때 상앙은 간단한 나무 옮기는 일에 상금을 걸어, 셀제 옮긴 사람에게 상금을 주어 하찮은 말이라도 꼭 지킨다는 모습을 보여주어 법을 통한 정치의 틀을 잡았다는 사목지신(徙木之信) 고사가 있습니다.

상앙이 한번은 법을 제정해 놓고 공포를 하지 않았다. 백성들의 불신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상앙은 백성들의 불신을 없애기 위한 계책을 세웠다. 상앙은 3장(약 9m) 높이의 나무를 남문 저잣거리에 세우고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십금()을 주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도 옮기려는 사람이 없었다. 상앙은 다시 오십 금을 주겠다고 하였다. 이번에는 옮기는 사람이 있었다. 상앙은 즉시 오십 금을 주어 나라가 백성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했다.  http://100.naver.com/100.nhn?docid=701593

이 고사는 정치가들이 법과 정치에 대한 신뢰의 문제를 중요시하라고 알려줍니다. 백과서전에는 이 말의 반대말이 식언()이라고 나옵니다. 자신이 뱉은 말을 지키지는 못하고 먹어버린다는 거죠. 또는 자신이 잘못한 말을 "오해"다라고 하는 거죠. 1년 내내 들었던 이야기죠.
"오해다.", "오해다.", "또 오해다."


이 고사에서 한 가지 더 중요한 점은 저잣거리입니다. 시장에서 벌어졌다는 거죠.
시장, 또는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사람들과 참여하는 주체들간의 신용과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그 밑바탕이 되는 것이 시장에 대한 설계를 하는 법의 몫입니다.

시장과 경제를 살리려면 저잣거리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단 한마디 말이라도 꼭 지키겠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사람들과 고립되어 어두운 지하 벙커에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회의한다니 단단히 미친거죠.


"경제를 살리겠다"는 쇼를 할거면 지하 벙커에서 할 게 아니라, 남대문 시장에 나가 책상을 펴고 앉아, 공단에 나가 기름복을 입고 참여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작은 말이라도 소중하게 실천하세요. 괜히 목도리나 나눠 주고 할머니들 눈물샘 자극하지 말고요.

끝으로 혹시 청와대 벙커에는 메딕도 들어갑니까?
좋겠다. 메딕과 벙커에서. 영화라도 찍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