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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미네르바 구속에 대한 토론을 보며



지난 15일 미네르바 구속을 둘러싼 손석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100분 토론을 봤다. 희대의 라이벌이라는 전원책 변호사와 진중권의 충돌이 빅이벤트가 있다고 해서 봤는데, 실망이 좀 컸다. 거기다가 서울시립대 윤창현 교수는 교수직을 그만두는게 좋겠다. 김성수 연세대 교수님의 의견은 차분하고 생각할 만한 내용이 많았다. 아 진중권 교수는 자기 의견 없는 비꼬는 토론 방식을 그만두던지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그날 토론 쟁점들은 미네르바와 미네르바 구속, 구속 결정을 한 사법부 흔들기, 전기통신 기본법 47조에 대한 해석, 20억불을 던지게 만든 미네르바의 행동이 공익에 해당하는가, 미네르바의 글이 국가신인도에 악영향을 주었는가가 나왔고, 미친 것인지 다시 사이버모욕죄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먼저 미네르바가 구속이 정당한가와 미네르바가 죄를 저질렀는가는 다른 문제이다.
토론자들 중에서 윤교수와 전변호사는 구속이 정당한데, 그가 죄를 저질렀다는 주장을 폈다. 어처구니가 없다. 특히 전변호사는 변호사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우리의 법은 "무죄 추정주의"가 기본이다. 재판관이 유죄 판결을 내리기전까지는 누구나 무죄라고 봐야 한다. 죄가 있다고 의심하는 것은 전변호사의 자유다. 그러나 죄를 저질렀다고 하는 것은 그가 스스로 재판관이 되어서 판결했다는 점이다. 흔히들 우파들이 "인민재판"이라고 부르는 악행을 저지르는 셈이다. 꼴뚜기 보수언론들은 원래 그런 아해들이니 말해서 뭐하냐.
그리고 개인이 자신의 무죄를 밝히기 보다는 검찰이 개인의 유죄를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점은 법에 대한 약자가 자신을 보호하기 힘들기 때문에 유죄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무죄로 봐야 한다. 2002년 7월 시행된 제조물책임법에 대한 기업의 책임과는 반대이다. 기업이 자신이 생산한 제품에 하자가 없다는, 즉 무죄임을 입증해야 한다. 약자인 소비자가 하자를 입증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약자의 권리를 보호한다. 법원과 재판관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미네르바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그의 인격과 행동이 보호받아야 한다.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결정을 한 판사에 대한 마녀사냥이 있었는데, 사법부 흔들기인가?
판사는 재판을 통해 판결문을 통해서 자신의 결정을 재판당사자와 관계자들에게 전달한다. 판사는 신이 아니다. 따라서 완전무결한 재판을 할 수는 없다. 물론 판사들은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신이 아니고 완전무결하지 않은 사람인 판사에게 법에 대한 해석을 위임하는가? 법에 대한 권위있는 해석을 통해 지혜를 발휘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해당사자들끼리 매번 부딪친다면 세상이 시끌벅쩍하고 혼란속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혜를 가진 권위자에게 위임하고 그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맘에 들지 않으면? 토론에 나온 말처럼 "바스티유" 습격을 감행해야 하는가?
국민에게는 구속 결정에 대해서 싫다고 말할 권리가 있다. 반대로 구속 결정이 옳다고 말할 권리도 있다. 나처럼 관심 없다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판사의 결정이 그의 특정 정파적인 입장때문에 탄핵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법이란 정치적인 것이고, 이때 정치란 이해관계에 대한 입장 정리이며, 판사도 정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걸음 나아가 탄핵을 언급하는 문제가 있다면, 그동안 독재정권에 빌붙어 만행을 저질렀던 사법부의 잘못을 누가 이야기 했어야 하는가? 그리고 꼴통 조중동은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서, 사법부에 좌파들이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고 그동안 얼마나 많이 이야기 했었는가? 조중동, 우파들부터 사법부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찢어진 입부터 꿔메라.
문제의 지점중 하나는 이번 구속 결정을 한 판사의 이력, 경력 사항을 있는 그대로 제시하지 않고, 특정 시각으로 편집해서 특정 주장을 편 분이 잘못했다. 그 때문에 자신의 주장이 작은 파도였다면 그에 대한 역공은 해일이 아니던가. 이 말은 그 판사가 소신대로 결정을 한 것이고, 판사에 대한 공격은 정당성이나 합리적인 부분이 적었다. 반성하시길.

미네르바의 12월 29일자 공문에 담긴 내용은 허위에 해당하고 공익을 헤쳤는가?
이 문제에 관해서는 일단 공문에 담긴 내용의 결과가 공익을 헤쳤는가를 살펴보자. 공익을 헤쳤다는 주장은 크게 2가지다. 1. 20억불을 소모했다는 점, 2. 국가 신인도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점

1. 불필요하게 20억불을 소모했다.

그들의 주장은 미네르바때문에 개미들이 20억불을 추가로 환전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약 30분 간 개미들이 미네르바 글을 보고 20억불을 추가 환전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평균적인 외환수요에 비해서라는 단서가 붙는다. 즉 전년대비 또는 전일 대비 20억불이 추가로 환전했다는 것인데, 우리가 아는 사실은 미네르바가 14:30분에 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30분 동안 20억불을 환전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다음을 확인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즉 시간대별, 12월 29일에 적어도 10분 단위의 외화 환전 규모를 공개하면 된다. 아침 9시부터 3시까지 외환 환전 수요가 어땠었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확률적으로 불가능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중 개미들이 20억불을 싸게 사갔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개미들이 환전했는지 어땠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20억불 모두를 개미들이 샀다고 가정하자. 20억불이면 약 2.5조에 해당에한다. 1인당 2천5백만원씩이면, 만명이 비겁하게(!) 싼 값에 달러를 사 간 셈이다. 1인당 2만불이다. 2만 달러를 필요로 하는 개인이 우리나라에 만명이나 존재하다니. 순식간에 2-3천만원을 급전으로 땡겨서 달러에 투기할 수 있는 사람이 만명이나 존재한다면 우리나라의 유동성 위기가 있으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웃긴 주장은 기업의 회계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달러 종가 관리를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이야기하는데, 개인 또는 개미들도 죽는냐 사는냐의 문제로 달러를 매입했을 것이다. 국가적으로 기업, 또는 재벌 대기업의 환율을 맞춰 주는 것이 옳은일이고, 개인이나 개미들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이런 주장을 계속해서 한다면 이 정부가 어느 편에서 서 있는지를 명확하게 공시한다고 볼 수 있겠다.

2. 국가 신인도에 악영향을 끼쳤다.

그 주장으로 모든 국가가 어느 정도 환율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직접적으로 개입도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나라는 일부 국가, 중국과 같은 나라들이다. 그만큼 버틸만한 능력과 많은 달러 보유고를 가지고 있어야 그렇게 할 수 있다. 외환뿐 아니라 금융 전반에 대해서 관리를 하거나 개입을 하는 것 자체가 국가신인도에 문제를 가져온다. 공문을 발행했는지, 아니면 불러서 관리를 부탁했는지, 아님 협의를 했는지, 국제자본이나 신자유시대의 금융자본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단지 국가의 입김이나 행동이 시장에 제약을 주거나 시장의 자율적 행위를 제어하려고 했었는가가 관심사항이다. 일개 개인의 글이 과소 과장되었는지, 아니면 허위 글이었는지는 별로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딜러들을 불러서 이야기할 정도면, 모이기도 전에 국제적인 금융자본은 다 알고 있는 문제가 된다. 겨우 글 하나로 국가신인도에 문제가 생긴다면,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국가신인도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나 싶다.

형식적 법치주의, 그게 진정한 대안이고 해법인가?
최근의 상황들을 보면, 정부와 권력기관들은 과도한 법해석을 통한 형식적 법치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와 사정기관을 통한 압박.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는 지점이다. 정권의 탄생과 정권이 진행하는 모든 절차와 실행들이 법에는 하나도 틀리지가 않다. 그런데, 뭔가 찜찜하고, 비민주적인 것 같은 느낌. 그게 바로 형식적 법치주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2가지 중에 하나이다. "법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와 "신뢰 부족" 때문이다. 적어도 "법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는 아니다. 내 추정은 신뢰 부족이다. 그마저도 아니라면, 나도 모르겠다. 나보다 더한 꼴통인가 보다. "법대로 하자, 계약서 도장 찍어놓고 이제와 딴 소리다, 이사회 의결을 거쳤다" 이런 말들이 계속되면 대화 자체가 안 되는 법이다. 대화를 하려면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입 다물고 귀를 세우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진중권은 그만좀 나댔으면 한다. 맨날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가져다가 비꼬거나 풍자하지 말고, 당신의 이야기를 좀 해라. 남의 주장을 가져다 뒤집어 공백 상태를 만들어 자신의 주장을 깔끔하게 만들려는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그런 것은 평론가나 하는 짓이다. 미네르바가 옳다고 생각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면 가슴에서 고동치는 자신의 양심으로 이야기를 해라. 그따위 주장은 이미 아고라나 인터넷 공간에도 많이 있다. 우회적 공격보다는 직접적 공격으로 전환하라는 말이다. 제발 남의 주장에 숨지말고, 자신의 주장을 가지고 이야기해라. 그런 점에서 별로 맘에는 안들지만 확고한 전원책 변호사가 더 낫다고 본다. 물론 이번 토론을 보니, 토론하는 자세가 안되어 있는 꼴통이지만, 확고한 자기 주장은 있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