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뜨거운 감자

노무현을 떠나보내며

노무현을 떠나보내며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49재를 마치고 영원한 안식을 얻었다고 하기에 다녀왔습니다. 한적한 시골 부락마을이더군요. 서거 소식을 듣고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믿지 않았습니다.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한 번도 향을 피워본 적도 예를 갖춰 인사한 적도 없습니다.

지난 5월 29일 영결식과 노제에는 참석했습니다. 그게 그를 떠나보내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애통해하며 눈물을 떨구고, 흐느끼던 많은 사람들 속에서 잘 모르겠더군요. 자연인으로서 마지막 이별을 슬퍼하는 것인지, 정치인으로서 그를 떠나보낼 수 없다는 것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벌써 49재를 마쳤으니, 참으로 시간이 빨리 가는군요.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으나, 가신 님을 조용히 보내드리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해서 참고 있었습니다. 유가족들이 그의 죽음을 조용히 치르고 한다는 뜻을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말들이 있습니다. 정치적 타살설에서 음모론까지 2MB를 욕하고 정부를 비난하는 말들이 넘치고 넘쳤습니다. 반대로 노무현이 타고난 천재이며, 성공한 대통령이며, 다시는 나타나지 못할 정치인이라는 소리도 있습니다. 이 두 말들은 결국 하나의 목소리였습니다.

"내 마음속의 영원한 대통령"

이제 겨우 49재를 지났습니다. 대통령이 서거한 경험이 우리에게는 30년만입니다. 독재자였던 박정희의 10.26 서거 이후 30년 만에 처음있는 일입니다. 대통령으로서 노무현을 평가하려면 적어도 1년은 지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 겨우 49재를 지났을 뿐입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에서 "나는 개새끼입니다." 까지 번진 자책감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인으로서 살고자 했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노무현님에 대한 무리한 주문입니다.

"꽃이 져도 그를 잊어본 적 없다"
향기 없던 꽃이 2009년 졌습니다. 그 꽃이 내뿜으려고 했던 향기는 모두들 맡지 못했나 봅니다. 그는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와 "특권이 없는 사회"를 꿈꾸었습니다. 그 꽃이 졌을 때, 사람들은 그를 잊어버렸습니다. 그 꽃에 물을 주고 정성껏 가꾸었던 사람들은 그 향기를 모두 잊어버렸나 봅니다. "적"들의 간교한 아량에 모두들 꽃을 짓밟고 나와 버렸습니다. 죽음을 대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탓할 수 없습니다. 꽃의 향기가 아니라 꽃 마저 짓밟아 버린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은 꽃의 향기가 진하게 피어 오른다고 주장하더군요. 처음부터 꽃이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민주주의 최후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정치인 노무현을 별로 좋아한 적 없습니다. 정치적인 이유도 있지만, 실제는 아마추어 냄새 풀풀나는 이상가였기 때문이죠. 인간으로서 노무현은 존경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각개약진의 시대에 모두가 다들 깨어있는 시민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누가 옳은지, 누가 더 도덕적인지를 증명하는 깨어있음입니다. 모두가 각자 깨어있고, 옆의 사람들은 신뢰하지 못합니다. 커다란 깃발이 올라가도 아무도 깃발 밑으로 모이지 않습니다. 신뢰가 없기 때문이고, 그 깨어 있음이 삶과 상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조직된 힘"은 깨어있지 않아도 만들수 있습니다. 그런 힘은 파쇼가 될 수 있고, 전제와 억압이 될 수 있습니다. 깨어있어야 하고, 조직도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정치도, 민주주의도 어렵습니다. 정치인 노무현을 생각하고 추모한다면 깨어있는 시민들을 조직하는 것이 맞습니다. 온라인에서 글쓰기 몇 자하고, 노무현의 업적을, 그 뛰어난 이상을 치켜세워봐야 아무 소용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세상이 바뀔 수 있다면, 진즉에 세상이 상전벽해 했을 것이며,  2MB를 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작은 비석이 세워진 그의 묘지에서 생각나는 구절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생각에 여전히 참배하지 못하고 10여분간 우두컨히 서 있었나 봅니다. 괴테가 59년 동안 쓰고 고치고 반복하여 다시 쓴 집념의 대작이라는 파우스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지혜의 최후의 결론은 이렇다.
생활이든 자유든, 이것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그것을 나날이 획득하는 자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위험에 둘러싸여서
어린아이도, 어른도, 노인도 보람있는 세월을 보낸다.
나도 그러한 사람을 보고
자유스러운 땅에 자유스러운 백성들과 더불어 살고 싶다.
그때에는 순간에 대해 이렇게 말해도 좋을 것이다.
머물러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다! 라고.
지상에서의 나의 생애의 발자취는 영구히 사라지지 않으리라.
그와 같은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고
나는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보는 것이다."